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주연 '너는 내 운명' 필리핀 새댁 역 제의

지난 15일 오후 6시, 필리핀의 한국계 여배우 제니퍼 리(21)가 인천공항에 내렸다. 당초 함께 오기로 했던 필리핀 여배우 캐시 모리(24)는 없었다.
제니퍼가 한국에 도착하기 직전인 14일 오후, 제니퍼와 캐시의 누드모바일 서비스
기획사인 ㈜공연과사람으로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다음날 마닐라발-인천행 여객기에 탑승키로 돼있는 캐시였다. 웃음기 머금은 목소리로 캐시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한국에 안 간다. 제니퍼보다 내가 더 예쁘기 때문이다. 제니퍼를 많이 도와 달라."
한국인 아버지-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의 혼혈인으로 태어나 쓸쓸하게 성장한 제니퍼가 친언니처럼 따르는 선배 여우가 캐시다. "아버지를 찾으려면 뭇사람의 눈길을 끌어야 하는데 관심을 얻는 데는 누드가 효과적"이라며 알몸으로 한국의 카메라 앞에 서겠다는 제니퍼를 위해 기꺼이 함께 벌거숭이가 된 정 깊은 여배우이기도 하다.
이런 캐시가 출국 하루 전에 돌연 한국행을 포기한 것이다. 공연과사람들측은 "캐시의 전화를 받고 한동안 어리둥절했다. 자기가 더 예뻐서 안오겠다는 말을 선뜻 이해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잠시 후 캐시의 깊은 뜻을 헤아린 이들의 입에서는 탄성이 절로 났다. "자신과 제니퍼에게 분산될 시선을 제니퍼에게 몰아주려는 희생과 의리 그리고 배려를 '내가 더 예뻐서'라는 농담같은 핑계로 감춘 것"이라는 해석이다.
캐시의 예상은 적중했다. 취재진의 카메라 세례는 인천공항 입국 게이트에서 숙소인 서울 시청앞의 P호텔 룸에 이르기까지 한 치 어긋남 없이 제니퍼에게로만 쏟아졌다.
각 방송사의 '인간시대'풍 프로그램 제작진은 제니퍼의 '추정 친부'(50대 중반 김모씨)를 원망했다. 제니퍼와 생부가 20년 만에 만나는 극적인 장면을 기대했던 방송 스태프들은 '뒷모습만 촬영-모자이크 처리-음성 변조'등 완벽한 신분 은닉 조건조차 거부한 김모씨가 야속하기만 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제니퍼는 정작 담담했다. "20년 동안 한번도 나와 어머니를 돌아보지 않은 아버지가 어느날 갑자기 선뜻 나타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며 "한국과 한국인을 더 배우면서 아버지와 손 잡을 날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제니퍼가 아버지를 원망만 해온 것은 아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시절까지 태권도를 익히며 아버지의 나라 한국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려 애썼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편이 아닌지 아직도 파란띠에 머물고 있다"며 밝게 웃기도 했다.
몸매 중에서 "상체가 가장 자신있다"고 말할 때는 프로페셔널 연예인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제니퍼와 캐시의 누드사진은 1만1000컷에 이른다. 이 가운데 8000장을 17일부터 국내 이동통신 3사를 통해 모바일로 서비스한 뒤 조만간 동영상으로도 공개할 계획이다.
제니퍼를 향한 한국인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와~ (몸이) 장난 아닌데'라는 호기심과 '가슴 아픈 내용이다'는 공감이 맞선다. '제니퍼를 사랑하는...', '제니퍼 러브'등 인터넷 팬 카페 회원 수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이같은 대중적 인지도는 한국 영화와 광고모델 제의로 이어졌다. 황정민-전도연이 주연하는 새 영화 '너는 내 운명'(가제/ 감독 박진표)의 '필리핀 새댁'역으로 제니퍼를 점찍은 영화사봄이 18일 제니퍼를 만난다.
각종 성인사이트와 에로비디오 그리고 브랜드가 낯익지 않은 여성 속옷업체들의 출연, 모델 제의가 잇따르지만 "더 이상의 노출은 이제 명분이 없다"는 이유로 고사하고 있다. 심지어 "3일간만 무대에서 춤을 춰달라'는 성인 나이트클럽도 있었다.
제니퍼는 "나와 캐시의 모바일 누드 제작사에 요청해 수익금의 일부를 필리핀내 한국계 혼혈인들에게 기부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면서 "산업화 과정에서 필리핀으로 진출한 한국인 남성들이 뿌려놓은 아버지 없는 혼혈인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