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영화·OTT를 보는 김나연 기자의 사적인 시선.

이번에도 뻔함은 없었다. 배우 구교환이 또 한 번 자신만의 얼굴로 스크린을 장악했다. 영화 '군체'를 통해서다.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 '군체'(감독 연상호)는 정체불명의 감염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 벌이는 사투를 그린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 이후 10년 만에 좀비 장르 자체를 리부트하는 '군체'로 귀환했고, 다시 한번 구교환과 손을 잡았다. 구교환은 '반도', '기생수: 더 그레이', 연상호 감독이 극본을 쓴 시리즈 '괴이'를 포함해 '군체'로 연상호 감독의 세계관에 네 번째 합류하게 됐다.
특히 '반도'의 빌런 서대위로 분한 구교환은 대중에게 낯선 얼굴에 그간 본 적 없는 날카롭고 서늘한 연기로, 영화 팬들에게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당시 연상호 감독은 "구교환이 아니었다면 서대위가 그냥 센 척하는 캐릭터가 됐을지도 모른다"고 두터운 신뢰를 표현했다.
'반도' 이후 구교환은 독립영화계의 스타를 넘어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모두 장악한 대체 불가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군체'에서 구교환은 더 이상 낯선 얼굴의 배우가 아니다. 그러나 그의 연기는 그의 연기는 여전히 뻔하지 않고,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영화의 시작에는 구교환이 있다. 구교환이 맡은 서영철은 과거 바이오 기업에 근무했던 천재 생물학자로, 새로운 인류의 탄생을 갈망하는 인물이다. 빌딩 안 감염 사태의 중심에 있는 그는 자기 몸에 백신이 있다고 미리 신고해 당국과 생존자들의 타깃이 된다.
구교환은 예측할 수 없는 표정과 눈빛, 얼굴 근육까지 활용한 이른바 '페이스 액션'으로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손짓 하나, 걸음걸이 하나에도 기묘한 에너지가 스며 있고, 심지어 눈이 가려진 상태에서도 번지는 섬뜩한 미소만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자신이 만들어낸 감염자들을 새로운 인류라 믿으며 생존자들을 몰아붙이는 서영철은 광기와 영리함, 불안정함이 공존하는 인물이다. 구교환은 이 복합적인 감정과 상태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자칫 평면적으로 보일 수 있는 캐릭터에 자신만의 색으로 설득력과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그렇게 완성된 서영철은 극의 긴장감을 책임지는 강렬한 빌런으로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관객을 끊임없이 불편하게 만드는 구교환의 존재감은 '군체'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이렇듯 그는 '군체'로 또 한 번 대체 불가 배우다운 존재감을 증명해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 그 어디에서도 독보적인 '구교환이라는 장르'가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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