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시사도 없이 극장가에 쫙 깔리긴 했지만 '셜록:유령신부'는 영화가 아니다. 알려진 대로 시즌3을 이어오며 세계적 인기를 얻는 영국 BBC의 드라마 '셜록'이 올해 시즌4 방송을 앞두고 내놓은 특별판이다. 지난 1일 영국 BBC와 미국 PBS에서 이미 전파를 탔다. 그 인기와 화제성에 힘입어 한국에선 최초로 극장 상영이 결정돼 지난 2일 첫 선을 보였다. 그 자체가 팬서비스나 다름없는 번외편인데다, 스크린 상영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만들어진 TV용 드라마인데 극장에서 보는 셈이다. 스크린에서 만난 '셜록:유령신부'는 미덕과 한계가 명확하다.
배경은 1895년 크리스마스를 맞은 빅토리아 시대의 런던. 이제 막 대지주 사건을 해결하고 베이커 스트리트 221B로 돌아온 셜록(베네딕트 컴버배치)과 왓슨(마틴 프리먼)에게 런던 경시청의 레스트레이트(루퍼트 그레이브스) 경감이 찾아와 '유령신부' 사건을 털어놓는다.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대낮에 총기를 난사하다 입에 총을 쏴 목숨을 끊은 여인 에밀리아 리콜레티(나타샤 오키페)가 다시 나타나 남편을 살해하는 말도 안 되는 사건이다. '세상에 유령은 없다'며 곧장 리콜레티의 시신을 확인한 셜록과 왓슨은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셜록:유령신부'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이 살았던 빅토리아 시대로 배경을 옮긴 특별판이란 점만으로도 팬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슬림한 모직 코트에 목도리를 둘렀던 곱슬머리 셜록 대신 소설 속 사냥모자와 케이프 코트를 두른 셜록을 만단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뛴 팬들이 어디 한둘이랴. '셜록:유령신부'는 이같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흥미진진한 다중 브로맨스며 드라마의 주요 등장인물들의 변신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경이 배경인 만큼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이나 '마지막 사건' 등 원작소설을 적극적으로 응용하면서 드라마 뿐 아니라 소설 '셜록 홈즈'의 팬들에게도 아낌없이 서비스한다.
그러나 기존 드라마와 별개로 한 편을 온전히 즐길 만한 완결된 이야기는 아니다. '셜록' 시즌3과 시즌4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면서 흥미를 돋우는 에피타이저 정도랄까. 죽은 자의 부활이란 테마부터가 숙적 모리아티의 귀환을 연상시키는 '셜록:유령 신부'는 팬 서비스용 스페셜 에피소드로는 딱이지만, 극장용으로서의 매력은 떨어진다. 영드 '셜록'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는 절반 이상이 이해하기 조차 어려운 내용이라 어두침침한 화면에 졸음이 밀려오기 일쑤. 잘난 척의 끝을 보여주는 셜록 식 나홀로 추리 또한 이전 시리즈에 비하면 쫀쫀함이 떨어진다. 더욱이 커다랗게 인물을 비추는 카메라나, 특유의 요란한 화면 전환 등은 대형 스크린을 염두에 두지 않았음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사전정보 없이 극장을 찾았다가는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 나오는 감독 인터뷰나, 특별 영상이라며 영화가 끝난 뒤 등장하는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틴 프리먼의 인터뷰에 당황할 수도 있다. 물론 팬들에게는 이만한 서비스가 또 없다. 나지막이 울리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음성을 빵빵한 극장 사운드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팬들이라면 기꺼이 극장으로 가시길. 그것이 아니라면 한 번 더 극장행을 재고해 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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