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SF로 돌아왔다. AI 시대는 세계적인 거장의 관심도 사로잡았다. 가족의 이야기를 화두로 세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SF '상자 속의 양'은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NEW 사옥에서 인터뷰를 가지고 자신의 영화 '상자속의 양'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상자 속의 양'은 죽은 아이를 대신해 한 집에 들어온 7세 설정 휴머노이드가 비로소 가족이 된다는 것의 기쁨과, 다시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 '어느 가족', '괴물'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AI와 휴머노이드'라는 시대의 화두를 자신만의 가족 서사로 풀어냈다.
중국 상하이에서 생성형 AI가 죽은사람을 부활시키는 비즈니스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그는 "죽은 사람은 누구의 것인가 하는, 메시지라기보다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라며 "영화 속에서 휴머노이드 자아 생기면서 무리를 만들지만 그것이 제가 이야기하려는 중심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최근에 제가 어떤 뉴스에서 봤는데, 최근 생성형 AI가 인간의 개입없이 자기들끼리 대화를 한다고 하더라. 그 내용이 '상자속의 양'의 결말과 멀지 않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휴머노이드라는 집단 안에서 어떤 의지나 자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더 멀리 나아가 인간이 자아라고 생각하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상자 속의 양'은 SF임에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색깔이 묻어난다. 특히 로봇과 인간, 로봇과 자연 같이 이질적인 이야기들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그는 동화, 우화 같은 이야기를 펼친다. 특히 이 영화 속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학대 받은 아이가 숲으로 들어가서 살게 되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들을 산 속의 숲으로 보낸 것일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AI들이 서로 자기들끼리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로 이어지고 지성이 만들어지는 것은 인간보다 나무의 관계와 더 가깝다고 생각했다. 최근에는 나무가 지성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다"라며 "나무가 하나의 연계를 만들어 숲을 만들고 커뮤니티 한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인간 사회보다 나무들의 숲이 AI와 더 친화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결말을 만들었다. AI가 만약에 누군가와 친해지려고 한다면 인간이 아니라 나무와 식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식으로 이해해 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계와 숲은 이질적이다. 저는 이 두 개를 같이 이어주고 싶었다. 영화 속 대사처럼 이질적인 두개를 하나로 잇는 것이 어렵기도 하지만 재밌다"라고 밝혔다.

영화는 기존에 AI나 휴머노이드를 다룬 작품과 다른 궤를 그린다. 이에 최근 열린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상자 속의 양'은 호불호 반응으로 나뉘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제가 칸에서 많은 분들을 만났는데 저에게 지나치게 낙천적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 서양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고 당황스러워했다. 생성형 AI가 인간을 지배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고 인간 사회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더라. 인터뷰 하며 그런 부분을 알게됐다"라며 "서양과 동양의 생각 차이가 있다. 서양은 인간 중심의 문명이지만 일본은 인간만이 중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영화에서도 인간보다 휴머노이드를 앞에 뒀다. 그런 면에서 지나치게 낙천적인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어른들은 숲에서 살지 못하고 인간의 세계로 돌아온다"라고 밝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계에서 AI를 쓰는 것에 대한 반대 움직임이 있는 것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는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AI를 쓰지말자는 운동이 있다. 우리들의 일 없어지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고, 스턴트맨이나 배우의 일 같은 것이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비용대비 효과 효율화라는 것만 생각했을때 지금 사람들이 하는 일의 대부분은 AI에게 맡겨질 것이다. 일본에서도 많은 일을 AI가 하고 그 현상은 영화의 현장에도 왔다"라며 "결국 계속 이렇게 된다면 만들어지는 영화는 닮아질 것이고 재미가 없어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크리에이터의 의문이라고 생각한다. 안전이나 효율만을 생각하면 자동차로 달리는 씬을 찍을 때 스튜디오에 자동차를 갖다놓고 뒷배경만 바꾸는 것이 맞지만 저는 실제로 달리면서 찍는다. 한국에서 촬영할 때도 배두나 배우가 '저는 자동차씬을 찍을 때 바람을 느끼며 찍고 싶다'고 했는데 저도 그 말에 동의한다"라고 피력했다.
끝으로 그는 "영화가 필름에서 디지털화 됐을 때도 의문을 가졌다. 중요한 것은 크리에이터의 생각이다. 미국에서처럼 AI만 안 받아들이는 운동은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올해 가을에 영화 한 편이 더 개봉하고 내년에 미국에서 영화 한 편을 찍을 계획이다. 또 향후 한국, 중국, 일본이 나오는 아시아 배경 영화도 포기하지 않고 촬영할 예정이다. 기다려 달라"고 차기작 계획까지 귀띔했다.
상자 속의 양'으로 '브로커'를 함께 했던 강동원의 영화 '와일드 씽'과 맞붙게 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그는 "어제 '와일드 씽' 예고편을 봤다. 보자자마 만나고 싶었다. 영화관에서 '동원이다, 만나고 싶다' 했다"라며 "(강동원은) 너무 젊더라. 변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상자 속의 양'은 오는 10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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