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왕이 돌아왔다.
손예진이 올 여름 두 편의 영화를 차례로 내놓는다. 2014년 여름 800만명을 동원한 '해적' 이후 2년 만이다. 6월23일 개봉하는 '비밀은 없다'와 8월 초 개봉하는 '덕혜옹주'. 두 편 모두 손예진이 타이틀 롤이다.
'해적' 이후 손예진은 여러 의미 있는 도전을 했다. 참담한 흥행 실패로 끝났지만 한중합작 영화 '나쁜 놈은 죽는다'로 중국 시장 진출을 도모했다. 원래는 지난해 개봉했어야 했던 '비밀은 없다'에선 정치 스릴러 중심에 섰다. '덕혜옹주'에선 비운의 마지막 황녀 덕혜를 맡았다.
모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해적'으로 흥행과 여우주연상까지 품에 안은 손예진은, 좀 더 쉬운 길을 걸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 도전했으며,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정치 스릴러에 참여했다.
'비밀은 없다'는 국회 입성을 앞둔 정치인 부부의 딸이 실종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선거에만 몰두하는 남편에 배신감을 느낀 아내가 딸을 찾아나면서 충격적인 사실을 접한다는 내용이다. 정치 스릴러에서 여주인공은 꽃 같은 역할이거나 팜므파탈로 소비되곤 한다.
손예진은 다르다. 이야기를 이끄는 데다가 엄마 역할이다. 상당한 도전이다. '비밀은 없다' 포스터가 손예진만 전면에 내세운 이유기도 하다.
'덕혜옹주'는 무려 4년여 동안 기다린 끝에 찍은 영화다.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덕혜옹주'는 조선의 마지막 왕녀 덕혜옹주를 그린 작품. 시대극에, 여자 주인공에, 비운의 이야기란 점 때문에, 제작이 쉽게 돌입하지 못했다. 손예진은 허진호 감독에게 제안을 받고 그 긴 시간 동안 묵묵히 '덕혜옹주'를 기다렸다. 의리이자, 영화와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여자를 중심에 둔 작품은 많지 않다. 흥행이 안된다는 속설 때문이기도 하고, 감독들이 대부분 남자인 탓도 있다. 한국 뿐 아니다. 전 세계 영화계가 비슷하다. 그렇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순 없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손예진(35)은 상업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도전을 하면서 여배우로 갈 길을 모색하고 있다. 전도연과 김혜수 같은 바로 윗세대 선배들과는 또 다른 길이다.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 20대 여배우가 거치는 길을 지나간 그녀는 스릴러와 액션, 공포, 블록버스터 등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때문에 상복은 적었지만, 하나의 이미지에 갇히지 않았다.
손예진이 흥행퀸 타이틀을 얻게 된 건, 그런 쉼 없는 도전 때문이기도 하다. 대형 스캔들 한 번 없었던 철저한 자기 관리도 한 몫 한 건 물론이다.
6월부터 시작되는 여왕의 귀환은, 그래서 반갑다. 관객들도 손예진을 다시 만나는 게 반가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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