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Starnews Logo

박보영 "아직은, 넘어져도 괜찮아"(인터뷰)

박보영 "아직은, 넘어져도 괜찮아"(인터뷰)

발행 :

김현록 기자

영화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의 박보영 인터뷰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의 박보영 / 사진=이기범 기자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의 박보영 / 사진=이기범 기자


영화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감독 이해영·제작 청년필름 비밀의화원, 이하 '경성학교')은 박보영(25)의 성장을 실감케 하는 작품이다. 한글마저 마음대로 쓸 수 없던 1938년 일제치하의 외딴 여학생 기숙학교, 폐병을 앓다 전학 온 시즈코가 박보영의 몫이다.


아름답지만 어딘지 으스스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그녀는 같은 반 연덕(박소담 분)과 우정을 나누며 점점 기력을 회복해 가지만, 갑자기 사라져버린 친구들을 목격하며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다. 어느덧 20대 중반이 되었지만 아직도 교복이 맞춤옷처럼 어울리는 박보영은 10대 소녀의 우울과 불안, 맹목적이기까지 한 우정을 아름답게 담담하게 그려냈다.


극 후반 여러 장르를 타 넘어가는 반전의 전개를 홀로 책임지다시피 하는 것도 그녀다. 무리하다 싶은 설정마저도 이겨가야 하는 중책을 맡아 탁월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왜 박보영이어야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순간이 곳곳에 있다. '과속스캔들'의 신데렐라는 '늑대소년'의 청순여신, '피끓는 청춘'의 불량학생을 거쳐 20대 원톱 여배우로 당당히 섰다.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의 박보영 / 사진=이기범 기자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의 박보영 / 사진=이기범 기자


직접 만난 박보영은 '경성학교'의 불안한 소녀보다 훨씬 단단하고 듬직한 느낌이었다. 스크린에서 실감한 동안이야 현실에서도 여전했지만, 훨씬 강단있고 여유로워 보였다고 할까. 허나 무슨 인연인지 '경성학교' 이전 '늑대소년'에서도 몸이 아파 산골로 요양 온 소녀 역할을 맡았던 그녀는 "저는 병약한 편이 아니고 너무 건강하다"고 웃음을 터뜨리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환자로 나와야 하니까 살을 빼야하는데, 너무 힘든 거예요. 볼살은 또 제일 안 빠지고요. 처음엔 빼려고 노력하다가 이후엔 조금씩 먹었어요. 저희 회사 대표님이 '몸 상태가 나이진 장면에서 기가 막히게 얼굴이 동그랗더라'고 하시는 거예요. 소녀들 사이에서 병약한 애인데 제가 제일 튼튼해요. 이제 신체 건강한 아이가 되어야겠어요.(웃음)"


하지만 시즈코가 친구들에게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대목에서는 옛 경험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연덕과의 우정을 "사춘기 여학생들이 느낄 수 있는 사랑과 우정"이라고 말했던 그녀는 "왕따는 나쁜 것"이라며 학창시절을 되새겼다.


"고등학교 때까지 충북 시골에 살다가 2학년 때 EBS 청소년 드라마로 데뷔했어요. 주중에는 학교 다니고 주말엔 촬영하고 그랬는데, '쟤는 뭐 한다니' 이런 분위기가 살짝 있었어요. 괴롭힘, 따돌림 같은 것도 살짝 있었고요. 여학교고, 신기하기도 하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 절 지켜주고 그런 친구들이 있어서 정말 생각이 났어요. 1학년 때 제 책상에 다른 반 애들이 막 쓰레기를 넣어놨는데 친구들이 저 몰래 그걸 다 치워놓은 거예요. '보영이한테는 말하지 말자'하고 정리해 주고. 나중에 참 고마웠어요."


병약한 소녀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며 극의 분위기까지 바뀌는 후반부는 박보영에게도 도전이나 다름없었다. 박보영은 "감정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없었지만 표현하기가 어려웠다"며 "내가 좀 더 내가 아닌 것처럼 할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고 겸손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감정이 전혀 이해가 안 될 때는 감독님에게 여쭤봐요. 저는 제가 이해가 안되면서 그냥 하면 '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가 화면에 티가 나요. 예전엔 그런 걸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잘 몰랐어요. 주위에 선배님, 동료들이 생기면서 조금씩 더 알아갔고요. 나중에 관객들이 스크린에서 보실 때는 제가 하는 거니까 제가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물론 믿고 하라고 하면 '네' 하고 합니다."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의 박보영 / 사진=이기범 기자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의 박보영 / 사진=이기범 기자


'경성학교'는 시대 배경과 장르적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제목이지만, 사실 '소녀'라는 이름으로 박보영에게 주어졌다. 소녀란 이번 영화 속에서 소녀가 되었으며, 그 전에도 이런저런 소녀의 모습으로 관객을 찾곤 했던 박보영에게는 남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단어이기도 하다.


"'소녀'라는 단어가 주는 감성적인 것들이 있잖아요. 나중에 제목을 바꿔야 한다고 해서 '왜요~~' 그랬어요. 예전에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아, 나는 소녀를 벗어날거야. 그러고 말거야.' 그런데 지금은 굉장히 좋아요. 아주 좋아요. 교복도 너무 좋고요. 그렇게 편할 수가 없어요. 제가 이제 한국나이로 스물여섯이에요. 저는 서른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는데, 자꾸 주위에서 '곧 온다', '곧 온다' 그러네요. 아직은 소녀가 좋아요."


30대를 맞이할 준비가 안 됐다면서도 여배우로서의 앞날에 대해서는 늘 진지하게 고민하는 그녀다. "마음의 준비는 안 됐는데 생각은 엄청 한다"며 박보영은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서 더 다양한 걸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나중엔 더 무서워서 못 고를 것 같은 느낌인 거예요. 지금은 고민하다가도 '경험하자. 넘어지면 어때 일어나면 되지. 다음엔 조금 더 잘하겠지' 이렇게 생각해도 되잖아요. 혹시 나중에 덜컥 뭔가를 했을 때 지금처럼 '난 괜찮아'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직은 조금 무서워요. 그래서 최대한 서른이 다가오기 전에 다양한 걸 해봐야겠다, 그 전에 기반을 쌓으면 후에 더 안정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요. 혹시 노출도 도전할 생각이 있냐고요? 하나 빼놓은 게 그거예요. 그냥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웃음)"


멜로 연기를 잘 하려며 연애도 좀 해보라는 조언도 종종 듣는다. 한 번도 한 눈에 반한 적이 없어, 이상형은 '정신이 건강하고 생각이 올곧은 사람'이란다. 여배우가 연애는 다음에 하겠다며, 얼굴은 안 본다고 하는 게 딱히 와 닿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솔직히 연애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특히나 일이 만아 생각할 틈이 없다"는 고백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박보영은 다양하게 도전하겠다는 다짐대로 '경성학교' 외에도 영화 '돌연변이', '열정같은 소리 하고 있네'에 이어 새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까지 쉼 없이 출연하고 있다.


"지금이 제일 편해요. 어찌 들으실 지 모르겠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막 더 잘 되고 싶다거나 하는 마음이 사실 없어요. 배우로서 작품을 해나가면서 제 개인적인 삶도 불편함이 많지 않은 지금이 좋아요. 배우로서 바람이 있다면, 아 보고싶다,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굉장한 욕심이지만 어쨌든 그냥 욕심이니까요. 조심스럽게, 그냥 그렇게요."


주요 기사

    연예-영화의 인기 급상승 뉴스

    연예-영화의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