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엄한 아버지상을 연기해왔던 탤런트 임채무가 최근 한 제과업체의 CF 한 편으로 일약 'CF 스타'로 떠올랐다. 점잖은 신사의 이미지에 내후년이면 환갑을 맞는 임채무의 이 같은 변신에 네티즌과 시청자들은 물론, 친지들과 동료 배우들까지 놀랍다는 반응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대 이탈리아 경기를 패러디한 롯데삼강 '돼지바' CF에서 임채무는 8대2 가르마를 한 모레노 주심으로 분해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네티즌들을 열광시킨 한 편의 CF, 그 뒷이야기를 정리해봤다.
△ '코믹 뜀박질', '레드카드 모션'.. 임채무의 애드리브 빛났다
이 CF는 뒤늦은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3월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오후 늦게 촬영했다. 예정보다 촬영이 늦어지면서 출연 배우 및 스태프는 하루 종일 경기장에서 벌벌 떨어야 했다고.
촬영장에서 최고령 어른인 임채무는 촬영에 앞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줘서 분위기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코믹한 포즈로 운동장을 뛰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촬영장에서 임채무의 이 같은 돌출 행동은 금세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고, 이 모습을 포착한 제작진은 CF에서도 똑같은 포즈로 뛰어달라고 요청했다.
임채무는 "분위기 살리려 했던 것일 뿐"이라며 난색을 표했지만, '일단 찍어만 보자'는 제작진의 간곡한 부탁에 결국 양손을 여자아이처럼 흔들며 코믹한 모습으로 운동장을 뛰어보였다.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던 장면인데, 나중에 보니 이 장면 때문에 의외의 대박이 터졌다"고 임채무는 설명했다.
△ 환갑 앞두고 검색어 1위, 10대 팬클럽까지 생겨.. 지인들 "너 닮았더라" 전화도
1973년 MBC 공채 탤런트 6기로 데뷔한 임채무는 드라마 '사랑과 진실'(1984) 이후 또 다시 10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길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10대 팬들의 사인공세를 받는가 하면, 벌써 인터넷 팬카페도 서너 곳 생겨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 5일에는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아이스바 CF가 첫 방송을 탄 이후 며칠 동안 임채무는 드라마 '사랑과 진실'로 전성기를 누린 이후 가장 많은 전화를 받으며 CF의 위력을 실감했다. 지인들 중에서는 "CF에 너 닮은 사람 나왔더라"고 전화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고.
최근에는 현재 출연중인 SBS '하늘이시여' 촬영장도 난리가 났다. 젊은 배우들에게는 엄한 스승인 임채무의 색다른 변신에 출연진과 제작진이 저마다 한 마디씩 하며 촬영 내내 웃음꽃을 피웠다.
스태프 중 한 명이 장난스럽게 "이렇게 광고 효과가 좋은데 촬영장에 좀 갖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 임채무는 CF에 나왔던 아이스바 두 박스를 촬영장에 돌리기도 했다.
CF 방영 직전 출연계약을 한 드라마 '스마일 어게인'의 제작사 관계도 "1주일만 늦었으면 지금 출연료로 잡기 어려울 뻔 했다"며 임채무에게 농담을 건넨다.

△ "배우니까 가능한 연기".. 가족들 앞에서 1주일간 연습
임채무는 처음 이 CF의 출연제의를 받고 한참 고민했다. 신구, 김수미 등 중견 배우들이 코믹하게 망가진 CF가 유행하고 있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자신에게 그런 제의가 올 줄은 짐작도 못했다고.
그러나 임채무는 "배우니까 가능하고, 배우니까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곧 출연을 결정했고, 기왕 촬영하기로 했으니 제대로 하자는 생각으로 당시 경기장면을 담은 테이프를 돌려 보며, 1주일간 연습을 하는 성의도 보였다. 연습을 하는 동안 완벽한 연기를 위해 가족들의 모니터링을 받기도 했다.
'코믹 뜀박질'과 아이스바를 먹으며 천연덕스럽게 선보인 '레드카드 모션' 등 직접 애드리브로 연기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낸 임채무는 CF 방영 이후 가족들로부터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미지를 망칠까 걱정하기는 커녕, 박수를 치며 가장 많이 웃고 좋아했다고.
드라마에서 비춰지는 근엄하고 점잖은 모습과 달리 털털한 실제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줄까봐 인터뷰를 극구 사양한다는 임채무는 "CF의 코믹한 모습 또한 연기의 일종이다. 시청자들이 그렇게 받아들여준다면 그 또한 나의 이미지일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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