
제한상영가. 상영 및 광고, 선전에 있어서 일정한 제한이 필요한 영화의 등급을 지칭하는 말이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을 경우 제한상영관에서 상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현재 국내에 제한상영관이 없는 상황에서 제한상영가 등급 영화는 사실상 관객을 만날 창구가 전무하다.
최근 영화 '홀리모터스'가 제한상영가를 받으며 영화계에서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심의에 대한 반발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홀리모터스' 뿐 아니라 지난 해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고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무게' 등 제한상영가 등급 영화들의 사례까지 다시 언급되며 제한상영가 등급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각 영화의 등급 분류에 대한 논란은 물론이고 심의 기준과 제한상영가 등급에 대한 존폐여부까지 이어지고 있는 영등위 심의에 대한 논란, 영화계와 영등위 양측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 "기준에 의거한 판단" vs "오히려 심의 강화"
'홀리모터스'의 제한상영가 판정에 영향을 미친 것은 성기노출이다. 영화에 발기된 성기가 1분 55초가량 공개되는 것이 문제가 됐다. 영화계에서는 영화의 맥락에서 이 장면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영등위는 명확한 기준에 의거한 판정이었다는 입장이다.
영등위는 지난 해 등급분류기준을 37개 조항에서 117개로 확대했다. 등급분류 기준이 모호하다는 영화계의 반발에 대한 조치였다. 영등위는 "'홀리모터스'의 경우도 '성기 등을 구체적, 지속적으로 노출하거나 실제 성행위 장면이 있는 것'이라는 제한상영가 분류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등위가 심의 기준을 밝혔음에도 영화계의 비판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등급분류 기준이 영화의 맥락과 목적과는 달리 영화 속 일부 장면만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세부화 된 기준이 오히려 심의 기준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영화제작가협회 최현용 사무국장은 "문서상으로 아무리 기준을 정해도 사실 모두를 납득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며 "지금은 각 항목의 정도를 단계별로 표시하는 정량적 등급분류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이것이 맥락에 대한 이해를 해치고 있다"고 현재 등급 분류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지연 사무국장은 "영등위가 기준에 대해 비판을 받으니 규정들을 바꾸고 있는데 점점 구체적으로 명문화가 되니 더욱 규제를 강화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인간의 존엄성 훼손" vs "정치적 탄압"
특정 정치인의 사진을 붙인 마네킹의 목을 날리고 신체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제한상영가를 받은 '자가당착'에 대해서도 영등위와 영화계의 의견이 엇갈린다. 영등위는 '개인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수준이라고 판단했지만 영화계에서는 정치적 풍자에 대한 탄압이라고 반응하고 있다.
영등위 관계자는 "단순히 풍자를 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를 영상으로 표현한 묘사 정도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정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화를 연출한 김선 감독은 "마네킹의 목이 떨어지는 장면 때문에 제한상영가를 받았는데 실사로 팔다리가 잘리는 영화들은 무수히 많다"며 "선정성에서 정치적인 풍자로 검열의 논점이 확장되는 느낌이다. 영등위는 '지나친 풍자'를 지적하는데 지나친 풍자의 기준 자체가 모호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TV나 SNS에서는 정치 논쟁과 풍자가 훨씬 많다"며 "이에 대해 단체나 개인이 고소를 할 수는 있어도 행정기관이 먼저 검열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제작자협회 최용현 사무국장은 "이명박 정부 이전에는 성적 표현을 중심으로 심의가 진행됐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폭력, 정치적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부분 규제 필요" vs "제한상영가 자체가 모순"
제한상영가 등급분류기준은 '혐오스러운 성적 행위(예, 수간, 시간, 소아성애, 배설물-도구를 이용한 페티쉬 등)가 구체적으로 묘사된 것' '주제 및 내용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여 국가 정체성을 현저히 훼손하거나 범죄 등 반인간적, 반사회적 행위를 미화, 조장하여 사회질서를 심각하게 문란하게 하는 것' 등 주로 사회적 정서에 반하는 것들을 규제하는 것이다.
영등위는 '홀리모터스'와 함께 언급되고 있는 전규환 감독의 '무게'에 대해서 "단순히 성기 노출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시체를 강간하는 행위) 장면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시간, 수간, 소아성애 등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행위의 경우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화계의 의견은 다르다. 영화제작자협회 최현용 사무국장은 "일단 제한사영가라는 것이 명백하게 인정할 수 없는 등급"이라며 "성인이 볼 수 없는 등급은 있을 수 없다. 어느 예술장르에서도 청소년 관람불가는 있어도 제한상영가라는 것으로 아예 볼 권리를 차단하는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제한상영가라는 등급은 있지만 정작 제한상영관이 없다는 것이 모순이라는 의견도 있다. 영화제작사 명필름의 이은 대표는 "사회적 통념과 양식에 반하는 영화를 제한적으로 상영한다는 것은 가능한 조치지만 제한상영관이 없는 상황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내리는 것은 사실상 상영 금지 조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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