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배우 펑위옌(31), 국내 관객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는 이름이다. 그러나 대만, 중국 등 중화권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그의 필모그래피에 무릎을 칠 것이다.
'청설' '점프 아쉰' '콜드 워' '타이치O'까지 쟁쟁한 작품에 출연했던 그가 CJ E&M이 기획하고 오기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한중합작영화 '이별계약'으로 국내 관객을 만난다. 이미 중국에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작품인만큼 국내 관객들의 기대 또한 상당하다.
"정말요? 거짓말 아니죠? 정말 기뻐요."
영화의 개봉일인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만난 펑위옌은 '국내 관객들 반응이 좋더라'라는 말에 방긋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많이 우셨다는데 혹시 재미가 없어서 운 건 아닌가"라며 농담도 이었다.
대만 출신인 펑위옌과 중국배우인 바이바이허, 여기에 한국 감독과 스태프까지.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작업하며 힘든 점이 어찌 없었으랴. 그는 언어에서 오는 불편함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감독님과 일을 하면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아쉬웠던 건 아무래도 언어가 달라서 통역을 통해서 얘기를 하다 보니 직접 전달되기보다는 완곡한 표현으로 소통했던 부분이었죠. 촬영에 들어가서는 순조롭게 진행됐어요. 감독님과 일 하면서는 어려움이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관대하세요. 배우들에게 마음대로 해보라고 하시고 리허설도 없이 세 테이크 만에 OK하셨죠. 아주 좋은 분위기에서 촬영했어요."

사실 그의 한중 공동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추자현과 드라마 '연향'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기도 했고, 유하나와 '6호 출구'라는 작품을 함께하기도 했다.
"추자현과 했던 드라마는 데뷔하고 2번째 작품이었어요. 그 이후에 '6번 출구'에서 유하나와 작업했었죠. 이번에는 전체 스태프가 한국스태프여서 그 때 와는 달랐어요. 나이가 들고 성숙해져가면서 다른 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관대함도 생긴 것 같아요."
중국영화와 한국영화가 만나서 어떤 시너지가 생겼는지 묻자 그는 "조금 어려운 질문이네요. 생각 좀 할게요"라며 "패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이내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중국은 영화 시장이 커져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영화인들이 굉장히 열정을 품고 있어요.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는 열정이 대단하죠. 한국스태프들은 기술적인 부분과 경험이 풍부해요. ('이별계약'은)노련하고 숙련된 기술과 열정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속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순정남 리싱으로 출연하는 펑위옌. 실제 연애는 스타일은 어떤지 물었다.
"리싱이라는 남자는 정말 괜찮은 남자예요. 많은 희생을 치르고 대가도 치르고, 끝까지 사랑할 줄 아는 좋은 남자의 모범이죠. 리싱을 연기하면서 저도 이런 남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여성 관객들은 리싱같은 남자를 만나셨으면 하고, 남성분들은 그런 남자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리싱은 제가 연기했잖아요? 저의 한 부분이기도 해요(웃음)."
영화에서 리싱의 직업은 셰프다. 그것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요리프로그램의 결선까지 올라갈 만큼 실력 있는 요리사다. 실제로도 요리를 잘 하는지 묻자 그는 앞에 놓인 쿠키를 들고 "이것도 제가 만들었다"고 농을 던졌다.
"영화 촬영 전에 요리를 배웠어요. 씻는 것부터 칼질하는 것, 생선 회치는 것, 고기 써는 것 까지요. 디저트 장식 같은 것도 기본적인 건 말들 수 있어요. 배우생활을 하다 보니 요리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집 떠나 있는 일이 많기 때문에 그 때마다 요리를 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 여성분들은 요리 잘하는 남자를 좋아하나요? 그럼 요리 잘합니다!"

배우로서 한국 사람들과 작업하기 전에도 그는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았다. 캐나다 유학시절 한국 친구들이 H.O.T.에 열광하는 모습도 보았고, 함께 불고기를 먹으러 가기도 했단다. 지금도 좋은 한국영화가 나오면 꼭 챙겨본다는 펑위옌. 그는 처음 한국 문화를 접했던 것은 드라마 '가을동화'였다고 밝혔다.
"한국영화는 '올드보이'가 인상이 깊었어요. '마더'와 '추격자도' 봤고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도 봤어요. 캐나다에 있을 때 처음 한국문화를 접했던 건 '가을동화'였어요. 한국 활동도 물론 하고 싶어요. 한국 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걸 많이 배워보고 싶어요."
대만에서는 182cm의 키에 훤칠한 외모,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명석한 두뇌까지, 대만의 '엄친아'로 알려진 그에게 '엄친아'의 의미를 설명해주자 그는 "엄마에게 전화해서 말해줘야겠다"고 웃어 보였다.
"기뻐서 어쩔 줄을 모르겠네요. 아마 예전부터 지금까지 작품들이 좋아서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사실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완벽을 향해 열심히 다가가는 태도를 보고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아요."
5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는 그에게 이번 내한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물었다. 이번 방한은 어머니와 함께해 더욱 뜻 깊은 시간이 될 듯하다.
"5년 전에 와보긴 했지만 변한 것이 많아서 한번 둘러보고 싶어요. 어머니를 모시고 다니면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그렇게 돌아다니고 싶어요. 어제는 인사동에 가서 밥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예전에 같이 작업을 했던 한국 친구들도 만났고, 있는 동안 또 만날 예정이에요."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