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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환 감독 "'이별계약' 찍으며 정대세 된 기분"(인터뷰)

오기환 감독 "'이별계약' 찍으며 정대세 된 기분"(인터뷰)

발행 :

안이슬 기자

영화 '이별계약'의 오기환 감독 인터뷰

오기환 감독/사진=최부석 기자
오기환 감독/사진=최부석 기자


'이별계약'은 탄생부터가 유별난 영화였다. 한국의 투자배급사 CJ E&M이 기획하고 한국 감독과 한국 스태프에 남자주인공은 대만 배우 펑위옌, 여주인공은 중국배우 바이바이허가 맡았다. 심지어 미술감독은 말레이시아 출신이란다. 영화 '선물'과 '작업의 정석'을 연출한 오기환 감독(46)이 메가폰을 잡았기 때문인지 '이별계약'은 '작업의 정석'의 귀여운 웃음과 '선물'의 애틋한 눈물이 영화 전후에 나뉘어 녹아있다.


오기환 감독이 중국 관객에게 보낸 프러포즈는 성공적이었다. 중국에서 개봉 이틀 만에 제작비를 회수했고, 370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별계약'은 지난 20일 개봉해 국내 관객들에게 다시 평가받고 있다. 이 독특한 프로젝트는 어떻게 탄생했고, 어떻게 진행됐는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오기환 감독을 만나 직접 물었다.


"처음에는 '선물' 같은 정서의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제안을 받았어요. 중국에서는 웃음과 눈물이 있는 현대식 멜로가 없다고 분석을 했던 거죠. 그런 건 자신 있다고 생각해서 가볍게 시작했는데 암초에 부딪혔어요. '선물'의 이정재 이영애 커플이 중국인들이 보기에는 모자관계 같다는 거예요. 정서의 차이가 큰 것이죠. 그 다음에는 중국에는 한국식 개그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만담에서 이제 막 코미디로 넘어가는 단계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어요. 정서가 다르다는 걸 느끼고 나서는 정신 바짝 차리고 시나리오에 신경 쓰게 됐죠."


오기환 감독/사진=최부석 기자
오기환 감독/사진=최부석 기자

중국관객과 한국관객의 정서 차이 때문일까. '이별계약'은 한국식 멜로에 비해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병에 걸렸다면, 피를 토하고 직접 병명까지 거론하는 식이다.


"개인적으로 멜로에서 피가 나오는 장면을 찍을 줄은 몰랐어요(웃음). 중국인 관계자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설명을 하자고 몇 가지를 제시했더니 이렇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직접적으로 나오니까 감독으로서는 좀 그랬지만 중국 관객을 위한 영화니까요. 아무래도 중국인들이 편한 쪽으로 가게 됐죠."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세 명의 작가를 거쳤다는 오기환 감독. 첫 번째 작가와 작업에서 문화적 차이를 깨달았고, 두 번째 작가와는 케이크의 빵을 만들었다. 세 번째 작가와는 세세한 데코레이션을 해서 드디어 하나의 케이트를 완성했다. 이 과정을 통해 한중일 관객들이 얼마나 다른지 뼈저리게 느꼈다.


"일단 중국과 한국은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요. 한국을 정리를 해야 하니까 영화의 1/3지점에서 사실을 알게 되도 괜찮아요. 그런데 중국을 정리가 없어요. 부모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아요. 그래서 중국 관객들은 2/3지점에서 죽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한중일이 외모가 닮았으니 같겠지 하고 생각하지만 한일관계나 중일관계가 해결이 안 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남북관계만큼 힘든 것 같아요."


한국 관객들이 보기에는 중국의 정서를 담고 있지만, 중국 관객들이 보기에 '이별계약'은 한국식 멜로였다. 오기환 감독은 '이별계약'을 두 나라에 소개하며 자신이 정대세나 추성훈이 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중국관객들은 '이거 한국식이네?'하고 얘기해요. 그러면서도 좋다고 하고요. 중국배우가 나와서 중국인을 울게 하는 영화가 없었다는 거예요. 대만영화, 한국영화로는 울었어도. 그게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아요. 이번에 영화 하면서 제가 정대세인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추성훈이라던지. 양쪽에 끼어가지고(웃음). 아마 일본에 가도, 미국에 가도 그런 말을 들을 거예요. 숙명이니 이겨내야죠."


중국과 한국의 개그코드가 달라서 힘들었다는 오기환 감독은 중국식 말장난 대신 슬랩스틱코미디를 활용했다. 주인공 차오차오 역을 맡은 바이바이허의 매력도 막 춤을 추고, 집을 엉망으로 만드는 등의 장면에서 배가 됐다. 차오차오의 친구 마오마오 역을 맡은 장진푸도 호들갑스러운 게이 캐릭터로 영화의 재미에 한 몫을 톡톡히 했다.


"장진푸는 추천을 받았어요. 이제 막 시작하는 친구예요. 관계자들이 다들 처음의 장진푸와 마지막의 장진추는 다르다고들 해요. 첫날에는 굉장히 떨더니 점점 자기 몫을 찾아가더라고요. 나중에 펑위옌과 대립하는 장면에서는 잠시 펑위옌을 제압했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어요."


'점프 아쉰'으로 대만 금마장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펑위옌과 중국 영화 '실연 33일'을 통해 대중영화백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바이바이허. 중화권에서 가장 핫한 두 스타가 한국감독의 작품에 함께했으니 이만한 행운이 없었다. 오기환 감독은 두 사람 캐스팅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웃었다.


"2011년에 중국에서 가장 먼저 본 영화가 '실연 33일'이었어요. 그러면서 바이바이허를 캐스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중국 프로듀서가 캐스팅을 진행했죠. 펑위옌은 그가 나온 영화 '러브'를 보고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쪽에서도 이런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고 해서 함께 하게 됐어요. 첫 영화 치고 굉장히 좋은 캐스팅이었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거예요."


오기환 감독/사진=최부석 기자
오기환 감독/사진=최부석 기자

그간 시나리오 공부와 인문사회학 공부를 하며 감독 인생 2막을 준비했다는 오기환 감독. '이별계약'을 필두로 국내에서 '패션왕' 연출을 확정했고 일본 합작 작품도 준비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감독으로서 보는 눈도 넓어지고 영화 자체를 사랑하게 됐단다. 해외 영화 현장을 경험하며 한국 현장도 변해야 한다는 생각도 생겨났다.


"'이별계약'을 31회 차로 찍었어요. 사실 한국 빼고는 다 영화를 빨리 찍어요. 전 세계에서 한국처럼 느리게 영화를 찍는 현장은 없어요. 이번에 촬영하면서 왜 한국에서는 밤을 샐까에 대해 토론을 한 적도 있어요. 다음 영화에서는 밤을 새지 않고 해보려고 해요. 원래도 빨리 찍는 편이었지만 적당히, 하루에 12시간 정도만 찍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이미 중국에서는 큰 성공을 거뒀다. 이제 감독의 본국인 한국에서 오기환 감독에게 국내 관객들이 '이별계약'을 어떻게 봤으며 좋겠는지 물었다.


"이 영화가 한국 관객들이 보기에는 한국감독이 중국 관객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로 보일 수밖에 없어요. 한국 감독들이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려고, 중국부터 시작하는구나 하는 넓은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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