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쉽게도 '챔스 주제곡'을 올 시즌 듣기는 어렵게 됐다. 그러나 예전 빅클럽을 누비던 박지성(32,PSV)의 모습은 한결같았다. 큰 무대에서 벌어진 신경전. 그 속에서도 박지성은 묵묵하게 어린 동료들을 말리며 '노장'의 품격을 보였다.
박지성은 2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 시로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 AC밀란과의 원정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후반 16분 교체 아웃될 때까지 61분 동안 활약했다. PSV는 0-3으로 완패하며 챔스 탈락이 확정됐다.
이날 가장 먼저 교체 아웃된 박지성에게는 다소 아쉬운 경기였다. 박지성은 지난 1차전과 마찬가지로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됐다. 박지성은 늘 그렇듯이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수시로 자리를 옮기며 그라운드 곳곳을 누볐다. 60분 동안 부지런히 움직였다. 7.205km를 뛰었다.
양 팀 간의 전력 차가 분명히 존재한 상황. 그럼에도 팀 동료들보다 한 발 더 뛰며 분전했다. 중앙 쪽으로 치고 들어오며 침투패스를 찔러준 뒤 본인이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모습도 여전했다. 하지만 산 시로에서의 AC밀란은 강했다.
팀이 0-1로 뒤지던 전반 41분. 양 팀 간의 신경전이 발생했다. 공격 진영에서 AC 밀란 몬톨리보(28)가 공을 잡는 순간. 스테인 스하르스(29)가 뒤에서 거친 파울을 범한 것. 이 과정에서 몬톨리보가 발끈했다. 스하르스도 거세게 대응했다.
결국 양 팀 선수들이 모두 한 곳으로 몰렸다. 일촉즉발. 자칫, 큰 무대 경험이 적은 PSV의 어린 선수들이 흥분해 말려들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양 팀의 거친 분위기를 중재한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박지성이었다.
박지성은 다소 흥분한 케빈 프린스 보아텡에게 먼저 다가갔다. 이어 보아텡을 스하르스와 떼어냈다. 계속해서 스하르스가 몬톨리보와 맞붙으려고 했다. 이때 박지성은 큰 표정 변화없이 묵묵하게 스하르스를 말렸다.
그러자 스하르스도 수그러들었다. 팀이 지고 있는 상황. 게다가 원정 경기였다. PSV '최고참' 박지성은 여기서 흥분할 경우, 경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노련함'이었다.
아쉽게도 이날 PSV는 보아텡에게 2골(9',77'), 발로텔리(55')에게 한 골을 내준 끝에 0-3으로 완패했다. 비록 챔스 무대는 밟지 못하게 됐지만, PSV는 유로파리그로 무대를 옮겨 또 다른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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