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배제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한일관계 악화의 불똥이 영화계 등 문화계로까지 튀고 있다.
2일 오전 일본 정부는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한다고 밝혔다. 백색국가는 일본 정부의 안보 우방국을 뜻하며 일본 제품 수출 시 허가 절차 등에서 우대를 해주는 국가를 의미한다. 이 같은 일본의 결정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한 것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무역보복"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 같이 한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영화계에도 불똥이 튀었다. 14일 개봉 예정이었던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달 탐사기'는 개봉을 무기한 연기했다.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개봉일이 연기됐다. 추후 개봉과 관련해 현재로선 결정된 게 없다"라며 "개봉 연기는 최근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조치의 영향으로 일본 불매 운동이 확산된 것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8년 만에 재개봉을 앞둔 일본 영화 '도쿄 오아시스'는 예정대로 관객을 만난다. 이 영화는 재개봉 형식이므로 소규모 상영이라 연기를 하지 않는다. 또 다른 개봉 예정작인 한 일본영화는 극장 개봉 없이 디지털 개봉으로만 공개된다.
당장 다음 주 개막을 앞둔 제 1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총 7편의 일본 영화가 공식 상영되는 가운데, 영화의 정상 상영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 됐다.
이런 가운데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일본 불매 운동 여파에도 상영 예정인 7편의 일본 영화를 계획대로 상영한다고 밝혔다.
영화제 측은 스타뉴스에 "최근 일본 정부의 경제제재 조치로 인해 촉발된 작금의 악화된 한일관계는 전적으로 일본 아베 정부의 책임이라는 것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며 "따라서 '군국주의의 부활'이나 '사무라이 정신에 대한 예찬'과 같이 현 일본 정부가 추구하는 영화의 경우 당연히 상영 취소나 축소 상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국제영화제가 민간 문화교류의 장이라는 점에서 분명 일본 정부의 주장과 괘를 함께하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전진수 프로그래머는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7편의 작품에 대해 "영화제의 영화 선정을 책임지고 있는 프로그래머로서 어떤 작품에서도 현 일본 정부가 벌이고 있는 지극히 정치적이고 옹졸한 행태를 담고 있거나 반영하고 있는 작품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아베 정부의 행태에 보조를 맞추는 일본 영화계의 움직임이나 작품들이 있다면 단호하게 대처해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순수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일본의 영화인들이나 그들의 작품까지 보이콧해야 하는가라는 부분은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민간 문화교류의 장인 국제영화제가 취해야 할 태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곱 편의 작품에 대한 정상적인 상영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번 영화제에 참석할 예정인 '아르카디아'의 타케모토 요시노 감독과 배우 토모야마 유키 그리고 '오래된 이 길'의 야스히로 마세 프로듀서는 영화제 게스트로 예정대로 참석할 계획이다.

올해 10월 3일 개막하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도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전양준 집행위원장이 일본 영화 섭외에 공을 들여온 만큼 악화되고 있는 한일 관계를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극장가에선 '주전장', '김복동', '봉오동전투' 같이 반일 감정을 실은 영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불매 운동이 역으로 이들 영화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일본 예술 영화에 대한 민간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도 상당하다.
일본 정부의 무역 보복으로 시작된 이번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영화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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