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가 창원 LG 세이커스를 잡고 4강 플레이오프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골밑을 지킨 찰스 로드(34·199.2cm)의 힘이 컸다. 그리고 로드는 팀원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도 전했다. 스스로 기회의 소중함을 알기에, 동료들에게도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전하고 싶었다.
전자랜드는 4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LG전에서 86-72의 승리를 거뒀다. 전반은 팽팽했지만, 후반 힘을 내면서 완승을 따냈다.
중요한 경기였다. 역대 KBL 4강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 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률은 77.3%(44번 중 34번)였다. 단기전에서 1차전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 이 확률을 전자랜드가 잡았다.
우선 기디 팟츠(24·182.5cm)의 33점 활약이 컸다. 팟츠는 3쿼터에서만 20점을 몰아치며 팀을 이끌었다. 그리고 로드가 있었다. 로드는 이날 28분 17초를 뛰며 12점 8비라운드 2어시스트 5블록을 기록했다.
빼어난 수치는 아니다. 4쿼터 초반 5반칙 퇴장을 당하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로드가 없었다면 LG의 제임스 메이스(33·199.9cm)-김종규(28·207cm) '트윈타워'에 대적할 수 없었다. 유도훈 감독도 "로드가 수비에서 잘 막아줬고, 공격에서 잘 달려줬다"라고 호평을 남겼다.
◇베테랑 찰스 로드의 '간절함'... 동료들도 함께
또 있다. 경기 외적인 부분이다. 이번 4강 플레이오프 전자랜드가 내세운 '문구'가 있다. 'The time is now'다. 바로 로드가 제창한 문구다. 우승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
끝이 아니다. 전자랜드 선수 한 명 한 명의 라커에 포스터가 하나씩 붙어 있었다. 여기에는 트로피 사진과 함께 "재능은 게임에서 이기게 하지만, 팀워크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이기게 한다", "너의 가족, 너의 팀, 너의 팬들을 위해 싸워라"라는 문구가 있었다.
이것 역시도 로드의 제안이었다. 외국인 선수지만, 팀의 일원으로서, 베테랑으로서 동료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이다. 경기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으며 골밑을 사수하고 있다.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로드는 "메이스를 잘 막자는 생각을 하고 왔다. 가드진이 돌파했을 때 블록을 하는 것도 내 역할이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력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지 않다. 다음 경기에 더 좋은 모습 보이고 싶다"라고 말했다.
3쿼터 막판 흥분한 상태에서 유도훈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후 인사까지 한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믿는 사람 아닌가. 감독님이 왜 나에게 그렇게 말하는지 알고 있다. 도움이 됐다. 감독님과 약속을 했다. 흥분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선을 넘지는 않았지만, 한계까지 갔다. 죄송하다는 표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트로피를 위해
'The time is now' 문구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에 로드는 "선수들에게 '내일이 없다'는 경각심을 주고 싶었다. 나도 이제 경력이 되는, 베테랑에 속한다. 이런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모든 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문구를 정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에게도 큰 기회다. 부정할 수 없다. 오늘 라커룸에서 환호하던 선수 한 명 한 명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한 번도 챔프전에 오른 적이 없고, 챔프가 된 적도 없다. 새 역사를 쓰는데 큰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라커룸에 붙은 트로피 포스터에 대해서도 물었다. 로드는 "비시즌이 나에게는 좀 길었다. 어느 팀이든 나를 불러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트로피 생각을 했다. 선수들에게 이번이 기회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미국에서부터 계속 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라커룸에 사진을 붙였다"라고 담담하게 설명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