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8은 현재진행형이 역사."
1980년의 광주를 이야기하는 또 다른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이 개봉을 앞둔 본격 출사표를 던졌다.
18일 오전 서울 명동역CGV 시네라이브러리에서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감독 박기복)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박기복 감독과 배우 김꽃비, 전수현, 김채희, 김효명이 함께했다.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과 38년이 지난 2018년 5월을 대비시켜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 그리고 시효 없는 국가폭력과 범죄를 다룬 작품이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1989년 발생한 '이철규 변사사건'이라는 두 역사적 사건을 결합해 제작됐다.
배우 김채희와 김부선이 1980년과 2018년의 명희를 그리며, 김꽃비가 1980년 5월에 멈춰버린 채 정신분열을 겪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딸 희수 역을 맡았다.
지난 광주 출정식 당시 영화 출연 제안을 받고 너무 기뻤다고 밝혔던 김꽃비는 10여년 전 배낭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방문한 광주 민주화운동묘역에서 5.18에 대해 처음 제대로 접했다고 고백했다.
김꽃비는 "내가 5.18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충격이었고 놀랐다. 더 알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썼던 일기도 있다"며 "저에게는 엄청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다. 그렇게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 영화의 출연 제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꽃비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돼야 한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게 많아 계속 이야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도 이 이야기에 참여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김꽃비는 극중 희수가 코미디언으로 설정된 데 대해 "너무 틀에 박힌, 흔하게 떠올릴 수 있는 인물 말고 생생하고 살아있는 인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전형적 인물은 오히려 멀게 느껴진다. 정말 내 주변에 있는 사람처럼 만들고 싶어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신예 전수현은 1980년 광주에서 군부독재 타도에 앞장섰던 법대생 철수 역을 맡았다. 3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전수현은 합격 통보를 받고서야 경쟁률을 알았다며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부모님과 같이 있었다. 전화를 받고는 부둥켜안고 눈물까지 흘렸다"고 털어놨다.
전수현은 "저희 외할아버지가 5.18민주화운동 묘지에 계신다 그래서 더 자랑스러웠다"며 "철수 역을 맡으며 제일 고민했던 건 1980년 사람들의 상황과 감성을 어떻게 표현해야 더 사실적이고 감동적으로 받아들여질까 하는 부분이었다. 특히 철수는 당시 활발히 활동하신 분이 모티브인데 남다른 상황과 감성이 있을 것 같아 집중적으로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밝히기도 했다.
역시 오디션으로 발탁된 신예 김채희는 과거의 명희 역을 맡았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도청 새벽방송을 진행하며 "계엄군이 쳐들어오고 있으니 도와달라", "우리를 기억해달라"고 호소했던 실존인물 박영순이 모티프가 된 캐릭터다.
김채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제가 태어나기 전 일이고 책으로만 배웠다"며 "촬영을 하면서 자료를 찾고 묘지에도 갔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촬영에 임했다"고 강조했다.
철수만을 생각하는 형 철호 역의 김효명은 전수현과 깊은 형제애를 그렸다며 "한 숙소에서 지내며 함께 작품을 연구하다 보니 실제 형제보다 더 형제 같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기복 감독은 "촬영 기획 하루하루가 피말리는 시간들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가끔 이런 질문을 한다. 5.18 영화를 왜 만드나. 답은 간단하다. 5.18은 발포명령 등 역사 자체가 규명이 안됐다. 5.18은 현재진행형이다. 현재진행형으로 다뤄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80년 광주를 야망과 광기의 시대로 설정했는데, 80년 5월에 머물지 않고 시대와 공간을 해체했다.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스토리펀딩을 진행하면서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이 뭔지 알게 됐다. 스토리펀딩이 뭐지도 잘 몰랐는데 그를 시작하고 많은 반응을 봤다. 그 후원을 통해서 어떤 가능성을 보고 자신감의 계기가 됐던 것 같다"고도 밝혔다.
그는 스케줄 문제로 제작보고회에 참석하지 못한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의 또 다른 주역 김부선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박기복 감독은 "김부선씨에게 시나리오 보내고 다음날 연락이 왔고 다음날 만났다. 3번을 내리 보고 울었다면서 하고 싶다고 하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 감독은 당시 아파트 관리비 문제를 제기해 '난방열사' 한참 화제가 됐던 김부선에 대해 "당시에도 아파트 문제를 겪고 있었다. 저는 그런 모습이 좋았다. 피할수도 있는 길을 스스로 가는 것이 정의롭다고 느껴졌다"고 전했다.
박기복 감독은 "모든 캐스팅도 그랬다. 영화 자체가 팩트를 가지고 가다보니까 가슴으로도 와 닿을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연기로 커버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사회 정의에 대해 관심이 있는 배우들이 필요했다. 모두 열성적으로 작품에 고민하셨다"고 감사를 돌렸다.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은 오는 5월 1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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