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일본을 만나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좋은 경기를 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이 패배로 예선 3전 3패가 됐다. 순위 결정전이 있기에 경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되짚어보면 더 일찍 단일팀이 구성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단일팀이 경기를 치를수록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추세라면 이번 대회 가장 좋은 경기력을 순위결정전에서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
이번 대표팀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냉정히 말해 '급조된' 느낌이 강하다. 단일팀 구성 이야기 자체는 지난해 나온 바 있으나, 진전이 없었다. 그러다가 2018년 들어 급물살을 탔다.
2018년 신년사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낼 용의가 있다고 밝히며 상황이 변했다. 협상단이 꾸려졌고, 남북 공동입장, 북한 예술단이 공연 등이 정해졌다.
그리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 확정됐다. 기존 한국 선수단 엔트리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이 더해지는 형태였다. 북한 선수가 3명 이상 뛰는 것도 포함됐다.
반발이 컸다. 문제는 과정이다.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화'라는 키워드 하나만 보고 단일팀을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단의 의사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체육계의 반발이 컸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인 20~30대의 반발은 더했다. '공정성이 침해됐다'는 생각이 강했다. 지지율 하락까지 이어졌다.
정부는 당황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선수들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상황은 일단락됐고, 북한 선수단이 합류해 공동으로 훈련을 진행하며 올림픽을 대비했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아이스하키는 팀 스포츠다. 선수 개개인이 아무리 잘해도 조직력이 떨어지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없다. 1~4라인까지 빠르게 돌아가며 뛰어야 하는 아이스하키는 조직력이 더욱 중요했다.
문제는 준비할 시간이 너무 적었다는 것. 북한 선수단은 1월 25일 진천선수촌에 합류했다. 함께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보름 남짓이었다. 실제 훈련 기간은 더 짧았다.
기본적으로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강팀이 아니었다. 그래도 선수들은 4년간 함께 땀을 흘렸고, 손발을 맞췄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선수들이 추가됐다. 라인을 다시 짜야했다. 새라 머리 감독이 "북한 선수들이 잘 따라오고 있다"라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일조일석에 뚝딱 될 일은 아니었다.
경기력이 증명했다. 10일 스위스전에서 단일팀은 0-8로 패했다. 공수 모두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긴장한 탓이 컸다. 머리 감독도 "선수들이 겁을 먹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수의 호흡도 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공격 상황에서 퍽을 잡은 공격수가 혼자 달리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따라가는 선수가 잘 보이지 않았다. 수비에서도 틈이 적잖이 있었다. 근본적인 기량 차이는 확실했지만, 그 이상 격차가 벌어진 감이 있었다.
그래도 단일팀은 두 번째 경기였던 12일 스웨덴전에서는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0-8 스코어는 같았지만, 경기력만 보면 스위스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2피리어드의 경우 단일팀이 스웨덴을 거세게 몰아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다시 이틀이 지난 14일. 일본을 만났다. 이번에는 1-4였다. 패한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역사적인 첫 골을 기록했고, 실점도 앞선 두 경기의 절반에 불과했다. 마무리가 좋지 못해 동점에 역전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분명 좋은 경기를 펼쳤다.
핵심은 단일팀이 경기를 치를수록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격수 한수진은 "일본과 대등하게 했다"며 "이제야 좀 몸이 풀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새라 머리 감독 역시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좋은 경기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단일팀이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단일팀을 더 일찍 구성해 손발을 맞췄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랬다면 더 좋은 경기를 했을 것이고, 더 나은 성적을 냈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단일팀이 한국이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호응해야 한다. 하지만 처음 이야기가 나온 것이 지난해 6월이었다. 당시 비판 여론이 거세 흐지부지됐지만, 이렇게 올림픽이 임박해서 구성할 것이었다면, 차라리 더 일찍 하는 것이 나을 뻔했다.
어쨌든 단일팀의 조별리그 결과는 3전 전패다. 이미 2패를 하면서 예선 탈락은 확정이 됐고, 순위결정전으로 밀렸다. 두 경기를 더 치르게 된다. 상황에 따라 일본을 다시 만날 수도 있다. '몸이 풀렸다'는 단일팀이 남은 두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까. 잘하면 잘할수록 아쉬움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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