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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감독 "우빈·하늘·준호, 시너지가 정말 대단"(인터뷰)

이병헌 감독 "우빈·하늘·준호, 시너지가 정말 대단"(인터뷰)

발행 :

전형화 기자
이병헌 감독/사진=이정호 인턴기자
이병헌 감독/사진=이정호 인턴기자

투자심의를 앞두고 초초해 하는 영화감독의 이야기를 다룬 독립영화 '힘내세요, 병헌씨'를 내놨을 때, 그 이병헌이 아니라고 홍보를 했더랬다.


이병헌 감독(36). 이미 영화계에선 대사 맛나게 쓰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었다. '써니' '타짜2' '오늘의 연애' 각본에 참여했고, '네버 엔딩스토리' 원안자이기도 하다.


가천대 국제통상학과를 다니던 이병헌 감독은 졸업을 앞두고 할 일도 없는데 예전부터 좋아하던 영화 시나리오를 써봐야지란 생각으로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그가 썼던 시나리오들이 영화 제작사에 팔린 덕이다. '네버엔딩 스토리'가 처음 팔렸고, 개봉을 앞두고 있는 '스물'도 그 때쯤 팔린 시나리오였다.


시나리오를 쓰고, 남의 영화를 '깔깔이 치다'(보조로 참여해 다듬어주는 일을 일컫는 은어) 보니, 이병헌 감독은 자연스레 연출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상업영화로 데뷔를 하려 했는데 투자심의에 좀처럼 통과하지 못하고 허송세월을 보내게 됐다. 그 때 이병헌 감독은 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힘내세요, 병헌씨'로 만들었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이 잡을 수 있는 법. '힘내세요, 병헌씨'를 보고 '스물' 제작자가 이병헌 감독을 찾아왔다. 당신이 쓴 시나리오니, 당신이 연출해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렇게 거짓말처럼 이병헌 감독은 우연을 기회로 만들었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스물'은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세 남자친구의 이야기다. 인기는 많은 데 딱히 하고 싶은 건 없는 놈 치호, 공부는 잘하지만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말 한마디 잘 못하는 놈 경재, 만화가가 되고 싶지만 어려운 집안 탓에 알바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동우. 김우빈과 강하늘, 이준호가 출연했다. 기자시사회 이후 빵 빵 터진다는 소문이 돌면서 개봉을 일주일 앞두고 예매율이 40%까지 치솟고 있다.


이병헌 감독은 신데렐라가 된 것일까.


-'스물'을 어떻게 하게 됐나.


▶대학을 졸업할 무렵 썼던 시나리오들 중 하나였다. 그 때 팔렸던 시나리오가 돌고 돌았더라. 그런 줄도 몰랐다. '힘내세요, 병헌씨'를 내놓고 다른 영화를 준비 중이었는데 '스물' 제작사 대표님이 찾아오셨다. 같이 해보자고 하시더라. 10여년 만에 다시 시나리오를 보니 "참 모나지도 않았는데 잘 안된 자식"을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하게 됐다. 처음에는 '으리으리'란 제목이었다. 스무살부터 스물아홉까지 이십대의 이야기였다. 다시 보니 왜 영화로 못 만들어졌는지 알겠더라. 이야기도 너무 많고, 마케팅 포인트도 약하더라. 한가지로 이야기를 집약시켜야겠다고 생각했고, 스무 살로 초점을 맞췄다.


-대사가 참 맛깔 난다. 우디 앨런 영화처럼 세 주인공들이 쉬지않고 수다를 떤다. '스물'의 특색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김수현 드라마 같기도 한데. 캐릭터들이 다 똑같이 말들을 쏟아내니.


▶우디 앨런 영화를 좋아한다. 김수현 드라마, 김은숙 드라마 같다는 지적은 사실 시나리오 각색 단계부터 들었었다. 어쩔 수 없는 내 스타일인 것 같다. 애써 캐릭터 별로 대사를 나눌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또래 친구들의 고민이랄지, 그런 게 비슷비슷하기도 하고. 실제로 명문대 갔다가 지금은 장교가 된 경재란 친구와 큰아버지 공장에 취직한 동우란 친구가 있기도 하다.


-극 중 중국집 소소반점에서 하이라이트로 벌어지는 격투 장면은 느닷없지만 유쾌했다. 직접 참여했던 '써니' 데모 장면이 연상되기고 하고.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그 장면은 '써니' 오마주라고 여겼다. 다른 방식이 떠오르면 말고, 아니면 오마주로 그대로 가자는 생각이었다. 소소반점이란 장소 자체가 세 친구의 아지트고, 스무살이란 시간을 공간으로 설정한 것이다. 가만히 있으려 하지만 자꾸 나가라고 떠미는 장소. 그 장면을 4일 동안 찍었는데 배우들이 낸 아이디어가 재밌어서 현장에서 더한 장면도 있다.


-에어 서플라이의 '로스트 인 러브'와 '위드아웃 유'가 삽입됐다. '아비정전'도 들어갔고. 비용이 상당했을텐데.


▶원래 에어 서플라이 노래는 4곡을 사용하려 했는데 너무 비싸서 양심적으로 2곡만 썼다. 한 곡당 3000만원이 넘었던 것 같다. '스물'은 마케팅적으로 스무살 청춘 영화로 포장됐지만 난 30, 40대가 스무살을 추억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그래서 누나 세대가 좋아했던, 그 당시 집에 가면 하나씩 있었던 에어 서플라이 카세트 테이프의 노래를 사용하고 싶었다. '아비정전'의 장국영 탱고 장면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고. 한류스타인 김우빈이 그 장면을 패러디하면 아시아팬들에게 팬서비스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김우빈, 강하늘, 이준호 캐스팅 순서는 어떻게 되나.


▶김우빈은 시나리오 쓸 때부터 같이 하고 싶었다. 그런데 한 중간 정도 시나리오를 쓸 때 너무 스타가 됐다. 살짝 포기하고 있었는데 시나리오를 좋게 봐줘서 같이 하게 됐다. 이준호는 원래 2PM에서 얼굴을 제일 좋아했다. 배우하면 좋을 것 같은 얼굴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감시자들'로 연기를 한다는 소리를 들으니 내가 감사하더라. 20대 배우 중 흔하지 않은 얼굴이라 같이 하자고 했다.


강하늘이 사실 제일 고민이 컸다. 얼굴에 그늘이 짙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만나보고 결정하기까지 몇 초 밖에 안 걸렸다. 그늘이 짙다는 건 내 편견이더라.


-배우들에게 어떤 걸 주문했나.


▶딱히 주문했다기 보다 일단 세 사람의 스무살을 보고 싶었다. 스무살에 가까운 친구들이니 그들의 것을 그냥 보고 싶었다. 대신 말을 주고받는 속도와 대사톤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큰 사건이 없기에 빠르게 주고받는 말이 영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강하늘 때문에 김우빈이 긴장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세 배우들의 경쟁도 치열했다는 소리가 돌았는데.


▶경쟁심은 잘 모르겠다. 다만 김우빈은 잘 할 것이라 믿은 만큼 잘 했다. 그런데 강하늘은 그 당시 기대치가 그렇게 높지 않았다. 하지만 워낙 잘 하니 현장 스태프들 사이에서 강하늘에 대한 칭찬이 많았다. 준호도 사실 가장 드라마가 있는 역할인데 정말 잘했다.

이병헌 감독/사진=이정호 인턴기자
이병헌 감독/사진=이정호 인턴기자

-이병헌 감독의 스무살은 갈림길에서 어느 쪽이었나.


▶아마도 김우빈이 맡았던 치호와 비슷하지 않았나 싶다. 가라는 길을 굳이 가려 하지 않았다.


-'힘내세요, 병헌씨'에서 치호의 그림자가 느껴지기도 하는데.


▶치호가 영화감독을 계속 해서 10년 정도 지나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스물'에서 치호는 부잣집 아들이라 나와 다르다.


-스무살을 다룬 영화인데도 요즘 20대가 많이 쓰는 용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데.


▶취재랍시고 스무살들과 만나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들었다. 정말 많은 외계어가 있는데 나와 정서가 너무 멀더라.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이 영화는 10~20대도 즐기면 좋고, 무엇보다 30~40대가 추억하고 공감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래서 외계어를 쓰면 안되겠다 싶었다.


-세 아이들의 공통된 화두는 대사에도 있듯이 "섹스하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선 여자에 대한 편견이 별로 없는 게 미덕이고.


▶그 나이 때 남자 녀석들의 가장 큰 관심이 섹스니깐.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도 결론은 그렇게 가기도 하고.


-영화 속에서 치호와 여자친구가 섹스를 했을지, 또 마지막에 등장하는 경재와 동우의 여동생은 무슨 일이 있었을지, 관객들이 궁금해할텐데.


▶촬영현장에서도 스태프와 배우들도 많이 궁금해했다. 질문도 많이 했고. 경재와 동우의 여동생은 영화에 나오는 그대로고, 치호는 관객의 몫으로 두자고 했다. 그런데 뭐 안했겠나.


-세 친구가 동시에 하는 새 포즈가 인상적인데.


▶뭔가 세 명이 같이 치기 어린 행동을 하는 게 필요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각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후레쉬맨 포즈부터 정말 다양한 포즈를 취했었다.


-배우 이병헌과 이름이 같은데, 인연이 있나.


▶한자까지 똑같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놀림을 받았다. '악마를 보았다' 촬영장에 놀러갔다가 한 번 만난 적이 있다. 이병헌씨가 이름이 똑같냐며 반가워하더라.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다. 정말 좋은 배우니깐.


-기자시사회 이후 반응이 좋은데. 예매율도 높고.


▶세 배우들의 시너지가 대단한 것 같다. 여러 반응들 중 감독이 약 빨았다는 소리가 제일 재밌고 인상 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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