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국내 체육계에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해 새로운 수장이 대거 부임했다. 이들은 스포츠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타뉴스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신임 회장들을 만나봤다. /편집자주
① 김동문 대한배드민턴협회장 ② 이준희 대한씨름협회장 ③ 양해영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④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올해 1월 한국 아마추어 야구의 수장이 바뀌었다. 양해영(64) 제25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회장이 주인공이다. 양해영 회장은 1988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입사해 KBO의 마케팅 자회사인 KBOP 대표이사를 비롯해 KBO 기획부장, 홍보부장, 사무차장을 거쳐 2011년부터 2017년까지 KBO 사무총장을 지냈다. 2017년에는 KBO 사무총장과 KBSA 부회장을 겸직했으며 KBO를 떠난 뒤에는 아마야구에만 전념했다.
최근 KBO리그는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초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고 야구 국가대표팀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실을 높이는 방향 중 하나가 프로야구의 근간이 되는 아마추어 야구 활성화다.
그런 시기에 양 회장은 프로야구와 아마야구 현장에서 모두 뛰어본 행정 베테랑으로서 기대받았다. 그 경험을 살려 지난 4월에는 아마추어 야구계의 현안을 심도 있게 진단하고 발전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허구연(74) KBO 총재와 손잡고 프로·아마 야구 발전 협의체를 발족했다.
최근 스타뉴스 창간 21주년을 맞아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양 회장은 학생 선수 학습권, 아마추어 야구 선수들의 해외 진출, 연령대 대표팀 국제 경쟁력 강화 등 현안에 솔직한 생각을 드러냈다. 다음은 양 회장과 일문일답이다.

- 취임 후 8개월을 돌아본다면.
▶회장이 되면 협회 살림을 책임져야 한다. 전체 예산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가장 부담스럽고 힘든 부분이었다. 프로야구가 인기를 끌면 야구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쏠림 현상이 있다. 예를 들어 아마야구에 대한 후원 요청을 하면 '프로에서 안 도와주냐, 프로에서 도와줄 것 아니냐?'고 되물어온다. 그렇게 오히려 프로 쪽으로 지원이 쏠리고 아마추어는 더 소외되는 경우가 생긴다.
- 양해영 회장 체제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프로·아마 협의체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서로 무엇을 협조할지 의제를 추출하고 업무를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 프로에서는 아마추어의 경기력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유소년 야구 경기력 향상이 먼 미래에 국가대표팀에도 도움이 되다 보니 지금도 넥스트-레벨 트레이닝 캠프 등에 협조하고 있다.
우리는 KBO에 통합적인 전력 분석을 요청했다. 실제로 부임 후 18세 이하(U-18) 아시아 야구 선수권대회나 13세 이하 세계 대회 등에서 프로팀 스카우트들이 파견돼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거기에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도 고등학교 때부터 데이터를 쌓아놓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로 우리가 주로 경쟁하는 일본이나 대만은 어릴 때부터 선수들의 데이터를 추적하고 있다.
또 연령별 대표팀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힘든 것이 재정적인 부분이다. 우리가 대한체육회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그 지원이 정말 딱 필요한 엔트리에 한정돼 있는데 그걸로는 운영이 힘들다. 코치, 트레이너, 전력 분석 등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다 재정적인 부분과 연관돼 있다. 지금의 아마추어 야구선수들이 미래에는 프로가 될 선수들이니 그런 부분을 협조해주길 바라고 있다.

- 최근 아마추어 야구 선수들의 해외 진출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고 본다. 올해만 봐도 메이저리그 팀들의 국제 스카우트 비용이 남아서 우리 선수들이 혜택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거라 보진 않는다. 또 현재로선 고졸 선수들이 미국으로 직행해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KBO리그를 경험하고 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 아마추어 야구의 또 하나 화두는 학습권과 관련된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의 방향성이다.
▶우리 야구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 해당하는 상황인데, 개인적으로는 중학교까지는 공부와 운동 모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고등학교부터는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이기에 운동하겠다는 아이에게 운동을 제한하고 공부를 시키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학생 선수에게 공부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운동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모든 초중고 학생들이 운동 한두 개는 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중학교까지 야구, 축구, 배드민턴 등을 하다가 적성을 찾고 자질이 있다고 하면 선수로 가면 된다. 미국, 일본 등 대다수의 선진국은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3~4학년 때부터 하나를 정해서 운동만 하도록 하니 문제가 된다. 그럴 것이 아니라 중학교까진 모든 학생이 운동하게 만들고, 체육을 했던 활동이 나중에 대학 진학이나 취업할 때 반영이 되도록 하면 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 옆나라 일본만 해도 약 4000개의 고등학교 야구부가 있는데 다 클럽 활동이다. 그리고 그런 단체 활동이 나중에 진학하고 취업할 때 도움이 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우리나라는 학생과 운동선수를 일찍 구분하고, (한창 집중해야 할 때의) 운동선수에게 공부하길 요구하니 아쉽다.
대한체육회나 체육계도 그 부분을 인식하고 개선하려 노력 중인데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부나 사회적인 분위기도 함께 가야 한다. 복합적인 문제다 보니 쉽지는 않은데 윗분들이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해주면 좋을 것 같다. 모든 학생이 운동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 앞으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어떻게 이끌어 나가고 싶나.
▶최근 우리나라 유소년 선수들 기량이 예전 같지 않다는 비난이 많은데, 내가 볼 때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고 좋은 선수들도 많다. 잘 크고 있다. 얼마 전 12세 이하(U-12) 세계유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대회 첫 동메달을 따냈다. 또 우리가 최근 연령대 대표팀에서 대만을 이긴 적이 거의 없었는데 15세 이하(U-15) 대표팀은 첫 경기에서 대만을 잡았다.
다만 경기를 지켜보면 기초적인 훈련이 조금 덜 돼 있다고 느낀다. 구속이나 체격은 좋은데 투구 밸런스나 제구가 좋지 않은 식이다. 현장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 아마야구가 운동 시간이 부족하고 학부모들의 돈으로 운영되다 보니 재미없는 훈련은 잘 안 한다고 한다. 재미없는 훈련을 하면 민원이 들어온다고 한다.
어릴 때는 경쟁력에 있어 다른 나라와 큰 차이가 없지만, 어릴 적 닦은 기초가 성인이 됐을 때 실력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위기 자체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있다. 또 국제 경쟁력 강화와 경기력 향상을 위한 첫 번째가 공정성이라고 생각한다. 공정성이 확보되면 선수들이 마음 놓고 운동할 수 있다고 생각해 비디오 판독과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를 도입했다. 그렇게 어린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꾀하고 더 나아가 국제 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스타뉴스 창간 21주년을 맞았다. 스타뉴스는 2022년부터 야구를 비롯한 아마추어 선수들을 대상으로 '퓨처스 스타대상'을 시상하고 있다.
▶남들이 안 하는 일을 한다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다. 안 하는 일을 했을 때 성공과 실패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도 있었을 것이다. 또 프로 종목이 많고 프로야구가 엄청나게 성행하고 있다. 그런데 굳이 아마추어상을 만들어 학생들을 격려해주는 언론사가 있다는 것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으로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스타뉴스가 앞으로도 계속 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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