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돌 가수들의 스크린 진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빅뱅의 멤버 탑이 강형철 감독의 신작 '타짜2'에, JYJ 멤버 박유천이 봉준호 감독이 제작하는 영화 '해무'에 승선한다. 걸스데이 민아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에 출연하며, 2PM 준호는 '감시자들'에 이어 '협녀:칼의 기억'로 스크린 행보를 이어간다.
아이돌의 영화 출연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건축학개론'의 수지를 비롯해 JYJ의 김재중이 '자칼이 온다'에, '26년'의 임슬옹, '돈 크라이 마미'의 동호, '회사원'의 김동준, '가문의 영광5'의 윤두준,손나은,황광희 등이 영화돌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면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FT아일랜드의 이홍기는 '뜨거운 안녕'에, 소녀시대 유리도 '노브레싱'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2000년대 초반 아이돌의 연기 병행은 흑역사였다. 2004년 쥬얼리의 멤버 박정아가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로, 2005년 이효리가 드라마 '세 잎 클로버'가 연기 신고식을 치렀을 때 대중의 평가는 혹독했다.
아이돌의 스크린 도전도 마찬가지였다. 2006년 한국영화가 1년에 100여편 이상 만들어졌을 때 신화 에릭,이민우,MC몽,하하 등 가수들의 영화 출연이 많았다. 슈퍼주니어가 총출동한 '꽃미남 연쇄테러사건'도 등장했다. 개성파 배우로 인정받은 MC몽 정도를 제외하곤 흥행성적도 참담했고, 평가는 더욱 안 좋았다.
그랬던 아이돌이 점차 스크린을 노크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TV드라마부터였다. '드림하이' 같은 아이돌이 대거 등장하는 드라마가 호평을 받기 시작하더니, 아이돌이 하나둘씩 주조연으로 안방극장 주인공 자리를 꿰차기 시작했다.
아이돌의 수요는 자연스럽게 영화로 이어졌다. '뜨거운 안녕'이나 '자칼이 온다'처럼 한류시장을 겨냥해 제작된 영화들도 있지만 아이돌은 조연부터 스크린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포화속으로'에 출연한 빅뱅의 탑과 '건축학개론'의 수지가 단연 두각을 드러냈다. 탑과 수지는 각종 영화 신인상을 휩쓸면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아이돌 영화 출연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 희석되기 시작했다.
신인연기자로 조연부터 차근차근 도전하는 것도 과거 흑역사 때와는 달라졌다. 덜컥 주인공을 맡아 비난의 초점이 됐던 과거와 달리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민감한 영화내용 때문에 충무로 배우들조차 출연을 꺼렸던 '26년'에 출연한 2AM의 임슬옹이나 비록 연기력 논란은 있었지만 성폭행이란 민감한 연기를 한 '돈크라이 마미'의 동호 등 아이돌로 인기만을 생각했다면 못 했을 도전들이 이어졌다.
이런 아이돌의 도전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꿨다. 대중의 시선이 바뀌니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기 시작했다.
영화계에선 한동안 아이돌의 영화 출연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이 많았다. 아이돌의 영화 출연이 신인배우들이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하지만 최근 영화계에선 이돌 출연에 대한 이견이 갈리고 있다. 신인배우를 주조연급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나 아이돌을 신인에서 출발해 주조연급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20대 배우군이 적은 것도 아이돌 영화 출연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재능 있는 청소년들이 연기자보단 아이돌을 더 많이 지원하는 현실도 영향을 준다. 능력은 있지만 기회가 없어 꽃을 피우지 못하는 배우들에 대한 발굴 노력은 계속돼야 하지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정서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영화제작,투자,감독의 생각과 아이돌 및 기획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아이돌의 영화 출연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돌이 적극적으로 오디션에 참여하는 것도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아이돌의 스크린 진출은 배우폭을 넓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탑은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인 '동창생'에서 주연배우로 관객에 첫 선을 보인다. 탑의 '동창생' 성공 여부, 그리고 박유천이 '해무'에서 얼마나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일지 여부에 따라 아이돌의 스크린 진출이 더욱 늘어나 20대 배우군을 넓히는 데 일조할 전망이다. 아이돌도 연예인으로서 더 많이 더 오래 활동하기 위해 연기자 겸업을 선호하고 있다.
다만 아이돌의 살인적인 일정이 영화 현장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가 관건이 될 것 같다.
이제 아이돌의 스크린 진출은 흐름이 됐다. 이 흐름 속에서 살아남는 아이돌이 있을 것이며, 반짝였다가 사라지는 아이돌도 많을 것이다. 영화계에서도 아이돌을 스쳐가는 유행처럼 이용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배우군으로 받아들여 풍성한 자원으로 활용해야 할 때가 됐다.
아이돌 스크린 진출은 이제 2막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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