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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들 '생계 문제'까지 언급, 축구협회 '제 식구 감싸기'

심판들 '생계 문제'까지 언급, 축구협회 '제 식구 감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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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승인 없이 언론 인터뷰를 했다가 3개월 배정 정지 징계를 받은 김우성 심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대한축구협회가 김우성 심판에게 3개월 배정 정지 징계를 내렸다. 타노스 전 전북 현대 코치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했던 심판이다. 김 심판은 인종차별 논란 이후 대한축구협회 승인 없이 언론 인터뷰를 했다가 규정 위반을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축구협회가 심판 징계 내용을 공개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축구협회는 18일 심판규정 제20조 4항 '협회의 사전 승인 없이는 경기 전후 판정과 관련한 일체의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을 의무'를 위반했다며 김우성 심판에게 3개월 배정 정지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김우성 심판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으나 최근 사전 논의 없이 언론 인터뷰로 논란이 됐던 심판이 유일해 사실상 특정됐다. 축구협회 심판위원회 산하 심판평가협의체가 지난 15일 심의를 연 뒤 사흘 만에 관련 발표가 이뤄졌다.


문제는 3개월 배정 정지 대부분 비시즌인 시기에 적용된다는 점이다. 김우성 심판에 대한 징계는 지난 16일부터 효력이 발생해 내년 3월 15일에 끝난다. K리그는 이미 시즌을 마쳤고, 내달 초면 대부분의 팀이 해외로 나가 동계 훈련을 진행하는 시기다. 2월 중순 이후 K리그 새 시즌이 개막하고, 모든 심판이 매주 경기를 배정받지는 못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프로 심판으로서 실질적으로 징계가 적용되는 기간은 한 달도 채 안 될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논란을 미리 의식이라도 한 듯 축구협회는 '3개월 징계 실효성'에 대해서도 직접 덧붙였다. 비시즌에도 프로 심판들은 프로팀이나 K3·K4리그 팀들의 전지훈련 또는 대학팀의 연습경기 등에도 배정되는데, 이 경기들마저 배정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비시즌이라는 이유로 징계 효력이 없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대전하나시티즌의 경기를 진행했던 김우성(오른쪽 세 번째) 주심.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 과정에서 축구협회는 심판들의 '생계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고정급이 없고 경기 수당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심판들에게는 비시즌이라 할지라도 경기에 배정받지 못하는 것 자체가 생계에 큰 타격이고, 따라서 징계 실효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사족이자 '제 식구 감싸기'다.


축구협회 주장대로 김우성 심판에 대한 비시즌 징계 효력이 있으려면, 프로 경기를 진행하며 받는 수당과 비시즌 비공식 연습경기를 관장하며 받는 수당이 비슷한 수준이어야 한다. K리그 심판 운영 주체가 대한축구협회가 아닌 한국프로축구연맹 시절이던 지난 2018시즌 기준으로 K리그1 심판 수당을 연봉으로 환산하면 주심은 평균 6000만원, 부심은 3800만원이었다. 이마저도 무려 7년 전 이야기다. K리그1의 경우 한 경기만 주심 역할을 맡아도 수당이 200만원선으로 알려져 있다. 시즌 도중 심판들이 받는 수당이 비시즌 비공식 경기들을 진행하며 받는 수당과 큰 차이가 없어야만 '비시즌에도 징계 실효성이 있다'는 축구협회 주장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K리그 심판들의 기본급 유무나 수당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현실 등에 대해 팬들은 관심이 없다. 심판계 현실은 심판들이 대한축구협회 등과 알아서 풀어야 할 문제고, 심판 규정을 어겼거나 심각한 오심에 따른 심판 징계 등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비시즌이라 징계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시기라면, 굳이 생계 문제를 언급하면서까지 합리화할 게 아니라 기간이 아닌 경기 수로 배정 정지 징계를 주거나 새 시즌에 임박해 징계 심의를 여는 등의 대안들이 있었다.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은 지난 7월 KBS 유튜브 채널 'HOT다리영표:전술의 재발견'에 출연해 "(심판들의 기본급은) 없다. 경기 수당만 받는다"면서도 "심판을 하면 심판을 하는 매력이 있다"고 했다. 기본급이 없는 현실에도 심판들이 휘슬을 잡는 건 그만큼 심판의 매력이 크다는 의미이자, 심판들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는 뜻이다. 누구나 공평해야 할 규정 위반이나 오심에 따른 징계 앞에 뜬금없는 생계나 처우 문제는 굳이 언급될 이유도, 강조될 이유도 없다. 가뜩이나 심각한 솜방망이 징계 논란이나 제 식구 감싸기 논란들과 맞물려, 불필요한 의혹만 늘어날 뿐이다.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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