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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제목만 보면 아련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 입양딸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라는 점을 지우면 그렇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뉴욕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뉴요커 개츠비(티모시 샬라메), 영화에 푹 빠진 대학생 기자 애슐리(엘르 패닝 분), 봄비와 함께 찾아온 새로운 인연 챈(셀레나 고메즈 분)의 운명같은 만남과 로맨틱한 해프닝을 그렸다.
사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지난 3월 한국에서 개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4월 개봉으로 미뤘다가 5월 개봉을 최종적으로 확정 지었다. 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내부적인 상황 등으로 인한 것이었다. 두 차례 번복 끝에 한국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지난 2017년 촬영을 마친 작품이다. 뉴욕을 배경으로 했지만, 정작 뉴욕에서는 상영되지 못했다. 바로 우디 앨런의 입양딸이었던 딜런 패로가 "7세부터 아버지에게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투(Me Too) 운동'이 할리우드에 확산된 가운데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한창 커졌다.
우디 앨런의 입양딸 딜런 패로는 한 인터뷰를 통해 "엄마의 고향에 있는 시골집 다락방에서 우디 앨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가장 황당한 건 내가 아버지한테 성추행을 당했다는 걸 믿지 않고 사람들이 내가 그를 조종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머니만이 나를 믿어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레이니 데이 인 뉴욕' 배급을 맡은 아마존 측은 우디 앨런과 함께 제작하기로 한 4편의 영화 계약을 파기했다. 이에 우디 앨런은 아마존을 상대로 6800만 달러(한화 828억 원)의 손해 배상을 청구하기도 했다. 결국 우디 앨런은 아마존을 상대로 합의금을 받아냈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주인공인 티모시 샬라메는 "우디 앨런과 함께 작업한 것을 후회한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출연료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파문 때문에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미국을 비롯한 북미에선 상영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북미를 제외한 유럽, 남미 등에서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개봉해 관객과 만났다.
논란을 뒤로 하고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이 한국에서 개봉한다. 수입사 그린나래미디어는 지난 7일 '레이니 데이 인 뉴욕' 포스터와 예고편을 공개했다. 공개된 포스터와 예고편에는 우디 앨런의 이름이 빠졌다. 배우 팬들을 노린 듯한 이미지를 사용했고, '미드나잇 인 파리' 제작진의 이름이 등장했다. 이에 우디 앨런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그린나래미디어가 여성 영화로 사랑을 받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수입배급했기에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이에 대해 그린나래미디어 측 관계자는 "'레이니 데이 인 뉴욕' 판권 계약은 3년 전에 했다 (회사 측의 피해 관련이나) 추가적인 부분들이 커서 내부적으로 여러 고민 끝에 배급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미에서 개봉을 못한 것은 우디 앨런이 아마존을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라며 "아마존에서 개봉을 이행하지 않아서 우디 앨런이 합의금을 받았다. 이러한 절차 때문에 개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유럽 등에서는 개봉해서 관객과 만났다"고 덧붙였다.
그린나래미디어 측은 "이슈와 관련해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도 "'우디 앨런 지우기'는 아니다. 포스터를 만들 때 영화와 관련된 부분을 강조하기 위한 문구를 사용한다. 그래서 배우나 제작진 등 이러한 크레딧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우디 앨런의 이름을 넣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영화를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에 해당 부분을 강조했다"라고 해명했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한국 개봉 소식이 알려지면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북미는 개봉을 안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지난해 개봉했기에 영화 관람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과 "성추행 의혹이 있는 감독의 영화를 자국에서도 개봉을 안 했는데 굳이 한국에서 해야 하느냐"는 반응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현재 극장가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신작 개봉보다 재개봉을 하는 영화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개봉하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성적은 어떨지, 관객은 어떠한 선택을 할지 지켜봐야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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