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판빙빙이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과 국가를 넘나들며 연기의 가능성을 확장해온 여정을 돌아봤다.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미친 노인의 일기', '그녀가 말했다'에 출연한 판빙빙의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판빙빙은 부산을 찾은 소감에 대해 "부산에 올 때마다, 또 개막식에 참석할 때마다 늘 설렌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온 감독님들과 다양한 배우들을 만날 수 있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은 올 때마다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특히 바닷가를 거닐 때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 든다"며 부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판빙빙은 아시아영화의 창 섹션에 초청된 '미친 노인의 일기'(감독 웨인 왕), 와이드 앵글 단편 경쟁부문에 초청된 '그녀가 말했다'(감독 아이번 탄)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그는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저는 무엇보다 촬영 과정에서 얼마나 즐겁게 놀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캐릭터와 좋은 극본도 물론 중요하지만, 새로운 작품과 캐릭터, 감독을 만나 함께 작업하는 과정 자체가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와 스태프들이 즐겁게 작업해야 더 좋은 컨디션을 찾을 수 있고, 스트레스도 덜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양한 국가와의 협업에 대해서는 "저는 중국 배우이지만 여러 나라의 영화인들과 함께 작업해왔다. 나라마다 영화의 스타일과 언어, 고유한 특색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작품에 도전할 때마다 늘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영화 '미친 노인의 일기'를 촬영하면서는 현지 언어를 직접 배우기도 했다고. 그는 "그런 경험을 할 때마다 제게 새로운 창문이 하나씩 열리는 느낌"이라며 "바깥의 영화 세계가 이렇게 재미있고, 또 이렇게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은 배우에게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가능성이 있어야 새로운 것을 해낼 수 있다"며 "많은 배우들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다양한 가능성을 경험했으면 좋겠다. 그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다양성을 발견하고, 또 다른 차원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그동안 많은 한국 영화인들과 협업한 경험이 있다. '녹야'를 촬영했을 때는 코로나19 시기였지만 약 두 달 동안 한국에 머물며 영화를 찍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영화를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장이모우 감독님도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한국의 배우와 감독들은 굉장히 세계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고 표현도 자유롭다. 또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존재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최근 본 한국 영화로는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을 꼽았다. 그는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가능한 사랑'을 봤는데 정말 좋았고, 새로운 충격을 받았다"며 "영화 속 배우들이 작품 안을 굉장히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웠다"고 감탄했다.
또 "'녹야'를 촬영하면서 이주영 배우의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봤고, 그 과정에서 신선한 자극도 많이 받았다"며 "이런 다양한 협업과 새로운 시도들이 제 연기에도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AI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판빙빙은 "AI가 계속 발전하고 있고, 이미 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중국에서도 AI를 활용한 숏폼 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저도 가끔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작품들을 보면 비슷한 얼굴과 비슷한 이미지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한 편을 보든 여러 편을 보든 스타일만 달라질 뿐 배우의 모습은 비슷하게 느껴지고, 인물의 얼굴이 기억에 남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것을 좋은 작품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젊은 세대가 좋은 작품을 충분히 접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저는 다양한 나라의 장편영화를 보면서 작품의 예술성과 미학을 바라보는 심미안을 키워왔다"며 "지금 젊은 세대가 숏폼 드라마를 주로 접하면서 어떤 심미안을 갖게 될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싶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배우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판빙빙은 "저는 숏폼이나 AI가 배우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이 연기할 때 나오는 감정과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 실제 삶에서 축적된 경험과 기술은 AI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까지 AI로 만들어진 영상은 감정이나 서사가 직접적으로 표현되고, 자극적인 요소가 많으며 그 과정이 생략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을 언급하며 "그 작품을 봤을 때도 '저런 연기는 절대 AI가 대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충격적이었고, 배우가 가진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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