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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벽 감독 "차승원·엄채영 꽃길 걷는 모습 보여주고파" [★FULL인터뷰]

이계벽 감독 "차승원·엄채영 꽃길 걷는 모습 보여주고파" [★FULL인터뷰]

발행 :

전형화 기자
'힘을 내요, 미스터리' 이계벽 감독
'힘을 내요, 미스터리' 이계벽 감독

이계벽 감독이 '힘을 내요, 미스터리'로 돌아왔다. 697만명을 동원한 '럭키' 이후 그가 택한 영화는 지적 장애가 있는 아빠 철수가 생전 처음 보는 딸 샛별과 만나 여행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믹 휴먼 드라마다. 웃기고 슬프다. 지적 장애가 있는 아빠와 소아 백혈병이 있는 딸의 여행을 코미디로 푸는 건 어렵다. 그 사연으로 울리되 공감으로 끌어올리는 건 쉽지 않다. 이계벽 감독은 그 어려운 걸 해냈다.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이 인터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힘을 내요, 미스터리'는 꽤 오래전부터 기획되던 아이템인데. 연출을 맡게 된 이유는.


▶'올드보이'에서 같이 조연출을 했던 한장혁 감독이 예전에 기획했던 아이템이다. '럭키' 제작사 용필름 임승용 대표가 '힘을 내요, 미스터리' 연출 제안을 했다.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 이야기라 조심스러웠다. 자료를 조사하다가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 피해자분들이 설립한 2.18 안전문화재단 분들을 만났다. 그분들은 그 사건이 잊혀지는 게 가슴 아프다고 하시더라. 당시 화제를 진압했던 소방관들을 인터뷰했는데 지하철 내 상황에서는 다들 말을 안하시더라. 세월이 흘러도 아픔은 여전하신 것 같았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다시 봤다. 피해자분들을 주인공으로 바꾸고 다시 쓰기 시작했다. 김용화 감독님이 중국버전을 쓰면서 한국버전이 최종적으로 완성됐다. 원래는 죽음을 앞둔 딸의 시점으로 지적 장애인 아빠를 맡길 수 있는 사람을 찾는 내용이었는데, 지금 버전으로 바뀌었다.


-지적 장애인 아빠와 소아백혈병인 딸의 이야기를 코미디로 풀어간다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 자칫 희화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고. 이야기의 성격상 신파로 흐를 수 밖에 없고. 신파는 이야기가 잘 쌓이기만 하면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르인 반면 선입견이 있는 장르이기도 한데.


▶내 성격상 이야기를 재밌게 푸는 걸 좋아한다. 다만 사고 후유증으로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자칫 희화화하는 것처럼 여겨질까 조심스러웠다. 지적 장애를 갖고 있는 분들을 연기하는 데 대해 연기톤이나 선입견 등등이 다 조심스러웠다. 그런 부분을 계속 자체검열하다가 어느 순간 내가 일부러 웃기려고 하지도 않고, 일부러 울리려 하지도 말고, 이야기 속 사건들을 배치하면 자연스럽게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자기검열로 너무 위축된 것 같다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편해지더라. 그런 철수가 아픈 딸을 만나면 어떤 심정일까를 생각했다.


-'힘을 내요, 미스터리'는 웃기는 순간 울리고, 울리는 순간 웃긴다. TV드라마 코드를 활용한 것도 그런 장치 중 하나고.


▶부모님 때문에 병원생활을 했다. 병원에선 TV드라마를 보는 게 큰 낙 중 하나다. 거기에서 착안해서 사람들에게 익숙한 TV드라마 코드를 영화와 연결시켜야 겠다고 생각했다. 우는 상황에서 웃기는 표현을 쓴 건 너무나 의도다. 그건 내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 때문인 것 같다. 한없이 슬픈 사람도 웃을 수 있는 일들이 당연히 있다. 마냥 울고 있지 않다. 그 사연을 모르는 사람들은 다르게 받아들여 웃길 수도 있고. 뭔가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들이 영화에 담기기를 바랐다.


-철수가 지적 장애가 있지만 외형은 너무나 근사한 사람이란 설정은 어떻게 착안했나.


▶우선 철수가 선천적인 지적 장애가 아니라 후천적인 지적 장애인 설정이었는데, 차승원이 그 역을 맡게 됐다. 차승원은 누구나 멋지고 근육도 좋다는 걸 알고 있지 않나. 그걸 숨길 필요도 없고, 적극적으로 녹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차승원의 문신도 일일이 CG로 지울 필요없이 그대로 극에 녹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철수가 많다는 의미로 숫자 100을 많이 사용한다. 하이라이트에선 그 100을 더욱 감정을 끌어올리는 데 사용하고.


▶지적 장애가 있는 분들은 숫자를 잘 못 외우거나 길을 잘 못 찾는 경우들이 있다. 거기에서 착안했지만 결국은 배우가 더 감정을 끌어올려 만들었다.


차승원이 무균병동에서 샛별을 보는 장면은 여건상 촬영 초반에 찍었다. 숫자 100을 지금 영화 속 감정처럼 끌어올려서 연기하더라. 그 장면은 두 번 찍었는데 첫 번 째 컷을 영화에 사용했다.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배우가 캐릭터를 완성시켜서 공감하도록 만드는 걸 목격했다. 차승원에게 그 장면이 끝나고 어떻게 그렇게 연기했냐고 했더니 "잘 모르겠다"며 "그런 게 슬프더라"고 하더라.


차승원이란 배우는 매우 훌륭한 연기자다. 여유롭고 따뜻하고 힘을 빼고 연기한다. 매우 매우 좋았다. 차승원에게 어떤 부분은 그냥 자신의 모습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 눈치 안보고 이야기하는 모습. 그런 모습까지 잘 담아줬다.


-차승원이 샛별(엄채영)을 "나도 힘든데"라며 업는 장면은 특히 좋던데.


▶그러면서 "다 줄게"라고 할 때의 표정도 그렇고, 샛별이 쓰러지자 그냥 자연스럽게 옷을 올려주는 장면도 정말 좋았다. 그건 디렉션이 아니라 차승원이 그냥 자연스럽게 한 장면이다. 배우가 그 캐릭터가 됐을 때 정말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연기다.

이계벽 감독/'힘을 내요,미스터리' 스틸
이계벽 감독/'힘을 내요,미스터리' 스틸

-차승원 동생 역으로 출연한 박해준이 딸 역의 류한비와 그동안 절연했던 사돈인 김혜옥과 함께 차승원과 엄채영을 찾는 과정은 영화의 또 다른 축인데. 여느 코미디 영화라면 이 사람들의 여행에서 웃음을 유발시켰을텐데. 지금 영화의 톤이 결국 맞기는 하지만 왜 그런 식으로 톤을 조정했나.


▶함께 여행하는 것이 중요했다. 두 가족의 대립과 화해를 보여주고 싶었다. 취재하면서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의 사망자 가족과 부상자 가족이 반목을 하다가 화해하는 과정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면서 2.18 안전문화재단이 만들어졌고. 영화 속 두 가족들의 여행을 통해 그런 걸 대변하고 싶었다. 이분들이 부딪히고 그러다가 밥도 먹고 그러다가 결국 화해하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 톤으로 만들었다.


-조폭 코드가 등장하는데. 그 조폭들마저 악당이라기 보다는 결과적으로 선한 일을 하는 것으로 그리는데.


▶안길강을 전직 조폭으로 그린 건, 그런 강한 사람도 트라우마를 못 이겨내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실제로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 이후 트라우마로 대구에서 못 살고 다른 곳으로 떠난 분들도 있다. 그리고 조폭들도 결과적으로 선한 일을 하는 걸로 그린 건, 조폭들도 마음을 열면 착한 일을 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소아백혈병이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밝고 좋다. 또 샛별이는 자신의 병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그걸 이용한다. 그 모습을 영화에서 반복해서 코믹한 요소로 활용하는데.


▶부모님 때문에 병원 생활을 할 때 아이들을 많이 봤다. 당시 봤던 아이들이 그랬다. 아픈 걸로 부모님에게 생떼를 쓰는데 다들 알면서도 속아준다. 그 모습이 나쁘지 않았다. 아프다고 밝은 모습이 없지 않다. 오히려 밝은 모습이 더 많다. 그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건 의도한 것이다. 처음에는 (샛별이가)모자를 안 벗다가 다음에는 벗고, 그걸 반복하다가 이승엽 선수를 만날 때까지 이어지면 그 과정들이 완성되겠구나 싶었다.


-'힘을 내요, 미스터리'는 지적 장애와 소아백혈병을 희화화하지 않고 웃기려다 보니 처음에는 과연 웃어도 되나 싶은 부분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결국 웃어도 된다고 설득시킨다. 그리고 그렇게 설득되면 그때부터 눈물을 쏟게 되고.


▶웃어도 된다는 설득은 결국 리액션이다. 영화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를 반복해서 담느냐가 중요했다. 경찰서에 갔다가 이승엽을 만날 때까지, 극 중 사람들의 리액션을 쌓아가는 게 중요했다. 그걸 편집상 지켜내는 게 어려웠다. 반복 개그이다 보니, 반복하는 걸 보여줘야 이야기가 쌓여 지는 데 이걸 편집에서 지키기까지가 고민이 많았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영화 코미디의 맛이라 그걸 이해시키려 했다.


-샛별 역의 엄채영은 자신이 영화 속에서 어떤 식으로 해야 할지, 정확하게 알고 연기하는 것 같던데.


▶엄채영에게 구현동화 해주듯 상황을 이야기해줬다. 예를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철수를 아빠라고 생각하지 말고 굉장히 귀찮게 하는 동생이나 괴롭히는 언니라고 생각하라고 했다. 엄채영은 앞뒤 상황을 계산해서 코믹의 정도를 높이고 낮춘다. 원했던 이승엽 사인을 만났을 땐 더 얘기처럼 울어야 이 장면이 사는 것을 알고 그렇게 하더라. 너무 대단하다.


-영화 속에서 뜬금없는 캐릭터가 두 명이 나온다. 취객과 왕따 당하는 소녀. 마지막을 보면 왜 나와야 했는지를 알게 되지만 이야기 속에서 생략돼도 무방하기도 한데.


▶실제로 주위에서 그 두 명은 필요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래도 고집한 건 이 영화의 포인트는 이들(철수와 샛별)의 사연을 듣고 나의 삶이 바뀌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극복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했다. 주제와 연결된 캐릭터들이라 끝까지 고집해서 넣었다.

'힘을 내요, 미스터리' 이계벽 감독
'힘을 내요, 미스터리' 이계벽 감독

-박해준은 악역을 한 작품들이 많은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강한데. 이번 영화에서는 전혀 다른 능글능글한 모습인데.


▶보통 작업을 같이 할 때 배우들을 여러 번 만나면서 호흡을 맞춘다. 그 배우의 여러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 중 어떤 부분을 영화에 담으려 한다. 박해준은 실제로 영화처럼 덜렁거리고 비어보이는 부분이 있다. 착하고 주위를 유쾌하게 만든다. 그런 부분을 담으려 했다.


-박해준 아내 역으로 등장한 전혜빈은 전작 '럭키'에 이어 다시 인연을 맺었는데.


▶'럭키'에서 TV에 나오는 인기 스타 역으로 캐스팅했는데 너무 좋았다. 되게 섬세하게 연기를 잘한다. 그래서 같이 또 작품을 하고 싶어서 분량은 작지만 출연을 요청했다. 기회가 된다면 전혜빈의 섬세함을 더 담을 수 있는 작품을 같이 해보고 싶다.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은 이 영화의 반전인가.


▶반전이라기 보다는 놀라움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사건이 있었는지 몰라서 오는 놀라움. 반전이라고 생각했다면 그 이야기를 더 후반으로 넣었을 것이다.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단계로 설명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대구지하철 사건 재현은 어떻게 하려 했나.


▶그 장면은 당시 보도사진을 그대로 옮겨왔다. 각 컷들이 당시 사진들 그대로다. 미술팀이 대구 중앙로역의 계단 깊이까지 정확히 담으려 노력했다. 왜곡하지 않고 사실대로 그리는데 충실했다. 가급적 영화 속 타임라인도 당시 사건 시간과 비슷하게 하려 했다. 그 사건을 영화에 담는 사람으로서 왜곡하지 않고 그 안에서 느꼈을 공포를 어떻게 그려야 할까가 숙제였다. 지하철역 안에서 탈출하려던 사람들이 방화문 때문에 좌절하는 모습도 담고 싶었다. 당시 방화문이 열려있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방화문에 있는 손자국은 실제 당시 사진에 있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휴대전화가 일제히 켜지는 장면은.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적잖은데.


▶이것이 철수만의 이야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아픔이었다는 걸 알리려는 의도였다. 철수와 아내의 문자와도 연결되고. 세월호 사건은 의도하지는 않았다. 워낙 그 사건이 한국 사회에 트라우마로 남아서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음악이 일부러 울리지 않는데.


▶내가 만든 영화들은 어떤 점에선 전형적인 음악을 써야 하는 영화들이다. 그런데 방준석 음악감독님은 그걸 못 쓰게 하는 분이다. 음악으로 감정을 끌어올리는 건 너무 인위적이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그렇지 않게 써서 특별하게 만들어 주시는 분이다. 이번에도 하와이안 기타를 써서 이 모든 게 두 사람의 즐거운 여행으로 만들어지도록 해줬다.


-에필로그를 지금 버전으로 선택한 이유는.


▶원래 에필로그는 총 세가지 버전이었다. 지금 버전이 있고, 가족이 다 모여서 투닥거리는 버전이 있었다. 그리고 박해준의 딸 역으로 나온 류한비가 어디에다가 200만원을 썼는지를 담은 버전도 있었다. 그러다가 둘이 꽃길을 걷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지금 버전으로 만들었다. 날씨 때문에 촬영 중반에 그 장면을 찍어서 엄채영이 쓴 가발이 도드라지긴 한다.


-200만원은 어디에 쓴 것인가.


▶아이돌로 데뷔하려고 연습실을 빌리는 것이라고 설정했다. 그래서 소녀시대의 '힘 내'를 부르는 장면을 고려했다. 인도영화 엔딩처럼 구상하려고 했는데 결국 지금 버전으로 에필로그를 마무리했다.


-'힘을 내요, 미스터리'에서 과연 철수는 언제 자기가 아빠가 됐다는 걸 알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나.


▶그 시점은 굉장히 중요했다. 내가 아빠가 됐다는 느낀 게 큰 아이가 갑자기 아팠을 때다. 공포감이 밀려오면서 내가 아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차승원과도 그런 점을 이야기했다. 무균실에서 샛별을 봤을 때, 아이가 아프다는 걸 인지하게 될 때, 그런데 아무것도 못해줄 때, 그런 게 아빠가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순서와 달리 촬영 초반에 그 장면을 찍었는데도 차승원이 정말 잘 해줬다. 그래서 아빠가 됐기에 비로소 장모님과 앙금도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 연결시켰다.


-이 영화는 안타고니스트가 없는데.


▶맞다. 악역이 없지만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미스터리가 계속 생기니 그것만으로 충분히 관객이 받아들여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차기작을 '새콤달콤'으로 준비 중인데.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 힘들게 살고 있다라는 위로를 전하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한국의 지금 세대를 그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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