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삐이이이이이이익!"
경기 개시를 2시간 여 앞둔 잠실구장, 그라운드에서는 선수들의 타격 훈련이 한창이다. 동시에 호각 소리도 끊임 없이 귀를 자극한다. 타구가 관중석으로 향할 때마다 '휘슬맨'들이 쉬지 않고 경고음을 보낸다.
갑자기 '쿵' 소리가 났다. 빗맞은 타구 하나가 장애인 테이블석에 직접 떨어졌다. 홍혁수 씨(33)가 황급히 달려갔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홍 씨는 다시 돌아와 호각을 입에 물었다.
직장인인 홍 씨는 잠실구장을 담당하는 경호업체와의 인연으로 투잡을 뛴다. 시간이 날 때 '휘슬맨' 아르바이트를 뛴다. 골수 야구팬이라 이 일이 정말 즐겁다고 한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관중석 안전을 지켰던 홍 씨는 개인 사정으로 잠시 야구장을 떠났지만 야구장의 분위기를 잊을 수 없어 올해 돌아왔다.
홍 씨는 "원래 야구를 좋아한다. 사실 두산 팬이다. 포스트시즌도 예전에 4시즌이나 경험했는데 LG와 KIA전은 처음이다. 정규시즌 때도 가장 열정적인 팬들인데 아무래도 포스트시즌이다 보니 분위기가 훨씬 뜨겁다"며 입을 열었다.
"파울 타구에 다치는 분들이 꽤 많다. 방금은 다행히 이상 없었다. 사전에 교육을 받고 들어온다. 타구에 맞은 분이 생기면 바로 달려가서 상태를 확인한다. 부상이 없을 경우 중앙 VIP석에 위치한 요원에게 엑스표 수신호를 보낸다. 멍이 들었거나 출혈이 있으면 의무실까지 직접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매진 경기가 가장 위험하다. 사실 옆자리가 비어 있으면 그냥 피하면 된다. 자리가 꽉 차면 피할 곳이 없다. 그대로 맞는 경우가 많아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무가내 팬들 때문에 힘들 때도 있다. 홍 씨는 "휘슬도 불지만 검표도 열심히 해야 한다. 경기 시작 후에도 일일이 표를 검사한다. 사람이 워낙 많고 자리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아까도 했는데 왜 또 검사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리는 분들이 많지만 할 수 없다"며 웃었다. 또 "가끔은 앰프가 너무 시끄럽다, 볼륨을 줄여달라는 등 제 권한 밖의 요청을 하시는 분도 계셔서 난감할 때가 있다"고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라 보람을 느낀다. "처음에는 서 있는 게 힘들었다. 이제는 적응 됐다. 연장까지 가면 추가수당도 받는다. 야구장에 자주 오시는 팬들은 저를 다 안다. 음료수나 간식거리도 챙겨주신다. 어쩌다가 신천에서 마주칠 때에는 합석을 할 때도 있다. 관객분들이 따뜻하게 대해 주실 때 제일 뿌듯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