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겸손하게, 그리고 절절하게. 한효주, 라미란, 박지수… 청룡영화상 수상의 영광을 안은 세 여배우의 진심이 가슴을 울렸다.
세 사람은 22일 오후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 3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각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지난 한 해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던 세 사람은 이날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신인여우상의 주인공이 됐다.
한효주는 이날 '감시자들'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11년 '오직 그대만' 이후 '광해, 왕이 된 남자', '반창꼬'에 이은 '감시자들'까지, 차곡차곡 성실하게 작품에 출연하며 쌓아 온 신뢰는 이번 '감시자들'에서 빛을 발했다. 경찰청 감시반의 신참으로 분해 설경구, 정우성 등 듬직한 선배들과 호흡을 맞춘 한효주는 실질적으로 극을 이끄는 홍일점으로 활약을 펼쳤다. 멜로, 사극, 드라마를 거친 그녀가 속도감 넘치는 범죄 장르물에도 훌륭히 안착한 셈이다. 장르영화에도 청룡영화상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여배우 한효주에게 처음으로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흥행 면에서도 승승장구하며 20대 여배우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대세' 한효주가 연기력으로도 인정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한효주의 소감은 겸손했다. 그녀는 "멋지고 훌륭하신 선배님들과 후보에 오른 것만 해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는데 부족한 제가 이렇게 큰 상을 받아버려서 무겁고 무섭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서있게 된 건 제 가진 능력보다 훨씬 좋은 분들을 만났기 때문"이라며 함께 한 스태프와 동료들에게 모든 영광을 돌렸다. "감사한 마음과 죄송한 마음, 여러가지 마음의 무게만큼 열심히 하는 잘 하는 배우가 되겠다"는 담담한 고백이 이어졌다.
'소원'의 라미란은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등굣길에 당한 끔찍한 폭력으로 상처를 안고 평생을 살게 된 소녀의 이야기를 사려 깊게 담아낸 이번 작품에서 그녀는 눈물 많은 이웃 아낙으로 분했다. "우리 소원이 어쩌냐"며 가슴을 치다가, 몸져누운 소원이 엄마 앞에 주섬주섬 반찬을 꺼내놓다가 "입을 찢어버린다며" 울먹이고 마는 평범한 이웃의 모습에 여러 관객이 눈물을 훔쳤다. 올해만 '연애의 온도', '스파이'에 이어 '소원'까지, 매번 다른 모습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그녀는 첫 손에 꼽히는 여성 신스틸러다.
그녀의 소감은 '소원'의 진심에 닿아 있었다. '소원'은 아동성폭행의 피해자가 그저 잘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끔찍한 사건을 겪은 사람들을 담담하고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씩씩하게 소감을 이어가던 라미란은 "저는 영화를 하면서 정말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하는 영화가 '소원'이길 바랐다"라며 울먹였다. 라미란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영화와 같은 일을 당한 아이들을 향해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야. 괜찮아 힘내"라고 눈물 섞인 응원을 전했다.
'마이 라띠마'의 박지수는 올해 영화계에서 발견된 새로운 얼굴이다. 그녀는 남편으로부터도, 사랑이라고 믿었던 남자로부터도 버림받은 이주여성 마이 라띠마로 분해 무참히 무너진 코리안 드림을 그려 보였다. 연기 경험이 일천했던, 이름도 낯선 이 신인은 라띠마의 무참한 삶을 담담하고도 처연하게 그려 보이며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드러냈다. 청룡영화상의 신인여우상이 그녀의 차지였다.
놀란 듯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로 무대에 오른 박지수는 감독인 유지태를 향해 "저 정말로 받았어요"라며 말문을 열었으나 결국 감정에 복받쳐 제대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남이 인정을 해준다는 것이 정말 기쁜 것 같다"며 "아무 것도 아닌 저에게 '마이 라띠마'를 찍게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무명 여배우의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또한 먹먹하게 했다. 객석의 관객들 역시 그녀를 향해 진심의 박수를 보냈다.
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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