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양자경이 할리우드 진출 당시 마주했던 아시아 배우의 한계와 편견을 돌아보며, 스테레오타입을 깨기 위해 끊임없이 역할의 폭을 넓혀온 여정을 되짚었다.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 양자경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양자경은 "15년이 흘렀는데 다시 부산에 오니 정말 멋지다. 따뜻하게 환대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게 돼 의미가 깊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부산국제영화제와 마찬가지로 저 역시 오랜 길을 걸어왔다. 아시아에서 시작해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고, 영화를 통해 문화를 나누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그 목표를 어느 정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진출 당시 겪었던 한계도 떠올렸다. 양자경은 '007 네버 다이'(1997)로 국제적 인지도를 확보한 후, '와호장룡'(2000)을 통해 비영어권 작품이라는 한계를 넘어 전 세계 흥행과 비평을 동시에 사로잡으며 명실상부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오른 바 있다.
그는 "처음 할리우드에 갔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내가 마이너라는 사실이었다. 전 세계에 많은 아시아인이 있지만 아시아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역할은 많지 않았고, 그마저도 스테레오타입에 갇혀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007' 영화에 출연했을 때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첩보 영화에 아시아 배우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하나의 문이 열렸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아시아 배우가 맡을 법한 전형적인 역할이라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양자경은 "'와호장룡' 이후에는 유리천장을 깼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스테레오타입의 역할만 계속한다면 결국 그런 이미지로만 소비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부터 역할의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했고, 아시아 여성도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밝혔다.

특히 양자경은 2023년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제95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세계 영화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양자경은 아시아 배우들의 성취에 대해 "윤여정 배우가 2021년 아시아인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아시아 배우들의 위상을 보여줬다"며 "저 역시 오스카 경쟁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 큰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에는 정말 꿈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 성취가 많은 사람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 역시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양자경은 이번 영화제에서 영화 '우리 할머니는 큐브왕'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그는 "그동안 할리우드 작품을 많이 해왔는데, 다시 아시아 영화로 잘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에 대해 "나이가 든 사람들에게도 회복탄력성이 있고,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결국 가장 큰 질문은 '내 삶은 내 것인데,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그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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