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K팝 4세대 아이돌 그룹이 세계 음악 시장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며 K팝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올랐다. 3세대 선두주자인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선배들이 일궈놓은 글로벌 영향력을 자연스럽게 이어받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확장하며 K팝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데뷔 후 비교적 짧은 기간에 뚜렷한 성과를 내며 빠르게 스타덤에 올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K팝이 더 이상 일부 아티스트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세대를 거듭하며 지속 가능한 글로벌 음악 장르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타뉴스는 창간 22주년을 맞아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눈부신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K팝 4세대 아이돌 그룹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K팝 신 걸그룹 뉴진스(NewJeans, 민지 하니 해린 혜인)라는 이름으로 데뷔한 지도 이제 1512일. 이 짧지 않은 시간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심지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더 많을 것만 같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뉴진스가 K팝 신과 대한민국에 끼친 영향은 분명 역대 레벨에 해당한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데뷔. K팝 신의 판도를 뒤집고 트렌드를 이끌었던 전성기 활약상. 그런데 보이지는 않았다가 갑자기 수면 위로 떠올랐던 갈등들. 그리고 멈춤. 아무 것도 얻지 못했던 기나긴 소송과 5인 완전체 복귀 무산까지. 과거 대한민국 대중가요계에서도 소속사와의 다툼으로 그 꽃길을 오래 이어가지 못한 가수들이야 당연히 많았지만, 뉴진스만큼 이러한 진흙탕 싸움이 생중계마냥 모두의 집중과 시선을 끈 케이스는 결코 많지 않다.
'잃어버린 2년'을 지나, 이제 뉴진스는 다시 '새로운 세대'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길고 긴 다툼으로 생겨난 깊은 상처로 이전의 미소를 되찾는 것도 쉽지 않을텐데, 반대로 이렇게까지 사태가 커진 것에 대한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과 사과도 잊어선 안 되는 상황이다. 팀 해체가 아닌 이상 뉴진스 멤버 민지 하니 해린 혜인이 해야 하고, 간과해선 안 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1. 2019년 7월 1일 민희진 빅히트 이적. 여러모로 화제를 모았던 이 이적은 SM과 하이브 양측을 사이에 두고 여러 반응을 일으켰었다.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와의 과거 인연에서부터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의 의미 있는 만남에 대한 썰도 회자될 정도였다. 이적을 공식화하며 민희진은 2022년 데뷔를 목표로 새 아이돌 론칭을 예고했고, 그 아이돌이 바로 뉴진스였다.
2. 2021년 11월 12일 어도어 설립 공식화. 그 유명한 하이브의 160억 출자가 바탕이 된 어도어의 출범은 뉴진스 데뷔를 7개월 정도 앞두고 세상에 알려졌다.

3. 2022년 7월 22일 뉴진스 데뷔, 2022년 8월 1일 데뷔곡 'Attention' 등 데뷔 앨범 음원 발매. 파격적인 출발이었다. 그 흔한 데뷔 쇼케이스 없이 뮤직비디오 공개로 뉴진스를 처음 공개했고, 이 날이 공식 데뷔일이 됐다. 외부 활동은 음악방송 무대 전까지 철저히 제한했다. 당연히 인터뷰도 없었고 온라인으로만 이들의 존재를 인지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이를 두고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긴 했지만, 높은 화제성 덕분인지 자연스럽게 넘어갔고 음악방송 첫 무대로 시선이 쏠렸다.
4. 핫한 데뷔, 곧바로 차트 점령. 그리고 꽃길 2년.

2023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등 3관왕
2023년 한국갤럽 올해를 빛낸 가수
2023년 한국갤럽 올해의 가요 1위(Super Shy)
2023년 제14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2024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노래(Ditto) *2년 연속 본상
2024년 한국갤럽 올해를 빛낸 가수 *2년 연속 1위
국내 음악방송 통산 35관왕(걸그룹 역대 3번째 데뷔곡 지상파 3사 음악방송 1위)

"지금 무슨 노래 듣고 있어요?" "뉴진스의 '하입 보이'요." "여기 홍대로 가는 길이 어디예요?" "뉴진스의 '하입 보이'요."
2022년 대유행을 이끌었던 대화 중 하나다. 이 쇼츠 영상과 함께 '지금은 뉴진스 시대'라는 타이틀이 증명됐다. 그렇게, 뉴진스는 순식간에 대세로 등극했다.
'Attention'에 이어 사실상의 후속곡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점찍은 'Hype Boy'(하입 보이)는 뉴진스 커리어 역대 최고의 히트작으로 아직까지 손꼽히는 곡이라 할 수 있다. 뭄바톤과 일렉트로팝이 가미된 멤버들의 시크하면서도 개성적인 매력이 돋보인 이 곡은 역시나 이지 리스닝 스타일의 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힙하게 살짝 변주한 느낌으로 완성됐다. 매력이 넘치는 5명이서 함께 모여서 속삭이며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만으로 트렌트 세터로서 면모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더욱이 여러 버전의 퍼포먼스 비디오도 곁들이면서 보는 재미와 맛을 제대로 선사했다. 이 곡은 타임지 선정 2022년 K팝을 빛낸 노래에 포함되며 그 인기를 입증했다.
그리고, 승승장구. '새로운 K팝 아이콘'의 다음 앨범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됐고 뉴진스는 보란듯이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뉴진스가 발표한 신곡이니까 이유 없이 무조건 듣고 보고 즐겼다. 그렇게, 2022년 12월 공개된 'Ditto'는 2023년 최고의 노래가 됐다.
'Ditto'를 모른다며 이 곡이 최고의 노래가 맞냐는 누군가의 질문이 나올 법도 했지만, 정말로 'Ditto'는 그 해 최고의 노래였다.(심지어 논란도 있었다.) 기가 막혔던 학창 시절 과거 추억 소환 콘셉트와 스토리라인. 겨울 계절감마저 들어맞은 포근하면서도 센스 있는 멜로디. '나도'라는 의미의 이 라틴어가 1990년대에서 온 2000년대생들로 모인 뉴진스로 인해 전해진 이 파급력은 뭔가 잔잔하면서도 놀라웠다. 여기에 '뮤비 소재 나만 불편함? 아이돌 뮤비 얼굴이랑 안무만 보여줘도 평타는 치는...'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적고 있던 한 소녀의 쿠키 영상까지, 'Ditto'는 다소 불편한 이슈까지 끌고 왔다.
그리고, 'ETA'. 역시나 논쟁적인 히트곡으로 거듭난 노래다. 정말이지 이때도 뉴진스가 선택해온 장르들을 보면 분명 탁월한 선택들이 많았다. 결코 흔한 느낌이 아니었으며 흔한 장르도 뉴진스만의 장르로 발전시켜 나갔다. 이 시점에 이 장르를 활용해야겠다고 결정한 프로듀서 250의 공이 역시 크다. "스마트폰 시대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고찰해보고 싶었다"라고 언급한 뮤비 감독 신우석의 말처럼, 'ETA'는 한 소녀의 명확한 1인칭 시점에서 그려졌고, 이에 맞게 신나는 비트가 분위기를 더해갔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뮤비 속 스토리가 몰입을 더했고, 멤버들의 연기와 군무가 절묘하게 안착하면서 반복 재생을 유도했다. 이후 하이브 민희진 사태를 예견한 듯한 '지원'과 '여친'을 둘러싼 갑론을박까지 화제의 중심이었다.

2022년 AAA 대상(올해의 퍼포먼스), 신인상 동시 수상 2관왕
2023년 AAA 대상(올해의 노래, 올해의 퍼포먼스) 등 6관왕
2024년 AAA 대상(올해의 가수) 등 3관왕
올해로 11년째를 맞이하게 될 Asia Artist Awards(이하 AAA)에서도 뉴진스의 임팩트는 아주 강렬했다. 3년 연속 대상과 신인상 대상 동시 수상. 그리고 총 11관왕. 이 자체로도 설명이 더 필요가 없다.
안타깝게도 뉴진스는 AAA에서의 3번째 대상을 거머쥐었던 2024년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다소 위축될 수도 있었지만, 멋지게 퍼포먼스를 완성해냈고 팬들과 민희진 대표를 향한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았다.

2024년 4월 22일 이후 862일 동안 뉴진스에게서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사실 하이브와 민희진 간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나서 "(민희진의 하이브 이적으로) 일찌감치 불편한 동거가 감지됐었다"라는 시선도 보이지 않게 들려왔지만, 그 당시 이 시선을 확신했던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가 공고해지고 있는 가운데서 뉴진스가 데뷔 직후 빠르게 대세로 등극했기 때문에 갈등은커녕 윈윈 시너지를 기대했다. 그렇기에 이 사태로 모두가 놀랐고, 업계도 충격에 휩싸였으며, 생각했던 것보다 민희진의 태도가 강경했던 부분이 제일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민희진은 '아일릿 표절'을 키워드로 하이브와의 전면전을 시작한 데 이어 하이브의 감사권 발동 역시 더욱 강하게 반발했다. 하이브는 민희진의 경영권 찬탈을 여러 근거를 바탕으로 의심했다. 양측의 주장을 놓고 갑론을박이 매우 뜨겁게 전개됐다. 정말 아일릿이 뉴진스를 베껴서 탄생한 걸그룹인지, 정말 민희진이 경영권을 찬탈하려 했는지 상상만 한건지 아니면 하려 했다 들킨 건지 등에 대한 진위는 862일이 지난 지금도 명확하게 결론이 나왔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법적 논리로 지켜봤던 재판부도 그저 '사실상 그러하다' 정도의 결론으로 판단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2024년 내내 양측의 지리멸렬한 진흙탕 공방 속에 '대상 가수' 뉴진스 커리어를 허송세월로 날려버렸고, 2025년은 줄줄이 민사 소송의 연속이었다. 민희진, 뉴진스와 범 하이브 간의 법정 다툼이 계속됐다. 법정에 선 변호사들은 양측의 갈등 상황을 PT까지 동원하며 각자 유리한 입장에서 주장했고 되풀이했다. 말이 반복되고 공방이 길어지니 시간이 지날수록 이 사태는 대중의 관심사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뉴진스도 점점 잊혀져갔다. 2024년은 몰라도 최소한 2025년과 2026년 뉴진스 5명이 온전히 뉴진스라는 이름으로 무대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준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이제는 5명 완전체를 보는 것마저 불가능하다. 이쯤 되면 사실상 전성기가 끝났다고도 볼 정도의 커리어다. 피프티피프티가 탬퍼링 이슈로 그 사달이 난 이후 과거의 영광을 끝내 되찾아오지 못한 것처럼, 뉴진스도 현재로선 물음표에서 멈춰 있다. 하지만 물음표라서 다행인 건지도 모른다고도 말한다. 뉴진스와 함께 그 전성기를 지켜보고 즐겼던 이들은 그 실낱같은 희망이 영광 재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잃어버린 2년이라는 긴 터널에서 뉴진스는 어디까지 왔을까. 법적 다툼이 아직도 끝날 기미가 안 보이는 가운데 4인조로 연내 복귀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을 4명의 멤버들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부터 마주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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