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익 감독이 두 번째 흑백 영화로 스크린을 찾았다. 역사속 이야기를 자신만의 감성으로 해석해서 보여주며 사랑받은 이준익 감독은, 이번에는 조선의 학자 정약전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펼쳐냈다.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 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 분)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모두가 알고 있는 정약용이 아닌, 그의 형 정약전을 그린 이준익 감독. 역사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과 감성이 담긴 '자산어보'는 그 시대를 살았던 실존 인물의 이야기는 물론, 그와 함께 살았던 '사람들'의 따뜻함까지 전한다.
이준익 감독은 왜 정약용이 아닌 정약전을 그렸을까. 왜 컬러가 아닌 흑백으로 영화를 만들었을까. 이준익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왜 정약용이 아닌 정약전인가.
▶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보면 뭔가 다른 세계로 빨려드는 것 같다. 우리가 정약용의 '목민심서'는 다 알지만 '자산어보'는 잘 모른다. 사실 '목민심서'는 읽기도 힘들다. 그런데 그의 형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는 확실히 다른다. 영화감독으로서 말하자면 정약용을 영화로 하려면 몇편을 연달아 찍거나 드라마로 해야 한다. 2시간 안에 정약용을 그리는게 말이 안된다. 정약전은 2시간 안에 하기 딱 좋은 인물이다. 짧고 길고의 문제가 아니라 정약용을 담는 것 자체가 힘들다. 저는 정약전을 영화화 화면서 정약용이 추구하던 가치가 더 선면하게 보인다고 생각했다.
배우 설경구가 정약전을 굉장히 잘 표현했다. 설경구의 어떤 모습에서 정약전을 찾았나.
▶ 설경구와 영화 '소원'을 같이 했다. 그때 배우가 아닌 사람 설경구에 감동했다. 배우가 현장에서 연기할 때, 감독은 카메라 앞에서 연기에 임하는 내면을 감독은 본다. 관객은 그 외면을 보는 것이다. 설경구는 인간으로서 진실된 사람이다. 믿는다는 것은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두 번째고 첫 번째는 그 사람을 존경하는 것이다. 나이를 떠나서 저는 설경구를 존경한다. 저는 설경구의 얼굴에서 조선의 선비를 봤다. 한국에 현존하는 배우 중에서 설경구 배우가 조선의 선비의 이미지가 얼굴에 가장 많이 내포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정약전의 얼굴이고 조선시대의 선비의 얼굴이라고 생각해서 함께 하게 됐다.

실존 인물 정약전과 함께 하는 창대의 캐릭터가 좋다. 창대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었나.
▶창대는 '자산어보' 속에 이름만 있다. 허구, 창작의 여지가 있는 인물이다. 약전은 잘못 그리면 역사왜곡이라고 해서 큰일 난다. 그래서 창작 여지가 있는 창대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서자고, 엄마만 있고, 서자인데 양자가 돼서 과거를 보고 그런 배경을 만들어냈다. 정약전의 선명함을 드러내기 위해 창대라는 캐릭터를 그렇게 만들었다.
설경구는 물론, 창대 역할을 연기한 배우 변요한의 연기도 좋았다.
▶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한명도 연기가 부족한 배우가 없다. 잠깐 나오는 배우도 잘한다. 그 중에 주연배우의 연기는 정말 좋다. 설경구 배우는 사극도 처음이지만 학식 높은 대학자의 풍모가 보인다. 연기를 잘했다기 보다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내면이 우러나는 듯한 느낌이 있다. 그 자체를 만났을 때의 감탄이 있다. 변요한은 이렇게 잘할지 몰랐다. 변요한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지 않나? 변요한이 TV드라마에서도 잘 하고 독립 저예산 영화도 잘했지만 이런 인생의 여정을 뜨겁게 때론 차갑게 다 해내는 것은 처음이다.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가짜같은 컷이 하나도 없다. 변요한이 아니라 창대로 보인다.
흑산도에서 촬영하며 정약전의 마음에 대해 느낀 것이 있나.
▶제가 이 영화를 찍기 전에는 흑산도를 간 적이 없다. 한번은 태풍이 온 다음날 촬영하러 흑산도를 갔다. 태풍 온 다음에 배를 안 타본 사람은 그 마음을 모른다. 가면서 오바이트를 10번 했다. 그 당시에는 배가 나주에서 떴는데, 흑산도까지 보통 열흘 이상 탄다. 열흘을 그렇게 배를 타고 유배 간다고 생각해 봤다. 그것은 자기가 살아왔던 모든 가치관이 리셋 되는 여정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왕에게 신임을 얻고 벼슬을 했던 그 모든 것을 되돌아 봤을 것이다. 정약전과 정약용이 간 유배지의 차이가 결국 나중에 두 사람의 큰 차이를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동주' 이후, 왜 다시 흑백 영화를 찍었나.
▶ '동주'는 제작비 5억으로 만든 영화다. 5억으로 영화 찍는다는 말도 안되는 거다. 당시 '동주'는 결혼식장에서 쓰는 카메라로 찍었다. 당시 사람들이 검은 색이 선명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실력이 없어서 그런게 아니다. 저렴한 카메라라서 그랬다. 그때 '동주'를 찍으면서 그런 보여지는 것이 좀 부족해도 온전한 정신만 전달되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일부러 그렇게 남루하게 했는데 그 영화가 좀 잘 됐다.(웃음) 그래서 아쉬움이 남더라. 이번에 좀 더 잘 해보자 하고 흑백 영화에 욕심을 냈다.
흑백 영화지만, 컬러로 나오는 장면이 세 장면 등장한다. 어떤 의미인가.
▶어, 의도를 감독이 말하는 것은 반칙이다. 관객을 선입견으로 가두는 것이다. 영화의 의미는 만드는 사람이 부여하는게 아니라 영화를 본 사람이 부여하는 것이다. 그래도 내 생각을 말하자면, 밤하늘의 컬러는 보고싶은대로 보지말고 보여지는대로 보라는 뜻이다. 약전은 창대에게 설명을 하지 설득한 적은 없다. 강요하지 않은 것이다. 설명을 했는데 설득당한 것, 그게 가장 이상적이라는 뜻이다. 또 성게에서 나오는 색깔있는 파랑새도 창대를 의미한다. 맨 마지막에 흑산도가 컬러서 보이면서 '흑산이 아니라 자산이다'라고 대사를 한다. 흑산을 자산으로 보는 눈이 생긴 창대를 의도하며, 말로 안하고 컬러로 표현했다. 그런데 그 의미를 내가 부여하면 안된다.(웃음)
코로나 시국, 영화를 선보이게 돼 흥행 부담도 있을 것 같다.
▶ 흥행 부담이 크다. 나는 잘 된 것도 있지만 망한 영화가 많다. 환갑이 넘어서 (영화) 한 두개가 망하면 가야 된다. 흥행은 나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영화에 투자하고 영화와 관련있는 사람들을 위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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