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홍진 감독이 영화 속 안타고니스트를 만들기 위해 영화보다 실제 사람을 더 많이 만난다고 말했다.
8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마스터 클래스 '나홍진 그가 곧 장르'가 열렸다.
나홍진 감독은 자신의 작품이 실제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먼저 영화 '추격자'의 탄생 계기에 대해 "동네 술집에서 친한 형들과 축구를 보며 술을 마시다가 옆자리에 앉은 형사들과 우연히 친해졌다"고 운을 뗐다.
이어 "밤새 술을 마시다 보니 한 형사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줄까'라면서 연쇄살인범 유영철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줬다. 유영철이 기동수사대에 붙잡혀 갔다가 대장의 두 눈을 찌르고 도망쳤다는 이야기였는데, 제가 전혀 몰랐던 내용이라 굉장히 충격적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작품을 준비하면서도 직접 현장과 사람들을 찾아다녔다고 했다. 나 감독은 "당시 가리봉동의 조선족 사회에 대해 알아보고 싶었다. 그때만 해도 사람들이 칼을 차고 다닐 정도였고, 살인 사건도 빈번하게 발생하던 곳이었다"며 "이야기를 찾아 비행기를 타고 연변까지 가서 조직폭력배를 만나기도 했다. 그분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러 경험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곡성'을 준비할 당시에는 무속의 세계로 직접 들어갔다. 그는 "한 무속인의 가족과 친해지게 됐다. 무속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고 알고 싶어서 무속인들과 함께 생활했고, 산속 암자에서 몇 달 동안 지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다 보니 단순히 이야기를 듣는 것을 넘어 실제로 여러 장면을 목격하고, 그 세계의 안쪽까지 들어가게 됐다"며 "결국 제게는 책이나 자료로 조사하는 것보다 실제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보는 과정이 작품을 만드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나홍진 감독은 영화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고민하는 요소로 '안타고니스트'를 꼽았다. 그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가장 먼저 포커스를 맞추는 부분이 안타고니스트"라며 "그 인물을 만들기 위해 아주 많은 사람을 만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영화계 사람들은 자주 만나지 않으려고 한다.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제가 모르는 세계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며 "'호프' 때도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팀을 꾸려 낚시를 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친해졌고, 그 과정에서 인물의 디테일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 속 '양배'라는 이름도 실제 만난 사람의 이름에서 가져왔다"며 "안타고니스트를 만들기 위해 책도 많이 보지만, 인물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상징이나 메타포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얻기 위해 읽는 편"이라고 밝혔다.
반면 영화는 가능한 한 참고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 감독은 "다른 영화를 참고했을 때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실제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얻은 경험과 시간을 바탕으로 안타고니스트를 만들어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