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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호의 MLB산책] '기사회생' 컵스의 희망..라인업 복귀 슈와버

[장윤호의 MLB산책] '기사회생' 컵스의 희망..라인업 복귀 슈와버

발행 :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리글리필드5차전서 6이닝 2실점으로 팀을 기사회생시킨 존 레스터. /AFPBBNews=뉴스1
리글리필드5차전서 6이닝 2실점으로 팀을 기사회생시킨 존 레스터. /AFPBBNews=뉴스1


시카고 컵스가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피 말리는 승부 끝에 진땀승을 거두고 71년 만에 홈구장 리글리필드에서 월드시리즈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108년째 고통 받고 있는 컵스 팬들에게 이날 승리는 ‘환호’와 ‘기쁨’에 앞서 ‘안도’의 한숨을 깊게 내쉬게 해 준 것이었다. 1승3패로 막판에 몰린 처지에서 시리즈 패배에 대해선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지만 무려 71년 만에 진출한 월드시리즈에서 치욕적인 안방 싹쓸이를 당했더라면 그 상처는 정말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컵스 팬들에겐 ‘성지’인 리글리필드에서 상대팀이 월드시리즈 우승에 환호하는 장면을 보는 것은 정말로 감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더구나 그 상대인 클리블랜드가 지난 1948년부터 68년째 이어온 저주가 풀렸다고 환호할 때 저주를 109년째로 이어갈 컵스 팬들의 심정이 어떨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5차전 승리가 확정된 후 리글리필드에 울려 퍼진 컵스 찬가 "Go, Cubs, Go"에선 다가올 월드시리즈 우승에 대한 기대보다 안방 싹쓸이패의 치욕을 면한 것에 대한 안도의 한숨이 더 짙게 묻어나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108년을 기다려 온 컵스 팬으로써 최악의 경우 1년 더 기다리는 것은 견딜 수 있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된 마음에 또 다른 깊은 상처를 보태는 것은 정말 끔찍했을 것이다.


진정한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올해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은 플레이오프와 정규시즌이 전혀 다른 승부임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정규시즌 최강팀 컵스는 객관적 전력에서 단연 최고의 팀이지만 포스트시즌에선 쉬운 승부가 거의 없었다. 사실 월드시리즈까지 오는 과정에서 다소 운도 따라줬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는 2-5로 뒤지던 4차전 9회초에 4점을 뽑아 6-5로 대역전승을 거두지 못했더라면 자니 쿠에토와 매디슨 범가너라는 두려운 샌프란시스코 투톱 에이스를 벼랑 끝 5차전에서 만나야 했고 그랬더라면 지금쯤 ‘염소의 저주’를 되새기며 내년을 기다리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LA 다저스와의 챔피언십 시리즈도 클레이튼 커쇼와 리치 힐에게 2, 3차전을 거푸 영패하면서 이들을 다시 상대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월드시리즈는 앞선 두 시리즈보다 컵스에 훨씬 더 힘들게 전개되고 있다. 무엇보다 컵스가 자랑하는 막강한 영 파워 타선이 클리블랜드의 철벽 마운드 앞에 완전히 봉쇄당하고 있다. 컵스는 다저스와의 시리즈에서 두 차례나 영패를 당하긴 했지만 다저스 마운드에 눌린 것이라기보다는 커쇼와 힐, 그리고 켄리 잰슨이라는 3명의 걸출한 투수에게 당한 것이었다. 이들이 나서지 않은 경기에서 컵스 타선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월드시리즈는 상황이 다르다. 정규시즌엔 총 808점을 뽑아 경기당 4.99득점으로 콜로라도 로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이어 ML 전체 3위에 올랐던 컵스의 파워 넘치는 타선이 인디언스의 철벽 마운드 앞에 완벽하게 눌리고 있다. 지금까지 5경기에서 컵스 타선은 총 10점을 뽑아 경기당 2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특히 리글리필드 3경기에선 총 5점을 얻은 것이 전부였다. 그나마 5차전에서 인디언스의 2선발 트레버 바우어에게 4회 3점을 뽑아낸 덕에 홈 3연전 중 1승을 건져 살아남을 수 있었다. 컵스는 이번 홈 3연전동안 총 27이닝 가운데 3이닝을 제외한 나머지 24이닝에서 점수를 뽑지 못했다. 또 지금까지 5경기에서 뽑아낸 10점 가운데 절반인 5점을 바우어를 상대로 얻었는데 바우어와는 이제 더 이상 만날 일이 없다.


컵스 타선이 이처럼 침묵하는 것을 타자들의 슬럼프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물론 슬럼프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슬럼프에 앞서 상대 투수들의 뛰어난 피칭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클리블랜드 투수진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보스턴 레드삭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컵스 등 메이저리그에서 내로라하는 강타선 군단들을 상대로 13경기를 치르면서 평균자책점 1.80, 피안타율 0.208을 기록하고 있다.


컵스보다 앞서 보스턴과 토론토도 클리블랜드 마운드를 상대로 똑같은 좌절감을 맛봤던 것이다. 클리블랜드 투수진이 이번 포스트시즌에 기록한 5번의 셧아웃 승리는 메이저리그 신기록이다. 그만큼 압도적인 마운드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컵스에겐 희망이 있다. 무엇보다도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팀에겐 항상 희망이 있다. 더구나 시리즈를 6차전으로 연장시키면서 컵스는 대역전 드라마를 꿈꿀 수 있는 충분한 여지가 생겼다. 이젠 두 경기만 더 이기면 된다. 물론 적지에서 2연전이기에 힘든 과제지만 여러 면에서 희망적인 요소가 남아있다.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지명타자로 라인업에 복귀하는 카일슈와버. /AFPBBNews=뉴스1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지명타자로 라인업에 복귀하는 카일슈와버. /AFPBBNews=뉴스1


그 첫 번째 요소는 컵스의 마운드다. 클리블랜드의 투수진에 가리긴 했으나 이번 시리즈에서 컵스의 선발진도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줬다. 6차전 선발로 나서는 제이크 아리에타와 7차전 선발로 예정된 카일 헨드릭스는 이번 시리즈에서 각각 2, 3차전에 등판, 둘이 합쳐 10이닝동안 단 1점만 내줬다. 아리에타는 지난해 NL 사이영상 수상자이고 헨드릭스는 올해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2.13)인 선수다. 적지에서 벌어지는 벼랑 끝 단두대 매치라는 중압감에 쉽게 무너질 선수들이 아니다. 이런 선발투수들이 대기하고 있는데 컵스의 대역전 가능성을 낮게만 볼 수는 없다.


물론 클리블랜드도 3차전에서 무실점 투구를 한 조시 톰린과 이번 포스트시즌 무적의 에이스 위용을 떨치는 코리 클루버가 6, 7차전 선발로 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톰린의 경우는 3차전에서 기대 이상의 호투를 한 것이고 두 경기 연속 그런 슈퍼 퍼포먼스를 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톰린과 클루버는 모두 평소보다 하루 적은 사흘을 쉬고 4일 만에 마운드에 올라 정상적으로 4일을 쉰 아리에타와 헨드릭스를 상대해야 한다.


아레에타와 톰린의 대결은 아리에타의 우세가 예상되며 헨드릭스와 클루버의 대결은 백중세라고 할 수 있다. 클루버의 경우는 올해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 4승1패, 평균자책점 0.89의 놀라운 성적을 올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난공불락의 요새는 아니다. 더구나 아무리 뛰어난 에이스가 나선다고 해도 야구에서 승리를 자신할 수는 없다. 당장 NLCS 6차전에서 지상 최고의 투수라는 커쇼를 내보내고도 맥없이 주저앉은 다저스의 케이스를 기억하면 된다.


두 번째 컵스 팬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것은 거포 카일 슈와버가 6, 7차전에선 라인업에 돌아온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정규시즌 3번째 경기에서 수비도중 동료선수 덱스터 파울러와 충돌하며 왼쪽 무릎인대 2개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고 수술을 받은 슈와버는 재활에 최소 9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수술을 받은 뒤 불과 6개월 만에 팀에 복귀해 이번 월드시리즈에 나서고 있다.


슈와버는 1차전에서 클루버를 상대로 빨랫줄 2루타를 때리고 불펜 에이스 앤드루 밀러를 상대로 볼넷을 골라냈으며 2차전에선 2안타로 2타점과 1득점을 올려 컵스의 시리즈 첫 승에 최고 수훈을 세웠다. 아직 수비까지 할 수 있을 만큼 회복된 것이 아니어서 홈구장 리글리필드에서 벌어진 3~5차전에는 벤치를 지키며 한 차례 대타로 나선 것이 전부였지만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벌어지는 6, 7차전에는 그가 다시 지명타자로 나서게 되는 것은 상당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두 경기가 모두 1~2점에 명운이 좌지우지될 피 말리는 투수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슈와버가 최소한 4회 이상 타석에 들어서는 것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1득점에 목마른 컵스 타선에게 언제라도 큰 것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슈와버의 존재는 심적으로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타격감을 찾아가고 있는 크리스 브라이언트와 앤소니 리조, 벤 조브리스트 등 컵스 중심타선에 슈와버가 가세하는 것은 클리블랜드 투수진에도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단 한 번의 실수가 그대로 패배로 직결될 수 있기에 숨 돌릴 여유도 없다. 그리고 중압감은 실수로 이어지는 통로가 된다.


컵스의 반격을 기대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컵스가 원정경기에서 상당히 강한 모습을 보이는 팀이라는 것이다. 컵스는 이번 포스트시즌에 홈구장 리글리필드에선 OPS 0.608과 24득점에 그친 반면 원정경기에선 OPS 0.679와 34득점으로 훨씬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마지막 6, 7차전이 모두 1점이 귀한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면 이 차이가 무슨 말을 할지 모른다.


물론 야구는 상대적인 것이기에 컵스 생각대로만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벼랑 끝에 서 있을망정 컵스에게 희망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실 결과적으로 클리블랜드의 1-0 승리였던 3차전을 거꾸로 컵스가 가져갔더라면 지금 우리는 막판에 몰린 클리블랜드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포스트시즌이 팬들을 흥분시키는 것은 이처럼 예측 불허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언제 무슨 사소한 이벤트 하나가 시리즈 전체의 운명을 바꿔놓을지 알 수 없다. 2016년 월드시리즈는 ‘가을클래식’으로 역사에 남을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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