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될 성 부른 나무는 떡 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감히 예견하건데, 이들은 분명 크게 될 나무다. '전설의 주먹'의 신예 4인방, 박정민 이정혁 구원 박두식이 한 자리에 모였다. 놀랐다. 어쩜 이리 개성들이 넘치는지! 조용하지만 툭툭 던지는 멘트가 센스 있는 박정민, 맏형답게 상황을 싹 정리해주는 이정혁, 톰과 제리 같은 박두식과 구원. 네 남자와 유쾌한 인터뷰를 가졌다.
촬영부터 홍보까지 1년을 꼬박 함께하고 있는 이들은 친구를 넘어 형제 같이 끈끈한 무언가가 생긴 듯 했다. 지금은 둘도 없는 사이가 된 이들, 처음부터 돈독했으랴. 서로 첫인상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특히 나이에 비해 너무나 어려보이는 이정혁은 동생들에게 의심을 사기도 했다.
"정혁 형은 너무 어려 보이는데 형이라고 해서 기분 나빴어요(웃음). '분명 나보다 어린것 같은데, 속이는 것 아냐?'이랬죠. 정민형은 제가 '파수꾼'을 정말 좋아해서 '얼마나 하나 보자' 이런 독기를 품고 봤던 것 같아요. 역시나 준비를 많이 해오셨어요. 두식이는 일단 인상이 세잖아요? 굉장히 강렬했어요. 재석이는 이런 애가 해야 하는구나 싶었죠."(구원)
"저는 원이가 조용하고 차가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코드가 맞더라고요. 너무 '훅' 들어와서 제가 좀 당황했어요."(박두식)
또래 배우 네 명이 한 영화에서 만났으니 서로 질투나 경쟁이 있을 법도 한데 네 사람 모두 고개를 내저었다. 넷 중 유일하게 영화 경력이 있는 박정민은 오히려 세 명의 연기에 '잡아먹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었단다.
"다들 잘했어요. 정혁이 형은 안정적으로 연기를 하고 구심점을 잘 잡아줬고, 두식이 때문에 제가 '이러다 잡아먹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좀 더 분발 할 수 있게 만들었죠. 원이는 마스크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뭘 많이 하지 않아도 사연이 있는 것 같고 촉촉한 감성 같은 게 있어요. 싸워야 하는데 보면 막 애틋해지는 게 있잖아요. 너에게 뭐가 사연이 있구나싶은(웃음)." (박정민)
"저는 이번이 첫 영화고 너무 친하게 지내다 보니 약간 의식을 했어야 했다는 걸 이제야 느껴요. 그때는 동생들 챙기려다보니 신경 쓰지 않았는데 좀 잡아먹힌 부분이 있다는 걸 영화를 보고 느꼈죠. '의식을 안 하면 안되겠구나' 하고 이번에 제대로 알았어요."(이정혁)
"저는 원래 질투가 진짜 없거든요? 요즘에는 나요. 진짜. 무대인사에 가면 두식이이가 나올 때 함성이 제일 커요."(구원)
"요즘에는 아예 대놓고 '얘가 왜 인기가 있는 거야?'라고 해요."(박두식)
"제 라이벌이에요(웃음)." (구원)

영화에서는 일대를 평정하던 '전설의 주먹'이었던 네 사람, 실제로 17:1의 경험이 있는지 묻자 17:1 중 17쪽이면 모를까, 싸워본 기억이 별로 없단다. 싸움이 아니라면 그들은 학창시절 무엇으로 '전설'이었을까?
"전 입시계의 전설이었어요. 연극영화과 경쟁률이 세잖아요. 그때 잘해서?(웃음). 원래 다 그랬을 거예요. 연기 입시를 준비할 때는 저도 붙는 형들이 전설로 보였거든요. 오래는 안 가요. 한 세 달?"(구원)
"저는 공부를 진짜 잘했어요. 전교 1등이었으니까. 지금도 잘할 자신 있어요. 다시 공부한다면...심리학?"(박정민)
다들 이미 20대의 중간 지점을 통과한 나이, 영화 속 전설만큼 파란만장하지는 않았지만 나름의 고뇌는 있었다. 특히 공부를 워낙 잘했던 박정민은 연기를 하겠다는 말을 하기까지 8년의 세월이 걸렸다.
"중학교 3학년 때 어렴풋이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오히려 말을 못했어요. 비웃을 것 같았죠. 처음에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때 엄마에게 전화해서 '엄마 나 한예종 가고 싶어'하고 뚝 끊어버렸어요. 그렇게 한예종 영상원에 들어갔는데 영화 공부를 하다보니까 카메라 앞에 서고 싶은 거예요. 군대 다녀와서 1년 후에 전과를 했어요. 8년 만에 '내 꿈이 배우야'라고 말을 할 수 있게 됐죠."(박정민)
'전설의 주먹'으로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한 박두식, 그의 연기에 대해 'NG 내는 건 단연 톱이다' '필름이었으면 몇 억 날렸을 것'이라며 장난스런 말들이 쏟아졌다. 박두식은 형들과 구원의 장난이 익숙한 듯 흥분하지 않았다. 각자의 캐릭터와 평소 모습이 가장 닮은 사람으로도 모두 입을 모아 박두식을 지목했다.
"'전설의 주먹' 오디션을 2차, 3차 계속 보고 있었는데 갔더니 두식이가 덩그러니 있는 거예요. 이상하게 생긴 애가 이상하게 연기를 하는데, 되게 이상했어요(웃음).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이게 맞는 거야?' 생각이 들 정도로 특이했어요. 그런데 합격하고 미팅하자고 해서 갔는데 얘가 딱 앉아 있는 거예요. '뭐지?'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영화에서 제일 잘 따먹은 친구가 두식이에요."(박정민)
"신재석은 박두식이라고 보시면 되요. 농구도 박두식 농구고요."(이정혁)
"감독님이 캐릭터화 하려다가 실패하셔서 '에이, 네 모습대로 해라' 하신 것 같아요."(구원)
실제로도 재석처럼 의리를 강조하고 욱하는 면이 있는지 묻자 박두식은 "의리 많습니다. '욱'은 없어요"라고 답했다. 한참 박두식을 놀리던 이정혁도 "저는 이렇게 착한 사람은 처음 봤어요"라며 거들었다.
"처음 캐릭터를 잡을 때는 성인 손진호 만큼 하려고 했었는데 감독님이 저희 캐릭터를 조금씩 다 죽이셨어요. '너희는 날라리처럼 보이면 안 된다. 좋은 애들인데 상황이 그렇게 된 것이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욕을 하는 것도 너무 힘을 줘서 하는 건 다 뺐고요."(이정혁)

그들에게는 대선배라고 할 수 있는 황정민, 유준상, 윤제문, 정웅인. 영화를 촬영하면서는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던 이들과는 홍보를 하면서 비로소 알아가고 있다. 네 선배 중 닮고 싶은 배우가 있는지 묻자 다들 난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잘 말해야할 것 같은데. 저는 원래 굉장히 좋아했던 배우가 유준상 선배님이에요. 매체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활동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성격도 좋으시고. '배우로서' 라기 보다는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박정민)
"제가 예전에 연기를 배울 때 '좋은 배우는 좋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유준상 선배님이 딱 그 케이스인 것 같아요.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배려를 하세요. 정웅인 선배님은 딸이 부러워요(웃음)."(구원)
이제 갓 첫 영화를 내놓은 그들, 영화 '전설의 주먹'의 4인방처럼 아직은 패기가 넘치는 시기다. 영화처럼 40대가 된 후, 그들의 모습은 어떨까?
"결혼도 했겠죠? 제가 꿈꾸는 배우가 되어있지 않을까요? 제가 좀 스스로 고통을 주는 게 있어서 자학도 많고 생각도 많이 해요. 남들이 다 배우라고 해도 아마 한동안은 배우라고 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도 한 40대 쯤 되면 스스로 배우라고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이정혁)
"저는 재미있는 걸 하고 살 것 같아요. 여건이 된다면 영화도 한 번 찍어보고 싶고, 글 쓰는 것도 재미있어요. 책도 내고 싶고, 랩을 좋아해서 앨범도 내보고 싶고(이에 구원은 '40살에?'라며 화들짝 놀랐다). 전 결혼은 내년에 하고 싶어요. 요즘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박정민)
"저도 여러 가지 일구고 있지 않을까요. 부업으로 사업을 하나 하고 싶기도 하고요. 중학교 때 졸업앨범에도 꿈을 엔터테인먼트 사장이라고 적었거든요.(박두식)
"지금 처음으로 생각 해 본 건데, 40대에는 덜 치열하게 살고 싶어요. 제 자신에게 관대하게,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럴 정도로 스스로 뭔가 이뤄놓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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