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 우주영화의 길은 험난한 것일까. 윤제균 감독이 '귀환' 프로젝트를 무기한 연기했다.
27일 영화계에 따르면 윤제균 감독과 JK필름은 26일 '귀환' 프로젝트를 최종적으로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그동안 '귀환' 프로젝트를 준비하던 주요 스태프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전하고 잠정 해산하기로 이야기를 나눴다. 황정민과 김혜수 등 주연배우들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전하고 양해를 구했다.
'귀환'은 윤제균 감독이 1426만명을 동원한 '국제시장' 이후 4년만에 내놓을 예정이었던 영화. 당초 구상은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정거장 ‘살터-03’을 배경으로 불의의 사고로 홀로 그곳에 남겨진 우주인과 그를 귀환시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였다. 200억원이 넘는 제작비에 황정민과 김혜수가 출연을 확정했다. CJ ENM의 투자배급도 확정됐다. 윤제균 감독은 지난 7월 이 같은 사실을 발표했다.
하지만 윤제균 감독은 11월부터 '귀환' 촬영에 돌입할 계획을 전면 재조정했다. 내부 검토 끝에 시나리오를 완전히 탈바꿈해 새로운 이야기로 바꾸겠다고 방침을 세우고 프로덕션 일정을 연기했다. 이후 새로운 시나리오는 2075년을 배경으로 지구가 환경오염으로 자정능력이 100년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자 새로운 행성 프록시마로 이주할 것을 계획하고 이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정리됐다.
윤제균 감독과 JK필름은 완전히 달라진 '귀환' 시나리오를 놓고 그간 심각한 고민을 계속한 끝에 결국 최종적으로 제작 연기를 결정했다.
올해 한국영화계에는 우주 영화 프로젝트가 두루 준비돼 관심을 끌었다. '신과 함께'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도 차기작을 우주영화인 '더 문'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더 문'은 우연한 사고로 우주에 홀로 남겨진 한 남자와 그를 무사히 귀환시키려는 지구의 또 다른 남자의 이야기다. 김용화 감독은 '더 문'을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들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김용화 감독은 윤제균 감독과 만나 의견을 나눈 뒤 '더 문' 제작을 당분간 미루기로 방향을 틀었다. 소재가 겹칠 수 있는데 한국에서 2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우주영화 두 편이 동시에 제작되면 과다경쟁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화 감독은 '더 문'을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국제 프로젝트로 만들 수 있을지 검토 중이다. 현지 프로듀서에 영어로 만든 시나리오를 전달하고 여러 복안을 두고 준비 중이다.
윤제균 감독과 김용화 감독, 2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감당할 수 있는 두 감독이 우주영화 제작에 깊은 고민을 더하고 있지만 영화계 한켠에선 또 다른 우주영화 준비에 한창이다.
'추격자' '늑대소년' 등을 제작한 영화사 비단길은 조성희 감독의 신작 '승리호'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 '승리호'는 조성희 감독이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이후 준비 중인 신작. 일명 우주 프로젝트로 조성희 감독이 '늑대소년' 이후 차기작으로 준비하다가 '탐정 홍길동'을 먼저 하게 되면서 뒤로 미뤘던 영화다. 우주를 배경으로 활약하는 SF물로 한국을 포함한 다국적 배우들이 출연할 예정이다.
'승리호'는 200억원 가량 예산이 투입되는데다 조성희 감독이 '탐정 홍길동' 흥행에 참패하자 선뜻 투자배급사들이 나서지 않았다. 그러다가 '늑대소년'으로 조성희 감독과 인연을 맺은 송중기가 '승리호' 출연을 결정하자 제작에 탄력을 받았다. 한류스타 송중기 출연 소식에 중국권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며 투자 제안도 쇄도하고 있다는 후문.
정우성이 주연과 제작까지 참여하는 '고요의 바다'도 물밑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고요의 바다'는 최항용 감독의 단편영화를 장편으로 새롭게 만드는 영화. '고요의 바다'는 2075년을 배경으로 동생의 죽음을 매일 꿈에서 반복하는 남자가 악몽을 떨치려 10년만에 달 고요의 바다에 가면서 동생이 죽었던 불가사의한 일을 다시 경험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SF스릴러.
정우성은 단편 '고요의 바다'에 반해 최항용 감독과 의기투합하면서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에서 장편으로 만드는 걸 계획하고 출연까지 결심했다. NEW와 투자 논의 중이다.
'귀환'과 '더 문' 제작이 연기되면서 '승리호'와 '고요의 바다'가 프리 프로덕션 작업에 속도를 낼 경우 한국 최초 우주영화라는 타이틀을 안게 될 수도 있다.
'인터스텔라' '마션' '그래비티' 등 할리우드 우주영화들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우주영화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VFX기술에 2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제작비 등 한국영화 체력으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우주영화는 한국영화에 큰 도전이다.
과연 한국 우주영화라는 험난한 길에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을지, 2019년 한국영화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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