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영화를 보는 김나연 기자의 사적인 시선.


가히 선을 넘는 상상력이다. 나홍진 감독이 외계인을 세상에 풀어놓고, 156분 내내 숨 돌릴 틈 없는 롤러코스터를 완성했다. 관객을 태운 채 쉬지 않고 질주하는 영화 '호프'다.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성기'(조인성 분) 무리와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은 마을 외곽에서 심하게 훼손된 소의 시체를 발견한다. 난폭한 호랑이가 출몰한 것으로 예상했지만, 곧 호랑이로는 설명할 수 없는 파괴의 흔적을 마주하게 된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단순하다. 노인들만 남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호포 출장소의 '범석'과 '성애'(정호연 분), 그리고 미지의 존재를 쫓아 산으로 향한 '성기' 무리의 이야기가 두 갈래로 전개된다.
'범석'은 마을 곳곳에 남겨진 파괴의 흔적을 따라 미지의 존재를 추적한다. 그 여정은 쉴 새 없이 몰아치고, 관객은 자연스럽게 '범석'의 시선을 따라 추적에 동행하게 된다.
'범석'은 흔히 재난 영화에서 등장하는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끊임없이 망설이고, 두려워하며, 현실적인 선택을 고민하는 인물이다. 그 인간적인 면모가 오히려 극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더욱 끌어올린다. 여기에는 황정민의 현실감 있는 연기가 더욱 빛을 발한다.

도통 이유를 알 수 없는 잔혹한 폭주가 집요하게 이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외계인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며 영화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성애'는 "아무리 괴물이라도 이러면 안 되는 거다. 이건 선을 넘었다"고 외치며 총을 겨눈다.
외계인의 모습은 모두를 단번에 설득하지는 못할 수 있다. 특히 '호프'는 크리처를 환한 대낮에 등장시키며 전에 없던 도전에 나섰다. 여기에 외계인들의 감정까지 포착되는 지점에서는 고개를 갸웃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작품의 몰입을 해칠 만큼 큰 걸림돌은 되지 않는다.
점차 진실에 다가서며 인간과 외계인의 입장 차이가 드러나는 순간까지, 속도감 있는 전개와 극한의 서스펜스, 적재적소에 배치된 유머가 쉼 없이 이어지며 '호프'만의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종족과 신분, 계급이 다른 네 명의 외계인과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간들의 사투는 압도적인 스케일의 액션으로 완성된다. 빽빽한 숲속에서 펼쳐지는 승마 추격부터 말과 자동차가 뒤엉킨 추격전까지.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역동적인 액션 시퀀스는 '호프'의 가장 큰 미덕이다. 그 중심에는 말 그대로 '액션 투혼'을 발휘한 조인성의 열연이 있다.
나홍진 감독이 설계한 156분간의 롤러코스터는 목적지에 다다른 뒤에도 쉽게 끝나지 않는다. 관객은 엔딩이 품은 의미를 오래도록 되새기게 될 터다. 감독은 "궁극적으로 이 영화가 담고자 했던 것은 '세상의 모든 비극은 오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호프'는 오는 15일 개봉. 러닝타임 156분. 15세 이상 관람가. 쿠키영상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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