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연, 신스틸러로 불렸던 배우 조우진(42). 영화 '발신제한'을 통해 데뷔 22년만 첫 단독 주연을 맡아 존재감을 발산했다. 모든 걸 '기적'이라고 칭한 조우진은 만족감 대신 앞으로 더욱 고민하며 정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발신제한'은 은행센터장 성규(조우진 분)가 아이들을 등교시키던 출근길 아침, '차에서 내리는 순간 폭탄이 터진다'는 의문의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으면서 위기에 빠지게 되는 도심추격스릴러다.
"'발신제한'은 시나리오가 갖고 있는 속도감이 마음에 들었죠. 거두절미하고 영화가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멱살을 잡고 가는 시나리오였어요. 차와 시나리오가 함께 달리고, 보는 사람과 읽는 사람 마저도 달리게 하는 매력이 컸어요."
지난 1999년 연극 '마지막 포옹'으로 데뷔한 조우진이다. 영화 '내부자들' 속 극악무도한 조상무를 소화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이어 '남한산성', '국가부도의 날', '봉오동 전투', '도굴', '서복', 드라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에 출연해 자신의 존재를 공고히 했다.

개봉을 앞둔 '발신제한'을 통해 첫 단독 주연을 맡은 조우진의 어깨에는 부담감이 내려앉았을 것이다. 조우진은 "악몽을 자주 꿨어요. 긴장감, 공포감, 당혹감, 부담감으로 촬영에 임하다 보니까 지금도 잘 자고 있는건지, 자다가 깬 적도 많아요. 현장에서 내가 무슨 정신인지, 무슨 마음인지 모를 정도로 후딱 지나간 느낌이었어요"라고 털어놨다.
이어 "누가 잡아주지 않으면 털썩 주저 앉을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극한의 상황에서 빠져 나와야 실감을 하게 되는데, 빠져 나오니까 그때서야 (부담감 등이) 느껴졌어요. 온전한 마음으로, 정신으로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서 두 여자(아내와 딸)를 안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들었죠"라고 덧붙였다.
조우진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린 '내부자들'과 첫 단독 주연인 '발신제한'이 갖는 의미는 각각 다르다. 굳이 비교하자면 조우진은 '내부자들' 손을 들어줬다. 그는 "돈으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100원을 갖고 있던 내가 1000원을 받는 것과 돈 한 푼 없는 내가 100원을 받는다는 건 달라요. 돈이 없다가 100원을 받는 게 더 값어치가 있는 느낌이에요. 굳이 비교를 하자면, 코 흘리개 시절 100원을 받았을 때의 느낌이에요. 50원으로 오락실을 가고, 남은 50원으로는 사탕을 사먹어야지라는 생각이었죠"라며 "'내부자들'에 발탁 됐을 때가 더 감격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조우진은 '발신제한' 티저 포스터가 공개된 후 소리 없이 울었다고 했다. 그는 "티저 포스터를 보면 제가 참회의 순간을 견디고 나서 고개를 숙이고 있어요. 측면에서 잡은 스틸인데, 티저 포스터가 공개 됐을 때 소리 없이 울었어요. '지금부터 기적이 일어나는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나서 팬카페 게시판에 들어가서 '지금부터 펼쳐지는 모든 일들은 1999년 50만원을 들고 상경한 저로서는 기적'이라고 적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첫 단독 주연이기에 '발신제한'은 조우진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조우진은 "일단 버텨내야하는 현장이었어요. 저는 모든 작품에 주인 의식을 갖고 임해요. 사명감과 책임감도요. 역할이 작거나 특별 출연, 카메오로 출연여서 '이 작품이 내 작품이 아니야'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라며 "'발신제한'은 주인 의식, 사명감, 책임감으로부터 버텨내자고 했어요. 사실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많았죠. 저만 힘들고 견뎌내야하는 게 아니라 모든 스태프들과 함께 견디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했다.
조우진은 혼자가 아니기에 단체 모자에 문구를 넣었다고. 그는 "영화 '분노의 역류'의 명대사인 '유 고 위 고(You Go We Go)'를 모자에 새기고 다녔어요. 그런 정신으로 현장에서 나아가려고 했어요. 혼자만의 부담감, 긴장감이 아니라 모든 이들과 같이 나아가보자고 했어요"라고 전했다.
조우진에게 '발신제한'의 키워드는 혈압과 기적이다. 조우진은 "이 작품을 하면서 '정신병 드는 거 아니겠지?'라고 싶을 정도였어요. '어떻게 해야되나'라며 매일도 아니고 매 테이크 마다 난관에 부딪혔거든요. 감독님이 원하는 그림, 연기와 촬영 감독님이 내 얼굴을 잡았을 때 어떤 찰나를 원하는지 연구했어요. 모두가 이걸 기반으로 작업을 했죠. 잘하든 못하든 '이분들에게 누가 되지 말자'고 했어요. 화려하지는 않더라고 화끈하게 임해보자라는 생각을 했죠. 열심히 하면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라고 했다.
조우진은 극중 성규 역을 맡았다. 성규는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고 위기에 빠진 은행센터장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다. 또한 세심한 감정 연기로 러닝타임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들 예정이다. 거기다 차 안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부산 도심을 배경으로 한 카체이싱 액션을 선보인다.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건데 '언제 타고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카체이싱 액션을) 실감하지 못하고 임했어요. 하도 정신이 없었거든요. 컷이 됐든, 테이크가 됐든 감독님이 원하는 찰나가 모여서 완성이 됐어요. 적합한 호흡과 표현, 양식 등을 다 담아내보자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 찰나를 건지기 위해 현장에서 고민했죠.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어요. 차 안에 있다는 걸 잊어버릴 정도로 최대한 열심히 했어요."
최근 '발신제한'이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조우진에 대해 호평일색이다. 이와 관련해 조우진은 "제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은 없다. 앞으로 견뎌야 할 것, 개선해야할 것, 조금 더 고민 해야할 게 많구나라고 생각했다. (호평에 대해) 감사하고 감개무량하다. 정말 기적인 것 같다. 누누히 말씀드렸지만, 개봉하는 순간부터 다 기적이다"라고 했다. 또한 "솔직히 말씀을 드리자면, 지금보다 더 한 반응이 온다면 도망가고 싶을 것 같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감사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다져 웃음을 자아냈다.
조우진은 극중 호흡을 맞췄던 이재인과 지창욱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지창욱과는 2011년 방송된 드라마 '무사 백동수'에 출연한 바 있다. 그러나 연기 호흡을 맞추지는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두 사람은 '발신제한'을 통해 첫 호흡을 맞추게 됐다.
"배우는 리액션을 하는 직업이에요. 잘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 저도 절로 따라가는 순간들이 있어요. 지금까지 저는 복되게도 늘 그런 분들과 작업을 했어요. 재인씨와 창욱씨가 그래요. 현장에서 '형' '아빠' '선배님'이라는 소리를 들었어도 오히려 제가 기대어 갔죠. 재인씨가 연기하는 모습을 봤을 때 탐구하는 정신이 투철했어요. 순발력을 갖췄기도 하고요. 창욱씨는 자로 잰듯한 연기를 해요. 걸어오는 순간부터 캐릭터 그 자체였어요.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서 케미스트리적으로 쾌감을 느낀 건 처음이었어요. 이러한 케미스트리가 스스로도 느껴질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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