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경택 감독이 '극비수사' 이후 2년만에 신작으로 관객과 만난다. '희생부활자'가 13일 개봉한다. 죽은 사람들이 되살아나 자신을 살해한 사람을 죽인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부활한 엄마가 검사인 아들을 죽이려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영화다.
'희생부활자'는 '친구'로 익히 알려진 곽경택 감독의 영화 색깔과는 사뭇 다르다. 곽경택 감독으로선 흑역사로 기억되는 '닥터K' 이후 다시 도전하는 판타지 스릴러기도 하다. 그는 왜 다시 익숙하지 않은 장르로 출사표를 던졌을까, 개봉을 하루 앞두고 곽경택 감독의 이야기를 들었다.
-'희생부활자'는 곽경택 감독의 그간 작품들과 사뭇 분위기가 다른 장르인데. 선택한 이유는?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과거 '닥터K'로 인생에 기억에 남는 최악의 경험을 했다. 그래서 또 판타지 스릴러를 했다가 내 목을 스스로 조르는 게 아닌가란 후회도 많이 했다. 그래도 원작인 박하익 작가의 '종료되었습니다'를 읽었을 때 흡입력이 워낙 상당했다. 이 흡입력을 영화에 넣어보는 것도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18고까지 썼다던데. 어떤 것에 대한 고민이 컸나.
▶여전히 결말부문에 대한 고민이었다. 신선한 소재로 시작했다가 모성이란 휴머니즘으로 끝내는 걸 불편해하는 주위의 시선이 있었다. 그래서 그걸 세련되게 만들려는 고민을 계속 했다.
한편으론 원작자인 박하익 작가에게 죄송하다. 원작에서 원한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부활해서 자신을 죽인 사람을 살해한다는 RV라는 설정과 엄마와 아들 관계만 갖고 왔다. 그러니 영화는 원작과 다른 주제의식을 드러내기에, 원작자 의도와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RV란 설정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나.
▶일단 그 설정을 굉장히 즐겼다. 나는 좀비영화는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안 본다. '전설의 고향' 같은 귀신 이야기를 즐겼던 귀신 세대이기도 하고. 그래서 RV를 표현하는데 좀비식으로 가야할까, 귀신처럼 풀어야 할까, 고민이 됐다. 결국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는 게 한 때문이 아니겠나. 그래서 귀신에 가깝게 표현하려 했다.
-김래원과 김해숙이 '해바라기'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추는데.
▶오히려 그런 조합이 처음에는 부담됐다. 김래원이 먼저 캐스팅 되고 엄마 역할에는 고민이 많았다. 엄마 역할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부담을 뒤로 하고 철저히 김해숙을 놓고 연기 베이스로만 봤다. 촬영을 하면서 김해숙이 경찰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을 찍을 때 그 표정을 보고 굉장히 행복했다. 김해숙이란 배우가 다른 작품에서 안 보여줬던 룩을 하나 건졌다는 생각이 들더라.
-한국이 자살이 많다는 이야기, 국정원과 경찰-검찰 간의 알력 등이 곳곳에 녹아들어있는데.
▶사실 RV는 당의정처럼 하고 그 안에 그런 이야기들을 녹여내고 싶었다. 어릴 적에 선생님한테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10배는 잘 사는데 자살률은 1위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나라가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다. 취재하면서 만난 경찰 중에 마포서 한곳에서만 한강에서 1년 동안 발견되는 시체가 250구나 된다고 하더라. 한강의 기적이라고 했지만 결국 슬픈 강이구나 싶었다. 그런 이야기로 경종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영화 속도감을 주려다 보니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편집돼 아쉬움이 있다.
국정원과 경찰, 검찰 간 알력은 취재를 해보면 각 조직간 반복이 실제로 심하다. 수사권 조정 같은 이야기들을 그래서 녹여내고 싶었다.
-그간 작품들은 대체로 동적인데 '희생부활자'는 정적인데.
▶그래서 작가로서, 테크니션으로 이번 영화를 하면서 여러모로 되돌아보게 됐다. '극비수사'를 한 건 '친구2'를 찍고 폭력과 잔인함으로 어필하려는 내가 못마땅해서 그런 걸 다 빼고 싶어서 한 작품이다. 그리고 '극비수사'를 한 뒤 '희생부활자'를 한 건 또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고.
-'희생부활자'는 3년 전에 기획됐고, 2년 전에 촬영이 끝난 영화지만 그 안에는 최근 지적되고 있는 중국동포들을 범죄자로 묘사하는 시선이 담겨있는데.
▶사회적으로 보면 마이너리티가 범죄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도 그렇고. 그래서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걸 묘사하려다 보니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 같다. 현실적으로 담기 위한 선택이다. 차이나타운의 이미지를 포기할 수 없었다. 사실 재일동포, 재중동포, 카레이스키 등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언젠가 그들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고, 그걸로 미안함을 갚고 싶다.
-영화 속에 계속 비가 내리고 축축한 정서를 담아냈는데. 그걸 위해 비 내리는 날에도 촬영을 강행했다고 하고.
▶그간 한국영화를 보면 해가 쨍쨍한데 비가 오는 장면들이 더러 있었다. 그건 화면을 구성하는 기술자들의 성의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영화 전체에 축축한 느낌을 깔아보자란 생각에 힘들어도 해보자고 생각했다.

-배우들과 호흡은 어땠나.
▶김래원은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이 영화는 남자주인공이 돋보이는 게 아니다. 내가 제안한 작품이니 찐한 남성 이야기인 줄 알았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래도 김래원은 긴가민가 하지만 믿고 갈게요라고 오케이를 했다. 김래원이 선택했기에 투자도 됐다. 기초를 다줘준 것이다. 현장에서 궁금한 건 쉬지 않고 물어보더라. 아마 내 영화들 중 배우가 하기 가장 어려운 연기를 한 것 같다. 당황하고 당혹스러운 감정으로 영화를 내내 끌고 가야 했으니깐.
김해숙은 정말 믿고 보는 배우다. 특별한 디렉션을 하지 않고 일단 맡겼다가 내 의도와 다르면 이야기를 했다. 마지막 감정 장면 같은 경우 처음에는 애절한 식으로 표현을 하길래 "선생님"이라고 했더니 더 듣지도 않고 "알겠어요"라고 하더라. 뭘 알겠다고 하는지 싶어서 봤더니 다음 테이크에 내가 원하던 그대로 하더라. 몇 가지를 항상 준비해 놓고 오는 것 같다. 그 에너지가 어디서 오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장영남과 전혜진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정말 부단히 노력했다. 성동일은 많이 힘들어했다. 대사를 할 때 시나리오와 토씨 하나 못 바꾸게 했다. 유해진을 '극비수사'에서 코미디를 빼고 정극으로 보여줬던 것처럼 성동일에게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결국은 모성 이야기다. 한편으론 그간 곽경택 감독은 강한 남성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모성에 끌린 이유가 있다면.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 중 미국 엄마는 아이들이 어릴 때 나눠먹으라고 한다고 했다. 일본 엄마는 아이에게 폐 끼치지 말라고 하고, 한국엄마는 기죽지 마라고 한다는 이야기. 그렇게 우리 엄마들은 때로는 자식을 위해 희생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식사랑 때문에 역작용이 나기도 한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의식적으로 여자 이야기를 한 건 아니고 원작에서부터 엄마와 아들 이야기를 가져왔기에 그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조선족 범죄자로 김민준이 특별 출연했는데.
▶'사랑'에서 맡았던 인물의 조선족 버전이라고 이야기해줬다. 육체적으로 김래원에게 밀리지 않을 배우가 필요했다. 그래서 다른 작품을 촬영 중인 김민준에게 부탁을 했다. 어려운 역할인데 흔쾌히 받아들였다.
-희생부활자가 하는 말이 이스라엘어인데. 그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다면.
▶아무래도 엑소시즘, 부활, 이런 것들이 서양적인 메카니즘에서 오지 않았나. 그래서 그런 설정을 했다. 사실 여러 설정을 더 많이 해서 촬영을 했는데 그러다보니 어렵다고 하더라. 그래서 편집을 했다.
-차기작은.
▶세 작품이 엎어지고 네 작품째를 준비 중이다. 남북 스파이물이다. 10년 전에 탈북한 친구에게 들었던 북한의 전설적인 인물과 관련된 이야기다. 김윤석과 주지훈이 찍고 있는 '암수살인'은 내가 제작 총지휘를 맡고 있다.
-'희생부활자'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게 됐는데.
▶부산영화제가 성장통을 심하게 겪고 있는 것 같다. 다시 빨리 원년 멤버들처럼 순수하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야 30회, 40회까지 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 같다.
-내일이면 개봉인데 '닥터K' 악몽이 되살아날까.
▶글쎄 내일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닥터K' 때는 기자시사회 끝나고 질문을 하는 기자들이 한 명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떤 권력자 한 분이 여기 인터뷰 하지 마세요라고 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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