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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만에 영화인들이 뭉쳤다 "표현의 자유 훼손 말라"

9년만에 영화인들이 뭉쳤다 "표현의 자유 훼손 말라"

발행 :

김현록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모든 시도를 중단하라!"


50여개 영화 제 단체들이 함께한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 영화인 대책위원회'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시의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종용 당시 결성됐던 '부산국제영화제 독립성 지키기 영화인비상대책위원회'가 규모를 불려 약 1주일만에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 영화인 대책위원회'(이하 영화인 대책위)가 됐다. 각 영화계단체장 30명 가까이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영화계 전 부문을 망라하는 이들이 단체를 구성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2006년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 이후 처음이다. 영화계의 위기의식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들이 뭉친 것은 최근 영화계를 뒤숭숭하게 한 일련의 사태 때문. 부산시의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태종용 논란, 사전검열 논란을 부른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제 영화상영등급분류면제추천 제도 수정 시도, 영진위의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축소 등이 연일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영화인들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단하라"고 외쳤다.


또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부산국제영화제의 영화 선정에 대해 자율성을 보장하고 프로그램 선정에 대해 어떤 간섭이나 외압도 행사하지 않겠으며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분명한 선언을 할 생각이 있는가'라고 공개 질의했다. 이와 함께 일련의 사태에 대한 의문과 함께 항의의 뜻으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의 면담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사진=이기범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앞서 부산시는 지난해 감사 결과를 근거로 이용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했다. 여론이 좋지 않자 서병수 부산시장이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면담을 갖고 쇄신안 마련을 당부하며 사태가 일단락된 듯 보였다. 그러나 시의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발전방안과 쇄신안을 내놓으라는 압박이 이어지는가 하면 소명되지 않은 감사 결과가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 부산영화제가 세월호 다큐 '다이빙벨'을 상영한 데 대한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도 함께 일었다.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낸 민병록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은 "부산영화제를 둘러싼 최근 사태는 국가적 망신"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문화융성, 콘텐츠 융성을 부르짖는데 밑 사람들은 그것을 방해하는 것이 한심하다"고 말했다. 민 회장은 "비전문가를 자리에 앉히니 우왕좌왕한다. 모르면 가만히 있던지 자신이 없다면 사퇴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제 영화상영등급분류면제추천제도를 손보려 하며 또한 논란을 부추겼다. 일정 수준을 만족시키는 영화제의 경우 상영등급분류 없이 영화를 상영할 수 있었던 기존 규정을 바꿔 상영작에 대한 사전 심의를 진행하겠다는 것. 이는 영화제의 독립성과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에 지난 달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기획전 '2015 으랏차차 독립영화'에서 '자가당착' 등 3편의 상영이 취소됐으며, 영진위 산하기관인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의 31기 졸업영화제까지 연기됐다.


곽용수 한국독립영화배급네트워크 대표는 "'으랏차차 독립영화'와 관련, 총 11편 중 8편은 이미 등급분류를 받은 영화라 나머지 3편만 신청을 냈더니 처음에는 승인이 나왔다가 급하게 등급분류를 취소했다. 왜 11편 전체를 내지 않았냐는 것이었다"며 "극장입장에서는 고민하다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몰라 상영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독립영화계는 예술영화전용관에 대한 지원 축소 움직임으로 들끓고 있다. 영진위가 추진중인 예술영화전용관운영사업과 다양성영화개봉지원사업을 통폐합하는 '한국예술영화좌석점유율지원사업'은 26편의 영화를 지원 대상으로 정해 이를 상영하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모두 김세훈 영진위원장 취임 이후 벌어진 일이다. 교수 출신인 김세훈 영진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냈다.


곽용수 한국독립영화배급네트워크 대표는 "1년간 예술영화전용관에서 개봉하는 영화가 35~40편 가량인데 지원받은 영화와 안 된 영화가 포함돼 있다"며 "제도가 바뀌면 26편을 선정하고 그것을 상영하는 극장에만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이 26편에 들어가지 않으면 극장 개봉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안병호 영화산업노동조합위원장은 "'다이빙벨' 논란에서 보듯 구미에 맞지 않으니 구미에 맞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며 "보고 싶은 영화만 보게 하고 찍고 싶게 하고 싶은 영화만 찍게 하겠다는 뜻이며 영화를 문화로 대하지 않고 다른 것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문화를 문화로 대한다면 다양한 영화가 공존하는 방안을 깊이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진=이기범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정윤철 한국영화감독조합 부위원장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아니라 영화침체위원회가 아닌가 할 정도"라며 "강한섭 조희문 김세훈 등 현장을 잘 모르는 교수 출신들이 와서 영화계를 말아먹고 있어 걱정과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해체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시장이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하란 법 없다"며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서병수의 퇴진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대책위의 정리된 의견이 아니라는 설명이 뒤따랐지만 영화계의 격앙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경찰 등이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는 "현재 독립예술영화관 쪽 몇 개의 극장들 쪽으로 해당 관할이 아닌 타지역 관할 경찰들의 연락이 온다. 서울에 있는 예술영화관에 지방 정보과로부터, 지방에는 서울 쪽의 정보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는 사실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은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대표는 "부산영화제, 독립영화만의 일이 아니라 영화계 전체가 중대하게 생각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전 영화계가 단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문화진흥과 문화융성에는 좌우가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문화가 더욱 풍부하게 꽃피우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공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대표는 다음 주 초 공식적으로 김종덕 장관에 대한 면담을 신청하고 서병수 부산시장에게도 공개 질의서를 보내겠다며 "일련의 일들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해치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이 같은 위기의식으로 영화인들이 한순간에 다 모였다. 부디 저희가 우려하는 일들이 오늘 이후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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