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징어 게임' 이후 정호연의 시간은 '증명'이 아닌 '성장'을 향해 있었다. '호프'로 스크린에 데뷔한 정호연은 한 걸음씩 배우로 성장해 나가고 싶었다고 밝혔다.
8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영화 '호프'(감독 나홍진)의 배우 정호연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 극 중 정호연이 맡은 호포항의 순경 '성애'는 어떤 상황에서도 제 할 일을 하는 명확한 선악의 기준을 가진 인물이다.
정호연은 개봉을 앞두고 "설레는 감정이 크다. 오래 기다린 작품이라서 얼른 관객들의 피드백을 들어보고 싶다. 시사 후 반응도 많이 찾아봤는데 다 재밌게 보셨다고 해주셔서 감사했다. 안도감이 들기엔 섣부른 것 같고, 제일 큰 감정은 설렘인 것 같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통해 글로벌 스타로 도약한 정호연은 '호프'에서 이전과는 결이 다른 액션과 깊어진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배우로서 활동 영역을 한층 넓혔다.
정호연은 '호프'를 제안받고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차기작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나홍진) 감독님이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미팅 요청을 해주셨다. 근데 제 마음가짐은 오디셔을 보러 간다는 생각이었다. 제가 가는 길에 많은 상상을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잘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을 만났을 때 첫인상은 눈빛이 정말 강렬했다. 그때 '척'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은 다 꿰뚫어 보실 것 같았다"며 "만나서는 일상 이야기를 주로 했고, 감독님이 '정 배우가 이제 충무로에 들어올 건데 짜장면 한그릇은 사줘야 하지 않겠냐' 하시면서 맛있는 짜장면을 사주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자리가 끝나고, 제작사 대표님에게 '정 배우한테 대본을 전달해 주세요'라고 말하셔서 깜짝 놀랐다. 그 자리에서 시나리오를 받거나 다음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며 "시나리오를 주셔서 너무 행복했다"고 웃었다.
그는 "손안에 들려있는 시나리오가 그 어떤 금은보화보다 값지게 느껴져서 품안에 안고 집으로 갔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호프' 밑에 제 이름을 적었다. 그만큼 간절했다"고 덧붙였다.
정호연은 나홍진 감독과 작업에 대해 "절대 타협하지 않으신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양보하지 않고, 완벽한 결과물을 위해서는 뭐든 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갔는데 피팅 때부터 집요함이 느껴졌다"며 "황정민 선배님도 완벽주의자시고, 현장의 큰 어른인 두분이 그런 자세로 이 작품을 대하다 보니까 저는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나홍진 감독은 황정민의 추천을 받고, 정호연과 미팅을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정호연은 "처음에는 그 사실을 몰랐고, 나중에서야 이야기를 들었다. 감독님과 황정민 선배님께서 '성애'라는 캐릭터가 신선했으면 좋겠고, 순경의 모습이 어색하지 않은 배우였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셨다고 하더라"며 "황정민 선배님이 '오징어 게임'을 보신 기억이 있어서 '호연이는 어때?'라고 가볍게 말씀하셨는데, 감독님께서 '한번 만나보겠다'고 하셨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에서 배우들한테 '힘내세요', '할 수 있다'라고 응원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말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더라"라고 웃으며 "그냥 묵묵히 기다려줬다. 촬영 후에 무사히 돌아오면 감사하다고 생각했다"고 후기를 전했다.
황정민, 조인성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황)정민 선배님은 절대 늦지 않으시고, 항상 20분 정도 일찍 현장에 도착하신다. 저도 선배님보다 늦게 도착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더 일찍 가려고 노력했다"며 웃었다.
이어 "무엇보다 현장에서 긴장을 절대 늦추지 않으신다. 함께 작업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서로에게 익숙해져 편해질 법도 한데, 그런 순간을 늘 경계하시는 것 같았다. 특히 액션 영화를 찍다 보면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하다 보니 눈 한번 깜빡이지 않을 정도의 집중력과 에너지를 유지하셨다. 그런 자세는 정말 필수적이라는 걸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조인성에 대해서는 "(조)인성 선배님은 정말 유연한 분이다. 현장에서 스태프 한 분 한 분을 세심하게 챙기시고, 현장 분위기가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만드는 에너지를 갖고 계셨다"고 전했다.
또한 정호연은 "'호프' 포스터를 보는데 내 이름이 황정민, 조인성 옆에 있다는 것 자체로 꿈 같은 일이다. 소름끼치기도 한다"면서 "현장에 있는 내내 황 선배님, 인성 선배님, 나홍진 감독님이 영화 얘기를 하는 걸 옆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돈 내고도 경험하기 힘든 경험을 한 거니까 너무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데뷔작인 '오징어 게임' 이후 월드 스타 반열에 오른 정호연은 차기작을 서두르기보다 자신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징어 게임' 이후 운동도 하고 쉬는 시간도 가지면서 급하게 작품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 저에게 시간을 주자는 마음이었다"며 "제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제 시간과 경험, 노하우에 비해 큰 기회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게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만큼 잘하고 싶은 욕심도 커졌고, 그 욕심과 경험이 충돌하는 지점을 마주하게 되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시간을 더 주려고 노력했다. '괜찮아. 연기에서는 한 스텝씩 가는 거야. 증명하거나 보여주려고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며 "지금 내가 가진 것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관객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살았다. 그런 생각들이 제 불안을 잠재워줬고, 그 시간이 정말 중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순간순간 충실하게 고민했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정말 많이 고민했다"며 "제가 어떤 배우인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는 저보다 밖에서 봐주시는 분들이 더 정확하게 평가해주실 것 같다. 저는 그저 제 삶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도 항상 건강한 마음가짐으로 배우 생활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정호연은 "'호프'가 관객들이 시간을 들여 관람한 만큼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며 "관객들에게 '끝까지 해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냈다'는 칭찬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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