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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 "'암살' 8.15 천만..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감동"(인터뷰)②

최동훈 감독 "'암살' 8.15 천만..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감동"(인터뷰)②

발행 :

전형화 기자

[★리포트]

최동훈 감독/사진=임성균 기자
최동훈 감독/사진=임성균 기자

광복 70주년인 2015년 8월15일. '암살'로 두 번째 천만 영화의 주인공이 됐지만 수화기 너머 들리는 최동훈 감독의 목소리는 마냥 밝지는 않았다. 그는 액땜을 톡톡히 했다. 난데없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통사고마저 당했다. 간신히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다. 최동훈 감독은 "액땜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모두 받아들이자는 마음"이라고 했다.


그래도 축하할 일은 축하할 일. 최동훈 감독은 '암살'로 '도둑들'에 이어 한 편도 하늘이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는 천만 관객 동원을 두 번이나 하게 됐다.


"'도둑들'도 8.15 때 천만명이 넘었다"는 최동훈 감독은 "2년 반 전에 기획할 때만 해도 광복 70주년을 의식하지는 않았다. 재밌고 유익한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면 막상 이렇게 우연이 겹치니 놀랍기도 하고 감사하며 살아야겠구나란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180억원을 들여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친일파를 처단하는 영화를 만든다고 할 때만 해도, 그렇게 만든 영화를 관객 앞에 내놓을 때만 해도, 불안 불안했었다. 도전이었기 때문이었다. 1930년대는 한국영화계에는 저주 받은 시대라고 불릴 만큼 당시를 그린 영화들이 줄줄이 망했었다. 블록버스터에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것도 모험이었다.


최동훈 감독은 "이번에는 정말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훨씬 더 공을 들였고, 열심히 찍었다"면서도 "그래도 결국은 운이 좋다는 마음"이라고 했다.


'암살'의 성공으로 여성 독립 운동가들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감독의 의도야 어쨌든, '암살'은 나라에 빛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잊혀진 사람들을 다시 이 시대로 불러들였다. 최동훈 감독은 "다른 느낌을 주는 상업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만들기 전에도, 만든 뒤에도 압록강 너머에서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다"고 토로했다.


최 감독은 "그 분들의 고통과 슬픔, 의지를 가늠할 수가 없다. '암살'은 장르영화로 즐거움도 있지만 감동도 있다. 그 감동은 그 분들에 대한 감동이고, 그 감동이 그대로 전달된 게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분들의 행동과 정신이 이 시대에 회자될 수 있다면 '암살'을 만들기 참 잘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암살'은 수많은 기록을 새롭게 세웠다. 최동훈 감독에겐 두 번째 천만 영화며, 여자가 주인공인 첫 천만영화며, 1930년대 저주를 깬 첫 천만 영화기도 하다. 여러 기록 중 최동훈 감독은 "1930년 징크스를 깼다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나 스스로도 일제 강점기를 다룬 영화를 또 보고 싶다. 여러 차례 거론되다보면 다른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다. 2차 대전 초기를 배경으로 '카사블랑카' 같은 영화가 나온 것처럼 앞으로 1930년대를 다루면서 다른 영화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암살'로 조그마한 간격을 허문 게 기쁘다"고 했다.


감독에게 영화 흥행 원인을 묻는 것만큼 어리석은 질문도 없다. 그럼에도 친절한 최동훈 감독은 선선히 답했다. 그는 "'암살'에는 씁쓸한 멋이 있다. 삶과 죽음이 서스펜스한 액션과 긴장된 상황에 담겼다"며 "그 시대를 다루지만 서사보단 캐릭터를 중심으로 푼 게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동훈 감독은 "영화를 찍고 편집을 하면서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난 뒤 어떤 캐릭터를 떠올리거나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된다면 상업적인 힘이 생길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둑들'은 고전영화 같은 느낌을 준 게 흥행의 요인인 것 같다고 꼽았었다.


최 감독은 "'도둑들'과는 전혀 다르게 경계선을 넘은 느낌"이라고 했다.


최동훈 감독은 '도둑들' 이후 '도둑들2'를 기획하다가 덮었다. 그리고 오래 전 막연히 구상했었던 친일파 암살 이야기로 들어갔다. 그의 전작들은 유쾌하고 경쾌했다. '암살'은 사뭇 다르다. 그 시대 그 사람들을 그리는 데 마냥 유쾌하고 경쾌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그런 이야기여야 했다.


최동훈 감독은 "나는 이런 톤앤매너가 정말 좋은 데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지 너무 궁금했다. '암살'이 천만이 넘은 게 상업적인 성공보다는 소통했구나란 기쁨이 더욱 크다. '도둑들'보다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흥행과는 별개로 감독 최동훈은 '암살'로 선입견에 시달리기도 했다. 전작들이 케이퍼무비(도둑들이 힘을 모아 한탕 벌이는 장르영화)다 보니 '암살'도 사람들이 케이퍼무비 잣대로 들여다보면서 깎아내렸다. '암살'은 오히려 느와르 장르에 가깝건만 선입견은 어쩔 수 없었다. 최동훈 감독은 "제작사 이름(케이퍼필름)을 바꿔야 하나란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난 '암살'처럼 정서감 있는 영화를 좋아했다. 그래서 '암살'을 만들고 나서야 내가 이런 걸 만들고 싶었지란 생각이 들더라. 지금껏 케이퍼무비들을 했었지만 이제야 내가 뭘 좋아했나, 새롭게 나를 돌아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책상서랍 안에 여러가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쌓여있다. 진실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동훈 감독/사진=임성균 기자
최동훈 감독/사진=임성균 기자

'암살'이 성공했으니 성공한 이야기에 새끼를 치고 싶어 하는 건 인지상전이다. 벌써부터 '암살' 프리퀄에 대한 이야기도 이곳저곳에서 나온다. 최동훈 감독은 "'암살' 프리퀄 이야기를 듣고는 나도 덩달아 그럴 수도 있지란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부터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동훈 감독은 전작에서 조연으로 썼던 배우를 차기작에선 주인공으로 써왔다. '타짜'의 김윤석을 '전우치'를 거쳐 '도둑들'에서 주인공으로 썼던 것처럼, '도둑들'의 전지현과 이정재를 '암살'에선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차기작에선 어떤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울까, 아니 그는 '암살'에서 어떤 배우가 가장 인상이 깊었을까.


최동훈 감독은 "전지현과 이정재, 하정우 셋이 맡은 역할은 시간이 지나도 떠오를 수 밖에 없다"면서 "사실 시나리오를 쓸 때 가장 힘들었던 건 조진웅이 맡은 속사포였다"고 털어놨다.


최 감독은 "속사포는 시나리오상에선 간단한 인물이었지만 조진웅이란 배우가 완전히 새로운 인물로 만들었다. 진심이 드러나면 오히려 쑥스러워하는 최동훈이란 사람의 캐릭터까지 담겨있다"면서 "조진웅이 영화 속에서 전지현에게 '대장'이라고 부른 대사가 참 좋았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란 느낌이었다. 내가 부족한 걸 배우가 획득해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조진웅이 무슨 역할일지는 모르지만 최동훈 감독의 차기작에 합류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최동훈 감독은 "캐스팅은 어떤 이야기일지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라며 "조진웅과 그렇게 친하지도 않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천만 영화를 두 편 만든 감독의 다음 행보가 당연히 궁금했다. 그는 "해외 영화제를 여러 곳 갈 것 같다. 그 시간들을 보내면서 '암살'을 떠나보내게 될 것 같다. 다음 영화는 그 뒤에 정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최동훈 감독은 '암살'과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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