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에 가면 누구나 공짜로 즐겼던 대영박물관, 내셔널갤러리, 빅토리아앤드앨버트박물관의 무료 입장이 사라질 수도 있다. 영국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국립 박물관·미술관 유료화를 공식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25년간 이어온 무료 정책에 처음으로 균열이 생겼다.
영국 노동당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국립 박물관 입장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리사 낸디 문화부 장관은 "외국인 관광객 입장료가 가져올 잠재적 기회를 박물관 업계와 함께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전 노동당 하원의원 마거릿 호지 남작 부인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잉글랜드예술위원회(ACE) 독립 검토 보고서의 권고를 수용한 것이다.
영국 국립 박물관·미술관의 상설 전시 무료 입장 제도는 2001년 도입됐다.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한 이 정책은 관광 활성화의 성공 사례로 꼽혀왔다. 루브르 박물관(비유럽인 32유로), 뉴욕 현대미술관(30달러), 스페인 프라도미술관(15유로) 등 세계 주요 박물관이 대부분 유료인 것과 대조적이다.
입장료 15~20파운드 예상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외국인 입장료는 15~20파운드(약 3만1000원~4만200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3~2024 회계연도 기준 영국 15개 주요 박물관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은 1750만 명으로, 전체 관람객의 43%를 차지한다. 입장료가 도입될 경우 연간 최대 3억5000만 파운드(약 6800억 원)의 수입이 생길 것으로 추산된다.
단, 큰 걸림돌이 있다. 외국인 관람객 유료화 방안은 정부가 내국인과 외국인을 구분할 수 있는 디지털 신분증 제도를 먼저 도입해야 실행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현재 영국에는 이 같은 범용 신분증 제도가 없어 실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당신네 유물 갖고 있으면서 돈까지 받겠다고?"…문화계 반발
찬반 논란도 뜨겁다. 테이트 갤러리 퇴임 관장 마리아 발쇼는 "세계 각국의 문화재를 소장하면서 그들에게 입장료까지 받겠다는 게 무슨 의미냐"며 강하게 반대했다. 문화정책연구소 앨리슨 콜 소장도 입장료 부과가 "매우 나쁜 생각"이라며 비싼 런던에서 관광객들이 예산을 이유로 박물관을 포기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한 대형 박물관 관장은 파이낸셜타임스에 "매우 합리적인 방안"이라며 "정부 지원이 계속 줄어드는 현재 모델로는 운영이 어렵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입장료 대신 숙박세를 문화시설에 투자하자는 대안을 제시한다. 문화정책연구소는 런던 관광객 숙박세만으로 연간 3억5000만 파운드(약 6850억 원), 전국적으로는 12억 파운드(약 2조3000억 원)를 조성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영국 정부는 연내에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 관광객들의 '버킷리스트'였던 런던 박물관 무료 투어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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