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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풀8', 타란티노와 웨스턴 추리극이 만났을 때

'헤이트풀8', 타란티노와 웨스턴 추리극이 만났을 때

발행 :

김현록 기자

[리뷰]

사진='헤이트풀8' 스틸컷
사진='헤이트풀8' 스틸컷


'쿠엔틴 타란티노의 8번째 영화'라는 큼지막한 자막이 스크린을 때린 뒤에 '헤이트풀8'(THE HATEFUL EIGHT)이라는 제목이 와 박힌다. '10편만 찍고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제목에도 숫자 8을 박아 '이제 2편 남았다, 알지?'하고 신작의 첫 장을 여는 듯하다. 그리고 늘 그랬듯 뜻밖의 끝을 향해 질주한다.


'헤이트풀8'은 감독의 전작 '장고:분노의 추적자'를 잇는 흑인 주인공의 서부극이다. 허나 내용은 딴판이다.


배경은 남북전쟁 이후 몇 년이 지난 미국 와이오밍주. 거센 눈보라가 속에 레드락 시로 1만 달러가 걸린 여죄수 데이지(제니퍼 제이슨 리)를 데려가던 존 루스(커트 러셀)는 눈 속에 고립된 흑인 현상금 사냥꾼 워렌(사무엘 L. 잭슨)과 신임 보안관 매닉스(윌튼 고긴스)를 차례로 태워준다. 레드락에 당도하지 못하고 '미니의 잡화점'에 머물게 된 이들은 4명의 남자들을 만난다. 의심많은 존 루스는 데이지에게 걸린 현상금을 노리는 놈이 있을 거라 경계하고, 잡화점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이들은 왜 여기에 모였을까. 아니나다를까, 피와 죽음이 그들을 기다린다.


타란티노 감독 특유의, 말 많은 나쁜 놈들이 벌이는 피칠갑 액션은 여전하다. 예상치 않은 순간 터져 나오는 유머 코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흑인과 백인, 남부와 서부, 양립하기 힘든 믿음과 성격을 지닌 악인들을 꾸역꾸역 오도 가도 못 할 가게 안에 밀어 넣은 타란티노 감독은 뜻밖에 추리게임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연상시키는 밀실 살인사건이다. 꼼수가 다른 악인이 모였으니 선악마저 의미없다. 예측을 배반하는 감독 특유의 전개가 추리극과 맞물려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아내를 구하려던 흑인 영웅 장고와 달리 '헤이트풀8'의 중심인 흑인 워렌은 영민하고 민첩할 뿐 거짓말쟁이 악질에 다름 아니다. '킬빌', '바스터즈:나쁜 녀석들', '장고'로 이어지던 영웅담도, 응징 코드도 없다. 의심이 죽음을 또 다른 죽음을 낳는 난장판이 타란티노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을 연상시킨다. 8편의 타란티노 영화 중 5편에 출연한 사무엘 L.잭슨 등 사단의 핵심멤버를 불러모은 배우들의 호흡은 역시 차지다. 그 중에서도 처음 합류한 홍일점 제니퍼 제이슨 리의 나사 풀린 연기가 단연 으뜸. 특별 출연한 채닝 테이텀도 반갑다. 더 반가운 이름, 40년 만에 웨스턴 무비 음악을 맡은 엔리오 모리코네도 있다.


167분 인내력을 요하는 러닝타임이지만 뒤로 갈수록 긴장감이 쫄깃하다. 당연히 청소년관람불가. 내년 1월 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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