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상'의 조정석 인터뷰

배우 조정석(33)의 첫인상. 일단 뽀얀 피부에 또렷한 이목구비가 눈에 들어왔다.'건축학개론'의 5대5 가르마 힙합청년 납뜩이의 후덕한 얼굴선과는 전혀 다른 날렵한 턱선의 피부 미남이었다. 11일 개봉을 앞둔 '관상'(감독 한재림)을 본 터라 더 충격이 컸나보다. 긴장감이라곤 전혀 없는 누릿기리한 얼굴에 아무렇게나 난 수염을 하고 닭다리에 집착하던 그가 말쑥한 모습으로 마주앉아 너스레를 떨었다.
"제가 원래 자랑할만 한 게 뭐가 있냐 하면 '피부'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됐네요. 피부 하나는 자신이 있었는데.(웃음) '최고다 이순신' 50부작을 하다 보니 얼굴이 좀 상했어요. 메이크업 하는 스태프가 '피부가 왜 이렇게 됐냐' 하더라고요. 이제 조금씩 피부과도 다녀요. 오늘은 메이크업과 관리의 결과구요."
'관상'에서 조정석은 조선 최고 관상가 내경(송강호 분)의 처남이자 조카밖에 모르는 수더분한 삼촌 팽헌 역을 맡아 사극 신고식을 치렀다. 몰락한 양반가 사람이다보니 뽀얀 얼굴 톤은 금물. 덕분에 꾀죄죄한 너구리상의 조정석표 팽헌이 탄생했다.
"처음 분장했을 때 지저분한 모습이 저는 기분이 좋더라고요. 내 얼굴에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카타르시스가 있었어요. 이렇게 분장의 힘이 대단하구나 싶기도 하고. '건축학개론' 납뜩이 때도 살을 찌웠지만, 이번엔 일부러 몇 킬로그램 찌워야지 했던 것도 아닌데 살도 자연히 찌더라고요. 원래 고무줄 몸무게는 아니지만, 비결은 야식이죠. 안 가리고 꾸준히 야식을 먹다보면 후덕해지던데요.(웃음) 포스터 보니 제가 너구리상이더라고요. 관상을 본 적은 없지만 너무 마음에 들어요. 너구리 귀엽잖아요."

극중 조정석이 맡은 팽헌은 원작 시나리오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 가벼운 코미디에서 묵직한 정치 드라마로, 후반부에선 비극으로 치닫는 드라마를 이끄는 캐릭터다. 조정석은 "내용을 유하게 풀어주기도 하고, 중반 이후에는 역사적 사건에 휘말리게 하는 사람인데 엄청 중요한 사람이구나 했다"며 "잘해야겠다는 부담보다는 그저 감독님이 끌어주시는 대로 가다보면 좋은 연기가 나오겠지 하며 따라갔다"고 설명했다.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건축학개론'의 재수생 연애박사 납뜩이가 벌써 1년 반 전. 그러나 감칠맛나는 조정석의 연기에 '납뜩이 리턴즈'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감사한 평가죠. 납뜩이는 많은 분들께 조정석이라는 배우를 알릴 수 있었던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납뜩이에게는 고마운 마음밖에 없고요. 워낙 잔상이 세서 배우생활 하면 계속 그 꼬리표가 따라붙지 않을까요. 지겹다거나 부담된다는 생각은 안 해요. 능가해야지 벗어나야지 하는 생각도 없고요. 다만 이번 팽헌이와 납뜩이는 차이가 있잖아요. 영화를 보시면 알아 주시겠죠."
'관상'에선 송강호, 김혜수, 이정재, 백윤식, 이종석 등 내로라하는 스타군단과 함께했지만 특히 돋보이는 건 대선배 송강호와의 호흡이다. 특히 초반의 가벼운 웃음 코드는 알콩달콩 액션과 리액션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조정석과 송강호가 모두 책임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술 취해 함께 추는 막춤 장면에선 폭소가 터진다.
"송강호 선배님이 아주 밑에 있는 후배지만 정말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배려해 주셨어요. 연기에 대한 배려 뿐 아니라 제가 어려워하지 않게, 불편해하지 않게요. 제가 무슨 말을 해도 한 번 웃을 걸 두 번 웃어주신 달까. 어느 정도 긴장이 필요하지만 마음의 준비를 너무 단단히 하면 연기가 잘 안 나오는 것 같아요. 긴장하는 와중에 선배님이 잘 조율해주시고 또 잘 풀어주신 것 같아요. 첫 촬영부터 막 재밌게 놀다시피 했어요. 워낙 호흡이 좋으시니까 이끄시는 대로 끌려가면 좋은 앙상블이 나오겠다 싶었어요."

조정석의 목표는 1000만 관객 돌파. 이미 1000만 돌파 공약도 내걸었다. 추첨을 통해 관객에게 볼뽀뽀를 하고, 라디오 '컬투쇼'에 가서는 송강호와 함께 춘 막춤을 선보이기로 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넘쳤다. 벌써 '관상'을 3번이나 봤다는 조정석은 "볼수록 좋은 영화"라며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강력한 드라마와 쟁쟁한 선배 배우들의 열연을 지켜봐 달란다.
물론 조정석의 활약 역시 영화를 보는 관전 포인트. 납뜩이 이후 쉴 틈 없이 달려온 조정석은 이미 다음 작품을 정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차기작은 현빈이 주연을 맡은 '역린'. 또 사극이지만 이번엔 웃음기가 쫙 빠질 전망이다. 실없는 조카바보에서 냉혹한 살수로 돌아올 조정석에게 이번엔 '납뜩이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을까.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