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현리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의 작업 비하인드를 밝혔다.
4일 영화 '우연과 상상'의 현리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연과 상상'(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은 각기 다른 세 편의 이야기, 우연히 듣게 된 친구의 새 연애담에서 시작되는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 교수 앞에서 그의 소설을 낭독하는 여대생의 이야기 '문은 열어둔 채로', 20년 만에 길에서 만난 두 동창생의 재회를 그린 '다시 한 번'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리는 극 중 첫 에피소드인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의 주연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친구에게 새로운 연애담을 털어놓는 츠구미 역을 맡았다.
현리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단편 '천국은 아직 멀어'(2016)에 출연하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인연을 맺은 배우로, 이번 '우연과 상상'으로 두 번째 작업을 하게 됐다. 그는 "정확히는 세 번째 호흡이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님께서 제가 출연한 '스파이의 아내'의 각본을 맡으신 바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천국은 아직 멀어'를 찍었을 때와 2019년 '우연과 상상'을 촬영할 때까지 3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데 그 사이에 감독님이 외국도 다녀오시고, 하버드에서 유학도 하시고 많은 공부를 하셨더라. 사람이 더 커진 것 같고, 더 따뜻해지고, 또 감싸주고 품어주는 느낌이 있어서 든든하고 안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리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제가 이 작품을 다른 감독님과 찍었다면 긴 대사에서 어디에 포인트를 주고, 또 강조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연기를 했을 것"이라며 "근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님은 배우들의 작위적이고, 계산적인 연기를 원하지 않으셔서 모든 감정을 빼고 대사를 외우고, 현장에서 대사를 주고받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감정이 생기면 대사에 그 감정을 실으라고 말하신다"라고 설명했다.
현리는 "그러면 배우들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데 감독님이 항상 글의 힘을 믿어달라는 얘기를 하셔서 감독님의 얘기를 믿고 심플하게 대사를 주고받았다. (역할에 대해) 스스로 준비한 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작업 방식 때문에 현리는 '연기'에 대해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됐다며 '우연과 상상'은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현리는 "대사를 잘 외우고 현장에 가서 상대의 대사를 잘 듣고 반응한다는 게 연기의 기본인데 현장이 바쁘다 보니 미리 연기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하마구치 감독님의 현장에 가면 순수하고, 심플하게 연기하게 되는데 억지로 감정을 꾸며내지 않고 딱 필요한 만큼의 감정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연과 상상'을 찍은 2019년에 주, 조연급 드라마를 3개나 찍어서 바쁘게 지냈다. 제 나름대로 바쁘지만 성실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지만, 어쩔 수 없이 흘려넘기는 순간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우연과 상상'을 찍으며 많은 걸 느꼈고, 연말에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연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수 있고, 시간을 풍요롭게 쓸 수 있는 현장이었다"라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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