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송지효가 '구원자'로 오컬트 장르에 새롭게 도전했다. 배우부터 예능인, CEO까지 송지효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송지효는 오컬트 영화의 공개를 앞두고 설레는 모습이었다. 영화 '구원자'(감독 신준)는 축복의 땅 오복리로 이사 온 '영범'과 '선희'에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고, 이 모든 것이 누군가 받은 불행의 대가임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오컬트다.
'영범'의 아내이자 기적을 향한 갈망을 드러내는 인물 '선희' 역은 송지효가 맡았다.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기적을 향한 욕망을 내비치는 인간의 감정을 생생히 드러내며 또 한 번 인생 연기를 펼친다.
송지효는 '구원자'를 통해 오컬트 장르에 도전한 데 대해 "제가 원래 오컬트 장르를 좋아한다. 사건, 사고에 대한 궁금증이 많고, 평소에도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를 듣는 걸 좋아해서 '구원자'의 시나리오도 굉장히 흥미로웠다"며 "목적을 위해 가는 게 아니고, 누군가의 삶을 얘기하는 것 같아서 재밌었다. 기적과 저주라는 키워드와 악역이 없다는 게 신기했다. 뺏으려는 자와 뺏긴 자, 또 기적을 얻고 저주를 되돌려받는 과정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처음에는 '춘서'(김히어라 분) 역할이 끌렸다. 대본을 봤을 때 '선희'는 조용히 있다가 욕심을 채워가는 사람이었고, '춘서'는 가지고 있는 걸 뺏겨가는 과정에서 오는 입체감이 좋았다. 저도 한번 생각해 주시면 안 되냐고 했는데 이미 (김히) 어라 씨를 생각하고 계셨는지 '선희'를 엄청나게 설득하며 권하시더라. 제일 처음에는 희망을 얻는 과정보다 뺏겨가는 과정에 탐이 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작품에 흥미를 느낀 이유에 대해 "감독님이 권유하셨지만, '선희' 역할이 싫은 건 아니었다. 제가 욕심났던 캐릭터와 잘 맞는 캐릭터는 다르더라. 대본 리딩할 때 '춘서'가 왜 김히어라여야 하는지 알겠더라. 목소리나 분위기가 '춘서'와 잘 맞았고, '선희'를 연기하고 있는 저도 선희랑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송지효는 김히어라와 호흡에 대해 "초반에는 (김) 병철 선배님과 함께하는 장면을 먼저 찍었고, (김히) 어라가 투입됐다. 열심히 잘하고 있고, 또 같이 잘해보자는 마음도 있어서 좀 챙기려고 했다. 어려운 신이고, 중요한 신일 때 배우들이 밥을 안 먹는 경우도 많은데 한 두 시간 찍는 게 아니라 12시간 넘게 찍다 보니까 힘이 든다. 어라가 말라서 먹는 거에 집착도 없어서 '먹고 힘내자'라고 같이 밥 먹자고 많이 권하긴 했다"고 말했다.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어가는 역할인 만큼, 두꺼운 돋보기를 쓰고 촬영해야 했던 송지효는 "처음에는 감독님이 단계적으로 안 보이는 레퍼런스를 보여주셨다. 근데 제가 시력이 좋기 때문에 어느 정도 안 보이는 느낌인지 감이 안 잡히더라. 근데 돋보기를 써보니까 잘 안 보여서 연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됐고, 제스처는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안경과 돋보기를 쓰고 촬영하다 보니까 눈이 안 보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구원자' 끝나고 시력 잃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조금 안 좋아지긴 했는데 나이 때문에 노안이 온 건지는 잘 모르겠다"고 농담하며 "안구 건조증 같은 건 생긴 것 같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그는 "저는 어떤 영화든 주어진 캐릭터에 충실하다. 예쁘게 안 나와도 된다면 안 꾸미는 게 제가 할 역할이다. 꾸며야 할 역할이라면 당연히 꾸며야 한다"며 "잘 아시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꾸미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어떻게 보여지든 비주얼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고, 작품에 스며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송지효는 본업인 배우 활동부터 15년간 함께한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속옷 브랜드 CEO까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송지효는 15년간 함께하고 있는 '런닝맨'에 대해 "세월이 지나고, 멤버들도 연령대가 높아지다 보니까 언젠가 '런닝맨'도 추억이 될 때가 오겠지만, 그때까지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연골이 닳아 없어져도 끝날 때까지 함께하는 게 도리일 것 같다"고 강조했다.
속옷 브랜드를 론칭하고, CEO로 변신한 송지효는 "제가 100% 참여하는 건 아니지만, 80% 이상 참여하고 있다. 제 성격상 직접 참여해서 만들고, 디테일을 잡아가야 만족감을 느낀다. 본업인 연기와는 결이 달라서 더 집중을 많이 하고, 신경을 많이 쓴다"며 "피로감도 있지만, 본업보다 덜하고, 그보다 만족감과 성취감이 더 크다"라고 밝혔다.
이어 "제가 결재하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넘어가지 않아서 출근하면 팀원들이 결재할 걸 10개씩 가져온다. 그러면 나름 뿌듯함이 있어서 재밌다"며 "심지어 팀원들이 시사회 때 왔는데 거기에 결재할 걸 가지고 왔더라. 대기실에서 풀 세팅을 하고, 결재하고 있었다. 그렇게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폭발적인 반응을 바라지 않았다며 "현실을 알고 싶어서 아무런 홍보도 안 하고, 주변에 이야기도 안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공부가 됐다"며 "지금은 사업 초창기보다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 매출이 많이 늘어서 부담을 많이 덜었다"고 밝혔다.
송지효는 "본업만큼 사업에 진심이다. 제 돈을 들여서 투자했고, 한땀 한땀 만들어가는 거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며 "저 바지사장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송지효는 배우로서도, 사업가로서도 '열일'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현재 대본을 보고 있다. '만남의 집'과 '구원자'가 어느 정도 텀을 두고 개봉했으면 좋았을 텐데 시기상 그게 안 됐다. 다 제 자식이니까 잘 돌봐서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게 저의 가장 큰 목표고, 본업 외에 사업, 예능도 열심히 해야 하는 게 저에게 주어진 역할인 것 같다. 열심히 뛰어다니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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