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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호의 MLB산책] 피츠버그 '강정호 베팅'은 성공, 미네소타 '박병호 베팅'은?

[장윤호의 MLB산책] 피츠버그 '강정호 베팅'은 성공, 미네소타 '박병호 베팅'은?

발행 :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박병호. /사진=뉴스1
박병호. /사진=뉴스1


지난해 피츠버그 파이리츠가 강정호 포스팅의 승자로 밝혀졌을 때 모두가 깜짝 놀랐다. 강정호를 영입할 가능성이 있는 메이저리그 팀들에 대한 많은 분석과 예상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피츠버그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스몰마켓 팀인데다 내야 모든 포지션에 확실한 주전급 선수들이 포진, 강정호가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없었기에(그땐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었다) 피츠버그는 그야말로 ‘기타 후보’군에도 들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그런 피츠버그가 강정호와의 입단 교섭권을 따내자 한국 언론에선 계약 의사도 없으면서 다른 팀으로 강정호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위장입찰’이 아니냐는 말까지 등장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난해 강정호 영입은 미래를 내다본 피츠버그 수뇌부의 ‘혜안’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보여준 ‘신의 한 수’가 됐다. 물론 강정호가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기에 영입이 성공작이 된 것이지만 그런 강정호를 알아보고 겉으로 보이는 팀의 필요를 뛰어넘어 과감하게 베팅한 피츠버그의 결단력이 돋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확실한 주전선수들이 있어 강정호가 뛸 포지션이 없다는 시즌 전의 생각이 얼마나 근시안적인 것이었는지는 시즌 중반 조디 머시와 조시 해리슨이 잇달아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확실하게 나타났다. 그때 강정호가 있었기에 피츠버그는 시즌의 고비를 무사히 넘겼고 아라미스 라미레스의 트레이드로 부족한 구멍을 메웠다. 비록 단판승부 와일드카드 플레이오프에서 시카고 컵스의 걸출한 에이스 제이크 아리에타에 막혀 포스트시즌을 1게임 만에 마감해야 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전체 두 번째로 많은 승수(98승)를 기록한 피츠버그의 시즌은 대성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지난해 강정호 포스팅을 둘러싼 것과 흡사한 시나리오가 그의 전 넥센 팀 동료 박병호(29)를 통해 다시 되풀이될 것으로 보여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박병호 포스팅에서 1,285만달러(147억원)이라는 거액을 적어내 그와 교섭권을 따낸 팀이 역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미네소타 트윈스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모두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보스턴 레드삭스, 텍사스 레인저스, 워싱턴 내셔널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시카고 컵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피츠버그 파이리츠, 볼티모어 오리올스, 뉴욕 메츠, 콜로라도 로키스,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 시애틀 매리너스 등을 주목할 때 또 다른 스몰마켓팀 미네소타는 조용히 뒤쪽에서 주판알을 튕기며 박병호의 가치를 산정했고 확신이 서자 과감한 베팅으로 협상권을 따냈다. 지난해 피츠버그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 미네소타도 박병호 영입후보 톱10에도 거론되지 않았었다.


특히 지난해 강정호 대성공의 여파로 포스팅 액수가 2.5배 이상 치솟았고 박병호와 계약규모도 지난해 강정호(4년 1,100만달러)의 두 배 이상으로 뛸 전망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예산이 빡빡한 미네소타의 과감한 베팅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지난해 피츠버그와 마찬가지로 미네소타도 이미 박병호가 충분히 모험을 걸만한 가치가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미네소타는 과연 어떤 이유로 박병호를 잡는데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섰을까. 미네소타의 올 시즌 페이롤은 1억800만달러 정도로 30개 메이저리그 구단 가운데 18위에 해당됐다. 전형적인 스몰마켓 구단 중 하나다. 그리고 지난해 피츠버그와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박병호를 지켜봤던 팀 중 하나다. 하지만 이번 포스팅 결과가 공개되기 전 미네소타 현지에서 나온 반응은 구단과 박병호의 ‘궁합’이 그리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팀의 간판스타이자 팀의 최고연봉 선수인 조 마우어(32)가 박병호의 포지션인 1루에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박병호가 올 경우 마우어의 입지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는 이제 미네소타 팬들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


미네소타 홈구장 타겟필드가 위치한 세인트폴 출신인 마우어는 홈팬들의 영웅으로 5년전 팀과 8년간 1억8,400만달러라는 구단 역사상 최고액 계약을 체결했던 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지난 2009년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한 마우어는 포수로 생애 3차례나 메이저리그 전체 타격왕에 오른 걸출한 타자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포수가 3차례나 타격왕에 오른 것은 마우어가 유일무이하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13년 시즌 중반에 뇌진탕 부상을 입은 뒤 그 후유증으로 시즌을 접어야 했고 그 이후엔 팀이 그의 몸 상태를 고려해 포수에서 수비 부담이 덜한 1루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하지만 뇌진탕 부상 이후 마우어는 예전의 마우어가 아니다. 특히 타자로서 그의 성적은 뚜렷한 하강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3년 이후 그의 타율은 0.324에서 지난해 0.277, 올해는 0.265까지 떨어졌고 OPS(출루율+장타율)는 0.880에서 0.732를 거쳐 0.718까지 내려왔다. 또 마우어는 원래 홈런타자는 아니어서 MVP를 수상한 지난 2009년 시즌 28홈런을 친 것 외에는 한 시즌 최다홈런이 13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난 6년간은 두 자리수 홈런을 친 것이 3번에 불과하고 최고도 11개(2013년)에 그쳤다. 팀에서 가장 큰 파워를 제공해야 할 1루수로선 도저히 함량부족이라는 것을 미네소타 팬들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미네소타가 거포 1루수 박병호에 대한 갈증을 느낀 이유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우어는 고향선수로 미네소타 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선수다. 더구나 그는 아직도 기존 계약에서 아직도 3년간 6,900만달러의 계약이 남아있다. 내년 연봉이 2.300만달러다. 그의 미네소타 커리어가 끝났다고 단정하긴 아직 이르다.


더구나 그는 100% 트레이드 거부권도 보유하고 있다. 설사 트레이드가 가능한 선수라고 해도 남은 계약의 덩치와 그의 최근 성적을 감안하면 트레이드가 쉽지 않을 것이고 고향선수라는 프리미엄까지 있어 그를 내보내긴 쉽지 않다. 마우어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박병호와 그가 과연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는 이제 최대 관심사가 됐다.


일단 미네소타는 올 시즌 주로 지명타자로 기용됐던 루키 슬러거인 3루수 미겔 사노(타율 0.269 18홈런 52타점)를 외야(레프트)로 돌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노가 좌익수를 맡아줄 수 있다면 박병호와 마우어를 돌아가며 1루수와 지명타자로 기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노가 좌익수 실험에서 실패한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또한 사노의 좌익수 전환이 성공한다고 해도 이미 기존 외야수들과의 자리배정이라는 문제가 새로 생긴다. 이에 따라 현 3루수 테레버 플루프(0.244, 22홈런, 86타점)를 트레이드하고 사노를 3루에 기용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결국 정리한다면 미네소타가 박병호를 데려가면 팀내에서 상당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영입한 뒤 했던 고민과 상당히 흡사하다. 하지만 다른 면도 있다. 피츠버그가 점진적인 빅리그 적응을 염두에 두고 강정호를 벤치멤버에서 출발시킨 데 반해 포스팅 금액만 1,300만달러에 육박하는 등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한 미네소타 입장에선 박병호를 파트타임 선수로 벤치에 앉혀둘 처지가 못 된다. 처음부터 그를 라인업에 넣기 위해 무슨 방법이든지 찾아야 한다. 과연 미네소타는 어떤 방법으로 이 문제를 풀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이 박병호의 방망이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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