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국가대표 조효철(32·부천시청)이 짜릿한 역전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패색이 짙었지만, 큰 기술 한 번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첫 출전에서 따낸 감격의 금메달이다. 한국 레슬링의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이기도 했다. 무명의 레슬러가 '대박'을 쳤다.
조효철은 22일 밤(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자카르타 컨벤션센터 어셈블리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남자 97kg급 결승전에서 중국의 샤오디에 5-4의 역전승을 따냈다.
사실 이날 모든 레슬링팬들의 관심은 김현우(30·삼성생명)에 쏠려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한국 레슬링의 간판급 선수였기 때문. 하지만 김현우는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충격을 안겼다. 패자부활전을 거쳐 동메달을 따냈고, 2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았다.
이 아쉬움을 조효철이 덮었다. 이렇다 할 메이저 대회 우승 경험이 없는, 무명의 레슬러였지만, 결정적인 순간 '난세 영웅'으로 떠올랐다. 32살의 나이에 처음 참가한 아시안게임. 기대감이 크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는 금메달이었다.
결승까지 가는 과정조차 쉽지 않았다. 특히 8강에서 머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고, 붕대를 감고 경기에 나섰다. 핸디캡이었다. 그래도 조효철이 준결승을 거쳐 결승에 올라왔다. 결승에서 1회전을 1-4로 뒤졌으나, 2회전에서 4점짜리 업어치기를 통해 역전에 성공했다. 감격의 금메달이었다.
경기 후 조효철은 "너무 좋다. 어릴 때부터의 꿈을 이뤘다. 뭐라고 말을 못 하겠다. 가족의 힘으로 버텼다. 이제 딸도 태어나고 계속 놀면서 운동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한 번 해보자고 도전했는데 좋은 결과가 왔다. 가족의 힘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에 포기하고 싶었는데 가족 생각하니 포기가 잘 안 됐다. 그래서 좋은 결과 있었다.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될 수 있어서 좋다. 그냥 '아버지가 레슬링만 했다'가 아니라 큰 무대에서 금메달을 따고 좋은 성적을 낸 아버지여서 자랑스러울 수 있게 됐다"라고 더했다.
역전을 일군 4점짜리 공격에 대해서는 "지는 상황에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후회하기 싫었다. 기술도 못 써보고 지면 후회될 것 같았다. 그래서 안 될지라도 시도를 해봤다. 좋게 잘 넘어갔다"라고 설명했다.
경기에 대해서는 "마지막에 버티면서 진짜 죽을 뻔했다. 너무 힘들었다. 시간도 너무 안 가더라. 1분 남았을 때, 그 1분이 1시간 같았다"라고 말했다. 부상 정도에 대해서는 "내가 안 봐서 모르겠다. 선수촌 들어가서 꿰매야 한다"라고 했다.
아울러 조효철은 "다른 선수들보다 열심히 했다고 할 수 없을지 몰라도, 꾸준히 내 나름대로 뒤에서 묵묵하게 따라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나보다 더 훌륭한 후배들 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항상 졌다. 내 인생에서 아시안게임이 올림픽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도전했다.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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