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개봉하는 두 영화 '역린'(감독 이재규)과 '표적'(감독 창감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암살 위협에 시달리는 정조의 하루를 담은 사극 '역린', 쫓기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액션 스릴러 '표적' 모두 한 눈에도 남성성 짙은 작품. 그렇다고 남자 배우들만이 두 영화를 이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기는 여배우 3인방들이 각기 활약을 펼친다.
한지민 정은채 김성령은 '역린'의 여인들. 그 가운데 한지민은 정조(현빈 분)의 최대 정적 정순왕후 역을 맡았다. 영조의 두번째 왕비인 정순왕후는 정조에게는 10살 어린 할머니이자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에 관여한 인물이기도 했다. 한지민은 궁에서 왕보다 더한 위세를 떨치는 정순왕후의 모습을 그려냈다. 고운 얼굴에 표독스런 기운을 담았다. 왕 앞에서 시중을 시켜 발톱을 깎는 첫 등장신은 안하무인의 실세 캐릭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정은채는 비밀을 품은 궁중 나인 월혜 역을 맡았다. 왕의 옷을 손질하는 세답방 나인인 그는 사실 정조 암살계획의 모의하는 모임을 드나드는 노론 벽파의 끄나풀. 암살 전문가로 키워진 을수(조정석 분)와 풋풋하지만 위험한 사랑을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속을 알 수 없는 깊은 눈의 정은채는 궁중에서는 하찮은 신세에 불과하지만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내내 당당함을 잃지 않는 캐릭터를 그려 보인다.
김성령은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홍씨 역을 맡았다. 권력의 암투 속에 남편을 잃고서 남은 아들을 어떻게든 지키려 애쓰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김성령이 그간 주로 선보였던 화려하고 섹시한 캐릭터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 그러나 실세 정순왕후의 압박 속에서도 기품을 잃지 않는 강인한 어머니의 면모를 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김성령의 활약은 동시 개봉작 '표적'에서 더 뚜렷하다. 비운의 왕세자비에서 능력있는 여성 수사관으로, 180도 변화를 보여준다. 극중 김성령 역할은 강력반의 여성 반장 영주. 지적인 카리스마가 풍기지만 특수부대 소속의 용병으로 등장하는 도망자 여훈(류승룡 분)과 직접 격투를 벌일 만큼 몸싸움에도 능한 능력자다. 김성령은 액션신까지 직접 소화하며 당당히 한 몫을 해냈다.
김성령이 맡은 영주를 가장 믿고 따르는 후배 형사 수진 역은 조은지가 맡았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약하며 매 역할에 녹아나는 연기를 성보여 온 조은지의 활약은 '표적'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엔 의욕 넘치는 젊은 형사로 극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한 축을 담당했다. 짧은 쇼트커트에 바지 차림으로 쇼트커트 머리를 흩날리며 스크린을 누볐다.
의문의 살인사건에 휘말린 의사 태준(이진욱 분)의 아내 희주로는 조여정이 등장해 시선을 집중시킨다. 생기발랄한 로맨스 코미디의 여주인공, 혹은 굴곡진 몸매의 섹시스타로 관객의 뇌리에 남았던 조여정은 이번엔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 여인으로 분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처럼 남성 캐릭터보다 더 현명하고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은 '표적'의 장점이다.
김현록 기자 roky@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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