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타이거즈의 김주형(31)은 '만년 유망주' 소리를 들어왔다. 재능은 갖췄지만,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은 절치부심하고 있다. 여기에 특별한 도전도 더하고 있다. 유격수 출전이다. 무모해 보였지만, 조금은 현실의 영역에 들어서는 모양새다.
김주형은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2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솔로 홈런을 포함해 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을 만들어냈다.
김주형의 활약에 더해 타선이 골고루 터진 KIA는 이날 두 자릿수 득점을 만들어내며 두산에 10-6으로 승리했다. 올 시즌 시범경기 첫 두 자릿수 득점이다. 팀 한 경기 최다안타(13안타)는 덤이다.
물론 이날 승리가 오롯이 김주형 덕분이라고 할 수는 없다. 김다원이 3타수 3안타를 만들어냈고, 김민우도 솔로포를 터뜨렸다. 나지완-이범호도 2타점씩 뽑아냈다. 하지만 김주형의 활약은 분명 돋보이는 부분이 있었다.
이날 김주형은 1회초 범타로 물러났지만, 3회초 안타를 치고 출루한 이후 득점까지 성공했다. 역전 득점이었다. 이어 4-3으로 쫓긴 5회초에는 선두타자로 나서 비거리 120m짜리 좌중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이 홈런이 물꼬가 되어 KIA는 4점을 더 뽑아내며 멀찌감치 달아났다.
수비에서도 김주형의 활약은 좋았다. 2회말 유격수 좌측 깊숙한 타구를 잡아내 1루로 송구 안타를 땅볼로 둔갑시켰고, 4회말에는 유격수의 키를 넘기는 빗맞은 안타가 될 수 있는 타구를 역동작으로 잡아내며 뜬공을 만들어냈다.
이날 전까지 김주형은 7경기에서 타율 0.421, 1홈런 3타점, 출루율 0.476, 장타율 0.579, OPS 1.055를 기록중이었다. 여기에 이날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를 더했다. 이제 타율이 0.455짜지 상승했다. 아직 시범경기이지만, 유격수 수비를 소화하면서 공격에서도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경기 전 김지태 감독은 '유격수 김주형'에 대해 "방망이는 잘 치고 있다. 수비에서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안 된다는 소리는 안 하고 있다. 많이 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은 모양새다. 그래도 계속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
김주형은 지난 오키나와 전지훈련 당시 "유격수로 뛰는 것은 아직 부족하다. 1,3루 수비와는 확실히 다른 면이 있다. 스타트나 타구를 따라가는 것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경기를 치르며 몸에 익어가는 느낌을 받고 있다. 유격수뿐 아니라 어느 자리에 들어가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어쨌든 김주형으로서도 기회다. 일단 시범경기에서는 좋다. 이전과 비교해도 가장 좋은 시범경기 성적이다. 과연 김주형이 이 페이스를 끝까지 가져갈 수 있을지, 이후 정규시즌에서도 제몫을 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제 야구가 재미있어졌다"던 김주형이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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