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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형 "내 원동력은 역할 욕심..'지킬' 현빈 역도 탐나"(인터뷰)

박근형 "내 원동력은 역할 욕심..'지킬' 현빈 역도 탐나"(인터뷰)

발행 :

전형화 기자
박근형/사진=이정호 인턴기자
박근형/사진=이정호 인턴기자



정정하다는 말은 실례였다. 올해 나이 일흔 다섯. 박근형은 영화와 연기에 대한 깊은 연륜을 풀어냈다. 그와 나눈 대화는 때로는 강의 같고, 때로는 소회 같고, 때로는 조언 같았다.


박근형은 4월9일 개봉하는 영화 '장수상회'(감독 강제규)에서 주연을 맡았다. 연로한 배우가 영화 주인공을 맡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외면받기로 쉽다. 그래서인지 박근형은 감사와 책임을 느꼈다고 했다.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촬영 중 두 달 여 동안 폐렴을 앓았지만 내색조차 안했다. 그저 영화 속 인물이 되려 했다고 말했다.


'장수상회'는 독불장군인 할아버지와 옆집에 이사 온 할머니에 반하면서 점점 변해가는 모습을 담은 영화. 얼핏 노년의 사랑을 그린 영화 같지만 상당한 반전으로 끝내 관객의 눈물샘을 건드린다.


박근형은 여러 감정이 섞여 있을 주인공 성칠을 그 인물 그대로인 듯 연기했다. TV드라마에서 익히 보았던 카리스마 넘치는 회장님은 간 데 없었다.


-왜 '장수상회'를 하게 됐나. 이 영화를 하게 돼 영광이라고 했었는데.


▶30여년 만에 영화 주인공을 다시 맡게 됐다. 작품을 하게 되면 인물의 성격을 먼저 파악하고 나름대로 창조한다. 이걸 역할 창조라고 하는데, 그런 작품을 선호한다. 내가 맡은 성칠은 반전이 크지만 그렇기에 원래 생활모습과 똑같이 그리도록 노력했다.


이 영화를 하게 되서 설레기도 했다. 드라마에서도 노년에 주인공을 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사랑 이야기란 점도 굉장히 고무적이었다. 놓치고 싶지 않고, 꼭 하고 싶었다. 드디어 나에게도 기회가 왔구나라고 생각했다.


-사랑 이야기인데. 반전 뒤에는 또 다른 사랑 이야기이고.


▶영화 속에 10대, 30대, 70대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사랑에 문을 여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설렘은 다들 똑같다고 생각한다. 그걸 내가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연극학도 시절로 돌아가 인물을 쪼개가면서 연기해야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까칠한 인물에서 서서히 사랑에 눈 뜨는 모습을 교과서적으로 표현하려 했다.


영화를 본 뒤 편집이 정말 위대하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연극처럼 연기한 걸 집중적으로 그려내는 게 정말 대단하더라. 엄청나게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영화 속 첫 모습은 젊은이들 말로 '꼰대'다. 남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독불장군처럼 행동하는. 젊은이들이 그렇게 노인들을 바라보고, 노인들은 젊은이들의 버릇없음을 탓하며 세대간 갈등이란 게 일어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꼰대가 맞다. 노인네들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 이 노인이 10대, 30대와 계속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면서 변한다. 결국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갖고 대화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러면 서로 호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출연하는 tvN '꽃보다 할배'도 마찬가지다. 젊은 사람들이 그걸 보고 호응하는 것도 서로가 놓치고 있는 걸 나영석PD란 대단한 사람이 잘 찾아내 이끌어줬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노인들과 젊은이들이 서로를 잘 이해 못하는 건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어릴 적에 아버지들에 반항하고 살았다. 지금은 문화적인 산업적인 혜택이 예전보다 훨씬 커졌지만 그 자체는 달라진 게 없다. '장수상회'는 그런 점을 공감하도록 만들어졌다. 사람에 대한 애정은 모든 예술의 공통점이다.


-'꽃보다 할배'가 새롭게 그리스로 갔는데. 달라진 점이 있다면.


▶'꽃보다 할배'가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끄는 건 가족이 붕괴되고, 소통도 없고, 이기는 게 살 길이라는 지금 시대에 노인들 입을 통해 자신들이 가슴 속에 담고 있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그런 점에 젊은이들이 동의했기 때문일테고.


이번에도 초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했다. 우리 넷이 모이면 '꽃할배'를 할 때 의도된 행동은 조심하자고 이야기를 한다. 우리도 만들어서 메시지를 전달하면 안된다고 말을 한다. 그냥 자연스럽게 초심을 지키면 나영석PD가 그 뒷 이야기를 잘 찾아내서 그 사람의 역량으로 전하는 것일 뿐이다.

박근형/사진=이정호 인턴기자
박근형/사진=이정호 인턴기자

-윤여정과 44년 만에 멜로로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됐는데.


▶그 당시에도 사고 방식이 깜짝 놀랄 만큼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주 높은 경지에 올라있더라. 그 때 봤던 눈과 지금의 눈은 아주 다르다. 눈으로 모든 걸 주고 받을 수 있더라. 사랑에 대한 그리움, 설렘, 같은 걸 윤여정 덕에 잘 표현할 수 있었다.


-영화 속에서 연필로 메모한 게 많이 등장한다. 특히 툭 던져지는 유서 같은 메모, 내가 죽어서 발견되면 이 돈으로 장례를 치뤄달라,며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는 많은 생각을 들게 하던데.


▶내가 직접 메모를 다 썼다. 그 글을 쓰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만약에 내가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할까란 생각도 들고, 세상에 죽음보다 더 무서운 게 외로움이다.


-영화 속에서 세대별로 대화하는 장면에서 점점 말이 줄어들고 듣는 모습으로 바뀌는데.


▶당연히 말하는 것보다 듣는 쪽이 낫다. 나이가 들수록 내가 경험을 해보니 이렇다, 저렇다라며 말을 많이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남의 말을 듣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너의 고통이 뭐냐는 걸 알아야 한다. 말이 많으면 진실한 성격을 잘 읽을 수가 없다. 작품 속에서도 인물의 말이 많으면 오히려 표현하기가 힘들다.


-영화 속 인물처럼 짐이 되지 않으려 영화 촬영 내내 아픈 걸 숨겼다던데.


▶저예산영화인 '그랜드파더'를 찍고 바로 '장수상회'에 들어갔다. '그랜드파더'는 예산이 적어 단시일에 찍어야 해서 심신이 피로 했었다. 매일 '장수상회' 촬영을 해야 해서 병원에 못 갔었는데 마침 병원 장면을 찍는 게 있어서 의사에게 진찰을 받았다. 그랬더니 폐렴이라더라. 내가 조금이라도 부담을 주는 게 싫었다. 또 부담을 주면 어리광을 부려야 하지 않나. 그게 싫었다.

박근형/사진=이정호 인턴기자
박근형/사진=이정호 인턴기자

-윤여정은 열등감이 연기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박근형에게 연기의 원동력은 뭔지.


▶역할에 대한 욕심이다. 그 욕구가 그치질 않는다. 어떨 때는 내가 미쳤나 싶다. 젊은 배우들이 하는 역할도 내가 맡으면 어떻게 할까를 상상한다. 최근에는 '하이드 지킬, 나'에서 현빈이 했던 역할이 탐나더라. 다중성격을 가진 인물에 대한 욕심이 나더라.


원래 사회고발 드라마를 좋아한다. 그 속에서 지식은 있지만 용기는 없는 인물을 표현하기를 좋아하고. 그런 역할을 보면 욕심이 난다. 그런 역할을 맡아 인물을 창조하고 관객에 감동을 주면 그 희열은 말할 수가 없다.


-TV드라마에서 매번 출연하는 중년 연기자들을 흔히 생활연기자라고 하는데.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생활연기자라고 하면 두 가지 측면일 게다. 먹고 살려고 연기를 하느냐라는 것과 연기를 생활처럼 하느냐 일테다. 전자는 그렇다치고, 후자는 틀렸다라고 생각한다. 연기는 허구를 실제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허구 속의 약속, 그게 연기다. 허구 속에서 기승전결을 그려내야 하는 약속이고, 그래야 감동이 크다. 그런 게 창조다. 배우도 작가고, 그렇게 사람들을 믿게끔 만들어야 한다. 생활처럼 연기를 하면 그런 감동을 제대로 전할 수가 없다.


-58년부터 연기를 했는데 뒤돌아보면 위기도 여러 번 있었을텐데.


▶58년 19살부터 연극을 시작했다. 64년부터 TV드라마를, 74년부터 영화를 했다. 그러다가 40대 후반에서 50대가 됐는데 어정쩡해지더라. 더 이상 주인공이 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누군가의 아빠가 되기도 어정쩡하더라. 3~4년간 딜레마에 빠져서 모든 걸 그만둘 지경에 빠졌었다.


그러다가 동덕여대 홍유진 교수가 계간지에 쓴 역할창조 논문을 봤다. 줄거리가 있고 곁가지의 인물들이 있는데, 이 곁가지의 인물들이 줄거리를 전달하는 것으로만 소비되는 게 아니라, 다양하게 각자 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줄거리가 훨씬 흥미진진해진다는 것이었다. 바로 이것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럴 때쯤 작고한 김종학PD가 '여명의 눈동자'를 제안했다. 악독한 친일파 형사였다. 예전이라면 악역에 주인공도 아니니 안할 수도 있었겠지만 한 번 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비슷하게 강한 역할을 하다 보니 강한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카리스마 넘치는 회장님 역할을 최근에 주로 하다가 '장수상회'에서는 전혀 딴판인데.


▶이미지가 굳어진 게 불만이었다. 그래서 '장수상회'가 정말 설렜고, 기회다 싶었다.


-여전히 새로운 걸 하고 싶나.


▶새롭게 보여지는 역할을 모두 해보고 싶다. '꽃보다 할매'는 쿠바에 가보고 싶다. 지금껏 보여지지 않았고, 새로울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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