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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호의 MLB산책] '약쟁이' A-로드, 자고났더니 '다시 슈퍼스타'

[장윤호의 MLB산책] '약쟁이' A-로드, 자고났더니 '다시 슈퍼스타'

발행 :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알렉스 로드리게스. /AFPBBNews=뉴스1
알렉스 로드리게스. /AFPBBNews=뉴스1


이제 겨우 일주일이 지났을 뿐이다. 하지만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 짧은 시간동안에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졌다.


2015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이 막을 올린 뒤 단 6경기 만에 로드리게스는 양키스에게 쫓아내고 싶은 ‘눈엣가시’ 에서 팀내 ‘베스트 플레이어’로 탈바꿈했다. 13일 영원한 앙숙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서 로드리게스는 1회말 레드삭스 에이스 클레이 버크홀츠의 초구 커터를 강타, 좌중간을 가르는 주자일소 3타점 2루타를 뽑아내 대량득점(7점)의 물꼬를 트며 일거에 승부의 저울추를 양키스 쪽으로 돌려놨다. 이 한 방은 시즌 팀 타율이 1할 대에 머물고 있는 양키스 타선을 잠에서 깨웠고 양키스(2승4패)는 1회에만 7점을 뽑는 등 16안타로 14점을 뽑아내 레드삭스(4승2패)를 14-4로 대파했다.


레드삭스와 주말 시리즈 첫 경기에서 무려 19회까지 간 마라톤 혈전 끝에 분패한 뒤 2차전까지 뺏긴 양키스로선 시즌 초반부터 앙숙에게 안방에서 3연패를 당하는 치욕을 면하는 것이 너무도 절실했기에 잠자던 타선을 깨워준 로드리게스의 ‘적시타’ 한 방이 반갑기 그지없었다. 더구나 레드삭스 에이스 버크홀츠를 두들겨 압승을 거둔 것은 양키스 입장에서 더욱 기분 좋은 일이었다. 이날 3.1이닝동안 9안타와 볼넷 2개로 10실점(9자책점)한 버크홀츠는 레드삭스 투수로는 1945년 부 페리스 이후 70년 만에 처음으로 양키스를 상대로 한 경기에 10점을 내주는 치욕을 맛봤다.


밀어내기 볼넷까지 골라내 이날 하루 4타점을 뽑아낸 로드리게스는 올해 타율(.300)과 타점(6), 안타(6), 출루율(.417)에서 팀내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를 제외한 양카스 팀 타율이 .193이라는 사실에서 그가 양키스 타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로드리게스는 또 커리어 통산 1,975타점을 기록, 메이저리그 통산 타점순위에서 4위 베이브 루스(1,992)에 단 17개차로 육박했다. 지금 페이스라면 그가 루스, 루 게릭(1,993), 배리 본즈(1,996)를 추월해 통산 타점랭킹 2위로 올라서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오직 행크 아론의 2,297타점 기록만이 로드리게스의 도전 사정권 밖에 있다.


경기력 향상 불법약물 도핑 혐의로 1년 출장정지 징계를 받고 지난해 시즌 전체를 뛰지 못한 로드리게스가 족쇄가 풀려 지난 2월 양키스의 스프링 캠프에 모습을 나타냈을 때 양키스의 반응은 얼음장보다 더 차가웠다. 약물복용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잘못을 시인하거나 사과하기는커녕 리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초강경대응으로 일관했던 로드리게스가 드디어 몸을 낮추고 고개를 숙였으나 양키스의 반응은 “사과도 필요 없으니 제발 눈앞에서 사라져다오”라고 할 만한 수준이었다. 물론 “오지 마라”고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거의 공개적으로 그를 ‘문전박대’했다.


지난 오프시즌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3루수 체이스 헤들리를 4년간 5,200만달러에 영입한 것은 로드리게스에게 돌아와 봐야 그에게 돌아갈 포지션은 없음을 알리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로드리게스가 구단에 정식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찾아갔을 때는 만날 필요가 없다고 그를 돌려보냈고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은 로드리게스가 경쟁에서 이겨야만 경기에 뛸 시간을 얻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로드리게스가 한 번도 플레이한 적이 없는 1루를 맡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실제로 로드리게스는 지난 주말 경기에서 한 차례 1루수로 나섰다). 로드리게스가 재기에 실패해 스스로 은퇴의 길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되도록 고사라도 지내고 있는 듯 했다. 메이저리그 사상 구단이 자기 팀 선수에게 이처럼 드러내놓고 적대감을 보인 예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요즘 LA 앤젤스가 오프시즌 동안 코카인 사용을 실토한 조시 해밀턴을 대하는 태도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정규시즌이 시작된 후 로드리게스에 대한 대우도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첫 6게임에 모두 뛰긴 했으나 타순은 2번부터 7번까지 오락가락했고 지난 주말 연장 19회 게임이 끝난 뒤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펼쳐진 2차전에선 갑자기 1루수로 기용되기도 했다. 과거 메이저리그 전체를 대표하는 넘버 1 슈퍼스타였던 그에 대한 예우나 대접은 눈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 아직도 로드리게스에 2017년까지 3년간 6,400만달러의 개런티 계약이 남아있지 않았더라면 양키스는 이미 오래 전에 그와 인연을 끊었을 것이다. 심지어 양키스는 로드리게스의 계약에 남아있는 총 6,000만달러 규모의 홈런 ‘마케팅 보너스’도 지급할 의사가 없다는 의사를 그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드리게스는 지난 2008년 양키스와 10년간 2억5,287만달러에 재계약하면서 커리어 660홈런(역대랭킹 4위)부터 763홈런(1위)에 도달할 때까지 마케팅 보너스로 2016년과 2017년 각 최고 3,000만달러씩을 지불한다는 조항을 얻었는데 그 조항의 이행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올 시즌 홈런 1개를 보태 생애 통산 655홈런(역대 랭킹 5위)인 로드리게스는 4위 윌리 메이스(660개)에 5개, 1위 배리 본즈(762개)엔 107개를 남겨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구단의 적대적 대우와 푸대접에도 불구, 누구보다도 자신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인 시선을 잘 아는 로드리게스는 지금 납작 엎드린 채 구단의 지시를 무조건 수용하고 있다. 한창 잘 나갔던 시절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겸손함과 솔선수범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필드에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1년 반 이상 실전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40세 선수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놀랍도록 빠른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는데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상대로는 아직도 볼을 맞추는 것보다 헛스윙이 더 많지만 빠른 볼과 커터에 대해선 이미 제 감각을 찾은 모습이다.


이미 양키스 팬들이 그를 대하는 모습에는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개막전에서 선수 소개 땐 환호와 야유가 섞여 나왔으나 이젠 그의 타석에서 야유는 거의 사라졌고 흥분의 환호만이 넘쳐나고 있다.


로드리게스는 자신의 복귀의 첫 한 주가 이처럼 잘 풀릴 줄로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참 열심히 했다”면서 “하지만 올해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은 물론, 때론 나 자신도 놀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는 내겐 정말로 특별한 해다. 무엇과도 비교할 대상이 없다”면서 “이제 겨우 한 주가 지났을 뿐이다. 5월 중순쯤 돼 한 100타석 정도에 나서고 나면 내 자신이 어디쯤 와 있는지 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초반 성공적인 출발에 대해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로드리게스의 재기 도전이 어떤 코스를 찾아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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