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요한이 판을 벌이면 노재원이 그 판을 뒤흔든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가 마지막 승부를 위해 꺼낸 에이스 카드는 두 배우의 연기다.
타고난 끗발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장태영'(변요한)과 천부적인 머리와 노력으로 스스로를 증명해온 '박태영'(노재원). 학창 시절부터 함께해온 두 사람은 닮은 듯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각자의 길을 걸어왔다.
두 사람은 온라인 카지노 사업에 뛰어들며 함께 성공의 정상에 오른다. 하지만 사업이 커질수록 세상의 시선은 장태영에게만 쏠리고, 박태영의 마음속에는 '친구'라는 이름 뒤에 감춰둔 질투와 열등감이 점점 몸집을 키운다. 결국 질투는 배신으로 번지고, 두 사람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이 깨진다.
모든 것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 장태영은 가까스로 살아남은 뒤 전설의 타짜 '곽동욱'(조우진)에게 포커를 배운다. 벼랑 끝에서 다시 일어선 장태영은 자신을 무너뜨린 박태영을 끌어내리기 위해 마지막 승부를 준비하고, 두 사람은 결국 글로벌 도박판에서 다시 마주한다.
친구를 향한 질투에서 시작된 감정은 배신을 거쳐 복수로 번진다. 한때 가장 가까웠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기까지, 영화는 관계가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을 밀도 있게 쫓는다.
감정의 균열과 변화가 곧 서사의 동력이 되는 만큼, 이 작품에서는 배우의 역할이 중요하다. 변요한과 노재원이 만들어내는 팽팽한 연기 합이 영화의 성패를 좌우하는 셈이다.
타고난 끗발을 가졌지만, 친구의 배신으로 추락했다가 복수심 하나로 다시 판 위에 서는 승부사 '장태영'은 변요한 특유의 시원시원한 에너지와 잘 맞물린다. 무너질 때는 처절하게, 다시 일어설 때는 거침없이 밀어붙이며 인물의 굴곡을 설득력 있게 만든다.
첫 영화 주연작을 맡은 노재원은 놀라울 정도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열등감과 질투, 시기심이 뒤엉킨 '박태영'을 섬세한 감정 연기와 탄탄한 강약 조절로 밀어붙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기보다 조금씩 균열을 키워가는 방식이 캐릭터의 불안과 집착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첫 스크린 데뷔에 나선 배우는 또 있다. 스윙스는 본명 문지훈으로 배우에 도전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익숙한 래퍼의 이미지를 내려놓고 캐릭터에 녹아들며 짧은 등장에도 존재감을 남긴다. 영어 연기지만, 예상 밖의 자연스러운 연기 톤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로 작용한다. '믿고 보는' 조우진과 윤경호의 존재감도 적지 않다. 분량의 많고 적음을 떠나 두 배우 모두 익숙한 안정감으로 영화의 중심을 단단하게 받쳐준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20년간 이어온 '타짜' 시리즈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이전 시리즈와는 결이 다르다. 화려한 도박 기술과 승부의 쾌감보다 두 인물의 관계와 그 안에서 뒤틀리는 욕망에 더 깊숙이 파고든다.
포커의 세세한 기술을 몰라도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물론 포커의 룰과 패의 흐름을 이해한다면, 승부의 순간마다 오가는 심리전과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한층 더 입체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타짜' 시리즈는 전편이 모두 추석 극장가에서 관객과 만났다. 4편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명절 영화라고 해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답게 누군가에게는 불필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수위 높은 장면과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폭력적인 장면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최국희 감독은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영화라기보다는 성인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타짜4'는 오는 23일 개봉. 러닝타임 129분.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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