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0월 3일부터 열흘 동안 85개국 303편의 영화를 상영하며 영화의 바다를 항해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4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개,폐막작과 상영작, 주요 행사 등을 공개했다. 올해 영화제 개,폐막작은 부산영화제 뉴커런츠 출신 감독들의 작품들로 선정됐다. 뉴커런츠 출신 감독 영화들이 개,폐막작으로 동시에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개막작은 2015년 '호두나무'로 뉴커런츠상을 수상한 카자흐스탄 감독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의 작품 '말도둑들, 시간의 길'이, 폐막작은 2016년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로 뉴커런츠 부문 넷팩상을 받았던 임대형 감독의 '윤희에게'가 선정됐다. '윤희에게'는 '만월'로 알려졌던 영화가 이름을 바꿨다. 김희애와 나쿠무라 유코가 출연했다.
상영작 303편 중 150편(월드 프리미어 120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30편)이 올해 영화제를 통해 한국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부산국제영화제 메인 섹션인 갈라 프레젠테이션에는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비롯해 재미교포 이창래 작가의 자전적인 에세이를 토대로 한 웨인 왕 감독의 '커밍 홈 어게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데이빗 미코드 감독의 '더 킹: 헨리 5세', 프랑스 로베르 게디기앙 감독의 '글로리아 먼디'가 선정됐다. '더 킹: 헨리 5세' 주인공 티모시 샬라메와 조엘 에저튼은 영화제에 맞춰 내한한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킹: 헨리 5세'가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으로 선정된 데 대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베니스영화제와 마찬가지로 상영업자들의 이익을 위해 넷플릭스를 배척하지 않는다"며 "세계영화 흐름은 완전히 바뀌고 있다. OTT에 보수적인 자세를 가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전 집행위원장은 "향후 예술영화를 제작, 유통하는 비디오 스트리밍 플랫폼과 협업관계를 맺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 집행위원장은 "국내 영화제는 서구 영화제와 달리 사회적인 약자들에 대한 배려와 고민, 공감하는 영화들이 전반적으로 많지 않다"며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과 관련한 영화들을 국내의 메이저 영화제에서 수용해야 한다. 그래야 편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폐막작인 '윤희에게'도 그런 집행위원장의 뜻이 반영된 듯하다.
전 집행위원장은 한국영화들을 소개해왔던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에 대해 상당한 변화를 예고했다. 전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한국영화 파노라마 섹션에는 그해 한국에서 이미 개봉한 영화들을 주로 상영했다"며 "이번에는 총 16편 중 10편이 월드 프리미어 작품이다"고 밝혔다. 전 집행위원장은 "중장기적으로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은 월드 프리미어로 전부 채우려 한다"고 말했다. 이는 향후 한국 상업영화 개봉작들을 영화제에서 상영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영화제에서 첫 공개를 꺼리는 한국 상업영화보다 영화제에서 첫 공개를 선호하는 한국 비상업영화로 꾸리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같은 선택은 영화제의 본령에 맞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에 시민들을 대거 참여하게 만든 한국 상업영화 감독, 배우들을 이제는 쉽게 볼 수 없게 된다는 우려를 낳는다. 이에 대해 전 집행위원장은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을 새로운 영화 소개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건, 국내 주류 영화와 담을 쌓으려는 건 아니다. 새 (메이저 한국)영화들이 부산영화제에 참여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타파하려는 것도 있다. 사실 대부분의 국제영화제는 자국 영화들도 새 영화를 소개하지, 그동안 부산영화제처럼 이미 개봉한 한국영화들을 상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인 뉴커런츠 부문에는 '69세'(감독 임선애) '럭키 몬스터'(감독 봉준영) '에듀케이션'(감독 김덕중) 등 3편의 한국영화들을 비롯해 총 14편의 영화들이 최우수 작품상을 놓고 경합을 벌인다. 심사위원장은 마이크 피기스 감독이 맡으며,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 예술감독인 카를 오크와 배우 사말 예슬라모바, 배우 리신제, 서영주 화인컷 대표 등 4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아시아영화의 성장과 신인감독 발굴의 위한 지석상도 수상작 2편을 선정한다.
지역 구분을 뛰어넘어 거장 감독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아이콘' 부문이 올해 신설돼 '기생충'(감독 봉준호)을 비롯해 '마티아스와 막심'(감독 자비에 돌란) '어떤 손님'(감독 켄 로치) '와스프 네트워크'(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잔 다르크'(감독 브루노 뒤몽) 등이 상영된다.
한국영화 100주년 특별전에는 '하녀' '오발탄' '휴일' '바보들의 행진' '바람불어 좋은날'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서편제'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등이 선정돼 관객에 소개된다. 임권택, 이장호, 박찬욱, 이창동 감독이 관객과 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한국영화회고전에는 정일성 촬영 감독 대표작 7편이 관객과 만나게 된다.
특별기획 프로그램으로 열리는 '아시아 여성감독 3인전'에는 인도 디파 메타, 말레이시아 야스민 아흐마드, 베트남의 트린 민하 감독의 영화들이 상영된다.
그동안 해운대 백사장에 세워졌던 야외 행사장이자 영화제 상징이었던 비프빌리지가 영화의 전당 광장으로 이동한다. 영화제는 앞으로 조성될 월드시네마 랜드마크와 영화의 전당 광장을 연계해 센텀시티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관객이 직접 만드는 '영화제 안의 영화제'인 '커뮤니티 비프' 행사가 열린다. 관객들이 직접 프로그래머가 돼 상영작을 선정하고 같은 관심사 커뮤니티를 연계해 영화를 관람하는 행사다. 평론가 정성일, 듀나, 김홍준 등이 참여하는 '정듀홍영화제'도 그런 행사의 일환이다. 듀나는 온라인 채팅으로 참여한다.
이외에도 차승재, 오동진 공동위원장이 운영하는 아시아필름마켓과 아시아프로젝트마켓, 아시아영화펀드 등이 영화제 기간 많은 국내외 영화 비즈니스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작년에는 정상화가 목표였다면, 올해는 재도약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 재도약과 또다른 경계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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